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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가 보험료 대신 내준다고?...소비자도 처벌 받는 '불법 행위'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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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가 보험료 대신 내준다고?...소비자도 처벌 받는 '불법 행위' 주의
특별이익 요구한 소비자도 처벌 대상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23.08.14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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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경산시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해 4월 A보험사에서 치아 보험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나 TM 설계사가 여러차례 권하면서 첫달 보험료인 2만4000원을 대신 내주겠다 꼬드겼다고. 일단 가입하고 3개월 이내에 취소도 가능하니 꼼꼼하게 따져보라는 말에 계약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후 보험을 정리하던 중 아내가 과거 B보험사 치아 보험에 이미 가입한 것을 알게 됐다고. 이 씨는 “뒤늦게 치아 보험 2개나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돼 취소하려고 했는데 해지하면 지금까지 낸 보험료 10만 원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며 아쉬워했다.

# 충청북도 청주시에 사는 우 모(여)씨는 보험료를 대납해준다는 설계사 이야기에 속았다고 털어놨다. 우 씨는 지난해 12월 C보험사를 비롯해 3곳에서 아이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첫달 보험료를 내주겠다는 말에 일단 가입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더니 6개월이 지날 때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고. 뒤늦게 확인해보니 이미 설계사는 다른 GA로 옮기면서 연락이 끊긴 상황이었다. 우 씨는 “무책임한 설계사를 믿을 수 없다고 항의하니 대납 자체가 불법이라며 이상한 취급을 하더라”라며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환급금도 0원이라 피해가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설계사가 보험료 대납을 미끼로 보험상품에 가입시키는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3개월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줄테니 일단 보험 가입 후 취소 여부를 고민해보라는 식으로 권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료 대납은 ‘특별이익’에 포함되기 때문에 보험업법 위반이며, 금품을 수수한 소비자 역시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료 대납 등 ‘특별이익 제공금지’를 위반한 보험사와 GA를 대거 적발했다. 보험료 일부를 대납한 리더스에셋어드바이저, 리치앤코, 아이에프에이, 지에이스타금융서비스, 피플라이프 설계사들이 업무정지 30일 처분을 받았다.

리더스에셋어드바이저 설계사 등 4명은 2020년 5월부터 11월 사이 어린이보험 등 41건 계약 모집 당시 40명의 보험료를 대납했고, 아이에프에이 설계사 2명도 2018년 1월부터 2020년 11월 사이 치아보험 등 10건의 계약 모집 시 9명에게 200만 원을 특별이익으로 제공했다.

GA뿐 아니라 보험사 소속 설계사도 특별이익 제공으로 적발됐다. 삼성화재 설계사 1명은 2005~2019년 사이 7건 모집 계약에 대해 초회보험료를 대납해 총 102만 원을 제공했고 DB손해보험 설계사 1명도 2020년 7월 모집한 1건에 초회보험료 12만6000원을 제공했다.

보험업법 98조에 따르면 보험계약 체결 또는 모집 종사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보험료 대납 등 특별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면 안 된다. 또한 202조에 따라 특별이익을 제공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는데 설계사 뿐 아니라 특별이익을 요구한 소비자 역시 동일한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단속하기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험사 소속 설계사의 경우 보험사가 보험계약의 모든 활동을 녹취하고 불완전판매가 없는지 꼼꼼하게 관리하는 터라 불법행위가 일어나기 어렵다. 반면 GA 소속 설계사의 경우 무작위로 검수를 하고 있긴 하지만 적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 대납 행위가 불법인 것은 거의 모든 설계사가 인지하고 있지만 계약 성사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혹이 있다”며 “특히 개인 사업자인 GA 소속 설계사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한다면 적발은 불가능하고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카드 등 다른 금융업권에서 사은품을 제공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보험 역시 ‘혜택’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소비자도 있다”면서 “소비자가 먼저 대납해주면 고민해보겠다고 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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