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들 기업 중 11곳은 좀비기업과 다름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롯데쇼핑(대표 김상현·정준호·강성현), 호텔롯데(대표 이완신·김주남·최홍훈), 삼성중공업(대표 최성안·정진택), 이랜드월드(대표 최종양·최운식), 컬리(대표 김슬아)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쇼핑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이미 좀비기업으로 전락한 상태다. 올해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경기침체에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어 이들 기업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10일 소비자가만드는 신문이 지난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을 조사한 결과 순수 지주사와 금융, 공기업을 제외하고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277곳 중 52곳(18.8%)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36곳(69.2%)이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대기업 5곳 중 1곳 꼴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셈이다.
대기업 중에서도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업체일수록 1 미만 기업 비중이 높다. 매출 2조 원 이상 기업 194개 중에서는 20곳(10.3%)이 1미만인데, 2조 원 미만에서는 83곳 중 32곳(38.6%)이 1미만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면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크다는 것을 뜻하며, 통상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여겨진다. 1미만 기간이 3년 연속 이어지면 기업이 자체적으로 생존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좀비기업으로 간주된다.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인 경우는 영업을 통해 돈을 벌기는 커녕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원자재 가격 인상 흐름이 다소 완화됐지만 경기침체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수익 구조가 안 좋은 기업들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들 중 영업적자 규모가 가장 큰 곳은 SK하이닉스(대표 박정호·곽노정)다. 올 상반기에만 6조 원대 적자가 났다. LG디스플레이(대표 정호영)도 1조 원대 적자를 냈다. SK온(대표 최재원·지동섭), 한화오션(대표 권혁웅), 여천NCC(대표 최금암·김재율), 영풍(대표 박영민·배상윤) 등도 1000억 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쇼핑은 2019년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으로 떨어졌고 이후 한 번도 1을 초과한 적이 없다. 올해도 상반기 0.6에 그친다. HJ중공업(대표 홍문기·유상철), 컬리, 호텔롯데, 삼성중공업 등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대표 한영석·이상균)과 이랜드월드, 코리아세븐(대표 최경호)은 2020년부터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다. 이들 역시 좀비기업인 상태다.
한화오션과 현대미포조선(대표 김형관)은 올해도 적자를 낼 경우 좀비기업이 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조선 업계의 불황이 10년째 이어오고 있는데, 최근 수익성 좋은 LNG선 수주가 많고 앞으로 3년간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며 “올해는 흑자전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2040년 영업이익 5조 달성을 목표로 친환경 연료 기반의 추진체계와 친환경 운반선, 자율주행 선박 기술 확보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이를 위해 지난 8월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 자금을 확보했다.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롯데케미칼(대표 이영준), 여천NCC, 롯데하이마트(대표 남창희), 효성화학(대표 이건종), 태광산업, 넷마블(대표 권영식·도기욱), 대한유화(대표 강길순), 한샘(대표 김유진), 현대리바트(대표 윤기철), 신세계건설(대표 정두영), 대유에이텍 등 12곳은 지난해부터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마트(대표 내정 한채양)와 대창(대표 조시영·김옥열) 역시 지난해부터 1미만이 됐다. 이들 기업은 당장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좀비기업이 될 여지가 다분하다.
반대로 금호타이어(대표 정일택)와 현대삼호중공업(대표 신현대), KG모빌리티(대표 곽재선·정용원)는 지난해까지 좀비기업이었지만 올해는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어섰다. 이들은 올 상반기 모두 흑자를 냈다.
재계 관계자는 “환율, 금리, 물가 등 3고 영향이 본격 반영돼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비상경영에 나서는 대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며 “회사 내부에서 기획과 재무부서의 압박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