# 경상북도 포항시에 사는 김 모(여)씨도 어머니가 2009년 3월 B보험사 1세대 구실손보험에 가입해 본인부담상한제 적용을 받고 있었는데 일괄변경됐다고 억울해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유방암 수술과 치료를 받은 터라 갑자기 실손보험 청구가 늘었는데, 갑자기 국민건강보험으로부터 돌려받는 금액을 환수해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다. 보험사에서는 환수확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아예 보험금 자체를 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고. 김 씨는 “보험금 줄 때는 약관을 그렇게 따지더니 1세대 구실손보험 약관에는 본인부담상한제 내용 자체가 없는데 대법원 판례를 운운하면서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 경기도 군포시에 사는 김 모(여)씨도 최근 C보험사로부터 본인부담상한제로 공제받은 금액을 빼고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통보받았다. 처음에는 의심 없이 환급금이 발생할 경우 반납한다는 약정서에 서명을 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김 씨는 2006년 1세대 구실손보험 가입자라 대상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보험사에서는 1세대도 건강보험법에 따라 적용된다고 안내했다. 김 씨는 “1세대 구실손보험은 상관없다 항의하니 소송을 통해 판례가 생기면 인정해준다는 뉘앙스로 대응하더라”며 “본인부담상한제는 소비자 부담을 경감해주기 위한 제도인데 왜 보험사 보험금을 깎는 제도로 바뀐 거냐”고 되물었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본인부담상한제’ 환급을 적용해 소비자와의 갈등이 다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2009년 10월 이후 가입자는 ‘약관에 따라’ 본인부담상한제를 제외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다는 판결이 나왔는데, 보험사가 이를 2009년 10월 이전 가입자에도 무단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2009년 10월 이전인 1세대 구실손보험에는 본인부담상한제 관련 약관 자체가 없다며 이는 보험사의 횡포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본인부담상한제 관련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1세대 구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제보가 쏟아지는 추세다.
소비자들이 문제로 제기하는 내용은 유사하다. 그동안 건강보험공단에서 본인부담상한제를 통해 병원비 일부를 공제받았으나 지난해부터 보험사에서 이를 제외한 금액만 보험금으로 지급하겠다며 환급확약서 등을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2004년 도입된 본인부담상한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가입자의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막기 위해 소득수준에 따라 일정 부분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명시한 본인부담상한제의 취지는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지난해 대법원 판례가 나오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2009년 10월 표준화실손보험 약관 ‘보상하지 않는 손해’ 항목에 본인부담상한제가 포함돼 있다며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약관에 본인부담상한제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1세대 구실손보험에도 이를 적용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자체가 ‘지불한 의료비’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인데 본인부담상한제를 통해 돌려받은 금액까지 보장하는 것은 ‘이중지급’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대형 보험사는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분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본인부담상한제 문제는 업계가 동일한 기준에 따라 표준화실손보험 이전 상품에 대해서도 적용하고 있다”며 “보험의 기본 의미는 ‘소비자가 낸 만큼’ 보험금을 주는 것인 만큼 이중수령을 막기 위한 방책”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본인부담상한제가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인데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아낄 수 있도록 변질됐다고 항의하고 있다. 특히 약관에 명시되지 않은 1세대 구실손보험에도 일괄 적용하는 것은 보험사의 자의적인 해석이라는 주장이다.
소비자주권회의 측은 “본인부담상한제는 서민들의 의료지출 부담을 경감해 주도록 설계됐는데, 이러한 복지성 급여가 보험사를 살찌우는데 쓰이는 꼴”이라며 “마땅히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깎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