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업체들이 기준으로 삼는 '자동차대여 표준약관'에는 차량 결함으로 사용할 수 없거나 수리가 필요할 때 대차 제공 및 대여요금 반환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돼 있지만 이용 도중에는 소비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2020년 10월 SK렌터카에서 5년 장기로 법인렌트 차량을 계약했다. 올해 들어 엔진 불량 때문에 세 차례 서비스센터에 차 수리를 맡기느라 이용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50~60만 원에 달하는 월 렌트료는 매월 고스란히 청구됐다.
박 씨는 차량 결함으로 여러 차례 수리하는 기간 이용하지 못한 날에 대한 비용을 월 렌트료에서 차감해 주거나 대차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대차는 별도로 계약한 경우에만 이용 가능하고 약관상 차량 수리로 이용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월 사용료는 그대로 납부해야 한다는 게 업체 입장이었다.
박 씨는 "대차도 받지 못하고 사용일수도 상관없이 월 렌트료를 내야 한다니 억울하다"며 "차량 결함을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SK렌터카 측은 "장기렌터카 계약 당시 대차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아 차량이 고장 났을 때도 차량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계약 중간에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SK렌터카·롯데렌터카 등 렌터카 업체에서 계약한 장기렌트 차량에서 결함이 발견됐는데도 계약 철회 시엔 위약금을 요구받았다거나 잦은 수리로 이용하지 못하는 데도 월 렌트료는 그대로 납부해야 했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계약 당시 대차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차량을 제공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렌터카 업체들이 기준으로 삼는 '자동차대여 표준약관' 제20조에 따르면 렌터카 인도 이전의 하자로 렌터카를 사용할 수 없거나 수리가 필요할 때 업체로부터 대체 렌터카 서비스(이하 대차)를 받을 수 있다. 업체가 이런 조치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대여요금을 반환하고 렌터카 회수 등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문제는 보통 24~60개월로 계약이 이뤄지는 장기렌터카는 사용 중 고장 난 경우 이용자에게 책임을 묻는 데 있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명확하게 제품 결함이라는 판정이 나오지 않는 경우 이용자가 모든 문제를 감내해야 하는 셈이다. 계약 당시 대차 서비스를 추가하지 않았다면 차량을 사용하지 못해도 월 렌트료는 납부해야 한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신차를 할부 구매할 때 고장 여부와는 상관없이 할부원금과 이자를 내게 돼 있다"며 "장기렌터카 역시 고장 여부와 관계없이 월 사용료를 납부하게 돼 있으며 이는 약관에도 고지돼 있다"고 전했다.
장기렌터카 계약을 진행할 때는 차량관리 서비스를 가격이 저렴한 '알뜰형'이나 '이코노미'로 고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엔진오일 교환부터 수리까지 모두 고객이 자차를 관리하듯이 직접 해야 한다. 대차 서비스도 불가능하다. 계약 이후 차량관리 서비스를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다. 변경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변경할 수 있더라도 차량 투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하고 사고 이력이 없어야 하는 등 기준이 까다롭다.
한국소비자원은 "장기렌터카 계약 당시 내용에 따라 어떤 서비스가 보장되는지가 달라진다"며 "계약 내용에 차량 고장 시 서비스 내역이 어떻게 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