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 옷 입고 명품 가방 맸다가 벌겋게 물들었네=대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백화점에서 산 루이비통 가방을 매고 외출했다가 가방과 닿는 옷 일부가 빨갛게 물든 것을 발견했다. 당시에는 날씨가 습해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이후로도 가방의 염료가 옷에 묻어나는 일이 반복됐다. 김 씨는 "온라인으로 검색해보니 해당 가방의 이염 문제가 몇 번 문제돼 일부 고객은 교환 받은 걸로 알고 있다"며 "가방으로 옷이 손상된 것도 속상한데 수선도 무상으로 받을 수 없다고 하니 속상하다"며 브랜드 측의 무책임함을 지적했다.
◆ 130만 원짜리 명품 신발 밑창 벌어져 물 새=경기도 오산에 사는 김 모(여)씨는 백화점에서 산 명품 발렌시아가 신발의 밑창이 벌어진다며 품질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경 백화점에서 130만 원 상당의 명품 신발을 샀다. 5개월쯤 됐을 무렵 신발에 물이 스며 들어와 살펴보니 밑창 고무가 벌어진 상태였다. 구매했던 매장에서 무상 교환 받았지만 보름만에 또 고무가 벌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 씨는 "밑창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 제조사에서 조금만 신경을 기울인다면 무리없이 해결할 수 없을 거 같은데 방법이 없다고 하니 답답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 선글라스에 쓸린 듯한 흠집 모르고 구매 '억울'=경기도 성남시에 김 모(남)씨는 한 백화점 디올 매장에서 선글라스를 구매했다. 매장을 나온 뒤 약 30분이 지났을 무렵 우연히 선글라스 테가 뭔가에 쓸린 듯 흠집이 난 것을 발견했다. 매장에 방문해 교환을 요청했지만 거절했다. 김 씨는 "애초에 하자가 있는 제품을 판매해놓고 무조건 소비자 책임으로만 전가하는 디올 측에 책임을 묻고 싶다"며 보상을 요구했다.
◆ 판매원 확인까지 한 스카프에 미세한 올 뜯김 발견=서울시 서초구에 사는 최 모(여)씨는 백화점 에르메스 매장에서 산 스카프에 흠이 있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구입 당시 판매원이 불량 확인 후 '이상없다'는 말만 믿고 따로 살펴보지 않고 구매한 게 화근이었다. 집에 와서 보니 미세하게 올 뜯김이 발견돼 매장에 문의했으나 확인했을 때 이상이 없었다며 교환이나 환불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씨는 "판매원이 놓친 불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초기 하자인데 교환이나 환불 받고 싶다"고 말했다.
◆ 지갑 모서리 안 맞아 여닫을 때 불편한데 '정상'=경기도 수원에 사는 전 모(여)씨는 90만 원 상당의 구찌 지갑을 구매했다. 이틀 뒤 지갑 똑딱이가 제대로 안 닫혀 살펴보니 원단이 비뚤게 재단돼 버튼 아구가 제대로 맞지 않는 문제를 발견했다. 전시상품과 비교해도 전 씨의 지갑은 휘어져 들린 부분이 확인됐다. 정상제품으로 교환을 요청했지만 매장 측은 일부 틀어지긴 했으나 불량이 아니라며 거절했다고. 전 씨는 "고가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품질에 대한 신뢰가 크다"며 "브랜드 이름만 믿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이탈리아 명품 로퍼 신은 뒤 양말 까맣게 물들어=광주시에 사는 유 모(여)씨는 올 1월 프라다 매장에서 산 로퍼를 아껴뒀다가 3월에 처음 신었다. 신발을 벗고 보니 분홍색 양말의 뒤꿈치가 새카맣게 물들어 있었다. 로퍼 안쪽 가죽에서 이염된 거다. 유 씨는 브랜드 측은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했으나 브랜드 측은 "이염되지 않게 케어 서비스를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유 씨는 "시장에서 파는 싸구려 신발도 아닌 150만 원짜리 로퍼에서 이염이 발생한 것도 화가 나는데 교환도 아닌 AS만 해준다고 하니 더 황당하다"고 어이없어 했다.
최근 루이비통 명품백 일부 제품에서 악취 논란이 불거지면서 값 비싼 명품의 품질관리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세계적으로 봉쇄 정책이 이어지며 보복 소비로 명품 시장이 급성장했으나 품질이나 고객 서비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 제품군 중에서도 가방, 지갑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주로 이염, 변색, 냄새, 박음질 등에 민원이 집중됐다.
13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루이 비통, 디올과 프라다, 버버리, 구찌, 에르메스와 샤넬, 고야드, 셀린느, 생로랑, 발렌시아가, 페라가모, 까르띠에, 톰브라운 등 브랜드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 관련 소비자 불만이 쏟아졌다.
루이비통과 셀린느, 고야드, 생로랑 등 브랜드는 모두 '가방' 제품에서 소비자 불만이 터져나왔다. 프라다는 선글라스와 신발, 샤넬은 가방 외에 향수 등 화장품 이용 소비자들도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에르메스와 버버리 등은 스카프, 머플러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제품 항목별로 살펴보면 가방이 40.5%로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이 제기됐다. 지갑도 14.3%에 달해 두 항목을 합칠 경우 50% 이상 점유율로 압도적이다.
가방은 염료가 묻어나는 이염 문제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명품 가방의 경우 오래 두고 쓰다 보니 변색이나 비닐 코팅 같은 게 벗겨지는 등 품질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또는 내부 본드가 새어나와 가방 일부를 누렇게 만드는 일도 잦았다.
이어서 스카프, 벨트 등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21.4%로 높게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주로 스카프나 머플러를 몇 차례 착용하지 않았는데도 보풀이 일었다며 품질 문제를 제기했다.
신발과 슬리퍼 등 제화류는 9.5%, 선글라스, 시계·팔찌 등은 각 4.8%, 향수나 크림 등 화장품은 각 2.4%씩으로 집계됐다. 신발은 비오는 날 신었다가 물이 새고 염료가 새어나와 이염돼 황당했다는 소비자 민원이 잇따랐다. 선글라스는 미세한 흠집 등 비교적 초기에 하자를 발견했으나 이미 사용했다는 이유로 교환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향수는 분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주로 제기됐다.
제품 자체보다는 명품 브랜드 사이트가 한글판이 아닌 번역투로 만들어져 이용이 불편하다는 지적, 배송 문제 등을 꼬집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의원이(국민의힘) 한국소비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명품 피해 제보 건수는 총 1200여 건에 달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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