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사고로 인한 평판 리스크 하락과 재무적 손실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주민들의 금융 편의성 제고 측면에서 이들이 시중은행 대비 경쟁력이 높다는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남은행(행장 예경탁)은 지난달 25일 연간 5조 원 규모의 예산을 관리하는 울산광역시 1금고로 재선정됐다. 이번 1금고 재선정으로 인해 경남은행은 오는 2027년까지 울산시 1금고 운영을 맡게 되었다.
경남은행은 최근 금융권 최대 규모인 3000억 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하면서 시금고 수성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그동안 시금고 은행으로서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취약계층 지원 등 다양한 지역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은행 측 설명이다.
일부 영업점에서 고객 몰래 불법 계좌개설을 한 사실이 밝혀졌던 대구은행(행장 황병우)도 지난달 초 경북 포항시 1금고로 재선정되면서 한숨 돌리게 되었다. 일반회계 금고를 맡는 1금고 규모는 연간 2조 원을 상회하는 규모다.
대구은행은 지난 8월 대구광역시 시금고 운영사 선정에서도 1금고 부문에 단독으로 입찰하면서 오는 2027년까지 계속 운영하게 되었다. 약 11조 원에 달하는 1금고 관리 은행으로 선정된 대구은행은 지난 1975년부터 50여 년 넘게 시금고 운영을 맡게 되었다.
특히 대구은행은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하면서 대구·경북지역 시금고 선정에 있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시중은행 전환 선언 이후에도 시금고 유치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평가 기준상 이들의 평판 리스크가 은행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지만 지역민들에 대한 금융편의성 제고와 지역사회 기여도 등에서 시중은행에 비해 지방은행들이 경쟁력을 발휘한 측면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울산시금고를 수성한 경남은행의 경우 울산광역시 내에만 점포가 31곳에 달하는데 국내 은행 중 점포가 가장 많은 농협은행(27곳)보다 4곳 더 많았고 시금고 경쟁사였던 KB국민은행(10곳)보다 3배 이상 더 많았다. 포항시금고를 지킨 대구은행 역시 포항지역에만 점포가 15곳으로 국내 은행 중에서 가장 많았다.
은행들의 지역사회 재투자 역량을 평가하는 금융당국 지역재투자 평가에서도 각 지방은행들은 거점 지역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매년 ▲지역 내 자금공급 ▲중소기업 지원 ▲서민대출 지원 ▲금융인프라 현황 등을 평가해 지역별로 등급을 공표하고 있다.
지방은행 6곳 중에서 부산은행(부산), 대구은행(대구, 경북), 경남은행(경남, 울산), 광주은행(광주), 제주은행(제주) 등 5곳은 거점 지역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고 광주은행(전남)과 전북은행(전북)은 '우수' 등급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대형 시중은행들이 물량 공세를 통해 지역 시금고 유치전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편의성 제고나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나아질지는 미지수"라며 "지역에 점포가 많고 지역 중소기업들과의 탄탄한 네트워크가 구성된 지방은행이 적합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과거와 달리 지역 시금고 유치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지자체 시금고가 더 이상 지방은행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위기론도 형성되고 있다.
광주은행은 올해 상반기 50여 년 넘게 유지하던 광주 조선대학교 주거래은행에서 신한은행에 밀린 것이 대표적이다. 비록 울산시금고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KB국민은행이 기관영업의 후발주자로서 최근 과감한 행보를 보이면서 시중은행 대비 자본력이 열세인 지방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내년 부산광역시 시금고 입찰에 대형 시중은행들 상당수가 참전할 것이라는 소식도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다. 부산시 연간 예산규모는 15조 원 규모로 특히 2030 부산엑스포 홍보에도 주요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간접적인 유치전이 시작된 분위기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방 시금고 유치는 기관영업 차원에서 과거부터 계속 주시한 영역인데 최근 지방은행 대신 선정된 사례가 일부 나오다보니 주목받게 된 것"이라며 "지역은행이라는 상징성이 생각보다 크다보니 자본력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더라도 시금고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