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논산에 사는 박 모(여)씨는 B여행사에서 항공권을 발급했다가 예약한 날 항공편을 탈 수 없어 예약을 변경해야 했다. 박 씨는 고객센터를 통해서만 변경이 가능한데 도통 연결이 닿지 않아 애를 태웠다. 월요일부터 시도했지만 금요일까지도 답을 받지 못했다고. 박 씨는 "급히 취소해야 하는데 주말에는 아예 연락을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보니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여행사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항공권은 운영시간 외(주말·공휴일) 발권 취소가 어렵다는 피해주의보를 낸 가운데 소비자들이 사전에 이같은 제약 사항을 인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권 예약 단계에서 반드시 동의가 필요한 '이용 약관'에 기재돼 있으나 취소 수수료, 수하물 허용량, 마일리지 적립, 비자, 공동운항 등 다양한 정보가 있어 소비자들이 그냥 넘어가기 십상이었다. 사이트 내 하단 등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적힌 곳이나 '자주하는 질문'에 안내돼 있으나 소비자가 인지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여행사들은 "고객 불만 해소를 위해 항공권 발권 취소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며 공정거래위원회, 항공사 측과 적극 논의할 계획"이라면서 "홈페이지상 해당 약관 내용을 고객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4일 소비자고발센터(http://m.goso.co.kr)에 따르면 ‘항공권 취소’ 관련 소비자 불만은 올해 1월~7월까지 300여 건을 훌쩍 뛰어 넘어 그야말로 속출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인터파크투어 등 여행사 규모와 상관없이 제기됐다. 특히 휴가 시즌인 6월 들어서는 항공권을 취소·변경해야 하는데 영업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아 애를 태우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는 항공권을 예매한 후 24시간 내에는 취소수수료 없이 환불이 가능하다. 그러나 여행사는 영업시간 외에는 발권 취소 접수를 하지 않아 남은 기간에 따라 차등 부과되는 항공사 취소수수료를 더 물게 되는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2일 여행사의 이용약관 중 ‘주말·공휴일 환불 불가’ 조항을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하고 시정 조치할 계획이라 밝혔다. 또 영업시간 외에 판매‧발권은 가능하면서 취소가 불가능한 구조 역시 문제라 지적했다.
여행사들 홈페이지에는 이같은 내용에 대한 안내도 소비자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워 개선이 필요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국내 7개 여행사(하나투어·모두투어·노랑풍선·참좋은여행·롯데관광·여행이지·인터파크투어)의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운영시간 외 발권 취소불가’에 대한 내용은 ▲홈페이지 하단 고객센터 번호와 함께 기재하거나 ▲항공권 예약 단계에서 ‘항공권 취소’에 관한 약관 ▲질문하기(Q&A)에 나와 있다.
7개 여행사 모두 항공권 예약 단계에서 팝업으로 뜨는 '약관'에 ‘영업시간 외 발권 취소 불가’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이 창에는 환불 수수료부터 수하물 규정, 비자 발급, 공동운항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다 보니 소비자가 꼼꼼히 읽지 않을 경우 인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사이트 내에 '자주하는 질문'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항공권을 예약하기 전 소비자가 선제적으로 찾아보지 않는다면 역시 알 수 없다.
인터파크투어와 교원여행이지를 제외한 5개사는 모두 사이트 하단에 고객센터 번호와 함께 '주말, 공휴일엔 항공권 변경 및 취소가 불가하다'고 써 있다. 다만 소비자가 고객센터에 연락할 필요가 생기기 전까지는 이 부분을 간과할 수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 이용약관의 경우 항공사 약관을 따르는데 약관에 담긴 내용 자체가 상당히 길지만 특정 내용만 자르거나 강조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소비자들이 약관 내용을 쉽게 인지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한다면 홈페이지 상단에 기재하거나 예약 단계에서 따로 명시해놓는 등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여행사들은 공정위가 지적한 이용약관보다는 여행사와 항공사가 연동된 GDS(항공예약발권시스템)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GDS 시스템에선 항공권 발권과 취소는 실시간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항공권의 경우 조건에 따라 여행사 확인 후에도 항공사의 2차 승인을 거쳐야 하며 환불·취소 수수료, 위약금 등의 정산은 여전히 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여행사는 환불 처리 프로세스를 간소화해 발권처럼 취소 처리도 신속히 이뤄질 수 있는 ‘자동환불 기능 시스템’을 개편하는 등 고객 불만 해소를 위해 노력 중이나 실제 상용화까진 상당 시간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선 우선 소비자들이 항공권을 발권하려는 여행사들의 발권 취소 이용약관을 사전에 숙지해 금전적 손해를 줄이는 게 최우선이다.
한편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영업시간 외에 항공권 판매‧발권은 가능하면서 취소가 불가능한 일부 사업자들의 시스템과 관련해 항공사 및 여행업협회 등 사업자단체와 개선방안을 논의 중이며 조만간 간담회를 통해 협의점을 찾을 방침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