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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뉴스] 생리대·기저귀서 벌레·나뭇조각 등 이물질 잇따라...제조사 “인체에 무해” 안일한 해명 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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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뉴스] 생리대·기저귀서 벌레·나뭇조각 등 이물질 잇따라...제조사 “인체에 무해” 안일한 해명 일관
제품 환불도 어렵게 해, 소비자 불만 더 키워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3.10.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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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리대 내부에 정체불명의 이물질 압착= 경기 파주시에 사는 강 모(여)씨는 10월초 유기농본 공식 스토어에서 생리대 세트를 1만 원에 구매했다. 최근 생리대를 착용하려다가 피부에 닿는 패드면 안쪽에 이물이 압착된 것을 발견했다. 강 씨는 업체에 따져 물었고 생리대는 회수됐다. 생리대를 가져간 업체에서는 3주가 지난 뒤 “제조공정 중 설비 기름 먼지가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새 제품으로 교환해준다는데 제품 번호가 비슷해 사용하고 싶지 않다”며 찝찝함을 드러냈다.  

◆ 팬티라이너 패드 안쪽에 눌린 채 발견된 이물의 정체는?= 부산 연제구에 사는 윤 모(여)씨는 8월 말 시크릿데이 공식 스토어에서 1만5000원의 생리대를 구매했다. 며칠 뒤 제품을 사용하려고 포장을 뜯자 패드 안쪽면에 거뭇한 게 보였다. 업체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새 제품으로 교환을 약속했다. 이물의 정체에 대해서는 “펄프 재료인 나무껍질로 추정된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수거한 다음 관련 기관에 의뢰하겠다”고 답했다. 윤 씨는 “업체에서 사진만 보고 바로 나무껍질이라면서 별 것 아닌 듯 대응해 괘씸했다”고 꼬집었다. 이후 기자가 이물질에 대해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이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줄 수 없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 한 팩에 든 기저귀 20개 모두 오염 물질로 범벅= 경북 구미에 사는 김 모(여)씨는 6월 킨도 브랜드 직영몰에서 7만 원 상당의 기저귀 세트를 구매했다. 한 팩을 뜯자 기저귀 스무 개가 모두 알 수 없는 갈색 물질로 오염돼 있었다. 사용이 급해 그나마 오염이 덜 된 기저귀를 입히고 몇 분 뒤 아기의 피부가 붉게 변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김 씨는 "겉 포장은 멀쩡해 제조상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며 "아기가 사용하는 건데 이런 제품을 보내줬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전혀 다른 이물질 시험 성적서 내밀며 ‘인체 무해’ 주장= 광주 북구에 사는 최 모(남)씨는 생활용품몰 일센티플러스에서 4만3000원짜리 기저귀 세트를 구매했다. 이 중 기저귀 한 개 안쪽 면에 검은색 이물이 들어 있었다. 최 씨는 고객센터에 항의했고 업체는 30분 뒤 시험성적서와 함께 “본드여서 인체에 무해하다”고 답했다. 성적서는 투명색 본드에 대한 내용이라 최 씨가 발견한 검은 이물과는 연관이 없어 다시 따져 묻자 “분사 노즐에 묻은 찌꺼기가 떨어지며 기저귀에 묻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환불도 사용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만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최 씨는 “발견한 이물과 시험성적서에 나온 물질이 다른 데 무해하다고만 하니 믿기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 기저귀에서 나온 수많은 알갱이, 인체에 무해하다지만...= 강원 춘천시에 사는 박 모(여)씨는 모모래빗 공식몰에서 1만5000원의 기저귀를 구매했다. 아이가 착용했던 기저귀를 갈려고 벗겼는데 생식기 주변으로 작고 투명한 알갱이 약 20개가 발견됐다. 놀란 마음에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식약처에서 인정한 안전한 원료다. 알갱이가 나와도 인체에 무해하니 물티슈나 미온수로 알갱이를 제거하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어 “미개봉한 제품에 한해 환불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박 씨는 “아무리 인체에 무해하다 해도 아기가 사용하는 제품이라 찝찝하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알갱이 관련 불만이 많던데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생리대나 아기의 기저귀 등 위생용품에서 본드, 먼지, 나뭇조각 등 이물질을 발견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피부에 맞닿아 사용하는 위생용품인 만큼 업체의 철저한 공정 관리, 재발 방지 대책 등 구체적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실상 대부분 제조사들은 위생용품에서 나온 이물질에 대해 “인체에 무해하다”는 답변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태도를 보여 소비자들의 화를 돋우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생리대나 기저귀에서 벌레, 곰팡이 등 정체불명의 이물질이 나왔다는 불만이 꾸준하다. 이전에는 유한킴벌리, 깨끗한나라, LG유니참 등 주로 대형 제조사에서 문제가 두드러졌다면 최근에는 온라인몰, 드럭스토어 등 창구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중소 규모의 위생용품 업체들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는 추세다.

소비자들은 제조사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저귀, 생리대 등 위생용품을 잘못 사용할 경우 여성의 질병인 질염, 자궁질환이나 피부가 약한 영아들의 피부 발진 등이 일어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지만 업체들은 “피부에 닿아도 큰 지장이 없다”, “인체에 무해하다” 등 답변으로 안일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일부 제조사에서는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이 같은 답변을 내놓고 있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이는 환불에 대한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업체들은 개봉하지 않은 제품에 한해 환불을 진행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이물질이 나온 제품 자체로 불량이기에 모든 금액이 환불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센티플러스, 유기농본, 시크릿데이 등 위생용품업체들은 이물질이 나온 건에 대해서 인정하며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교환 및 환불을 진행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센티플러스는 자사몰에서 구매한 제품은 전액 환불해줬고 유기농본은 소비자가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위생용품으로 보상했다. 시크릿데이는 동일한 제품으로 교환이 이뤄졌다.

일센티플러스 관계자는 “이물질은 공정 과정 중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객이 회수 전 제품을 버려 실물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물질이 나온 제품은 자사몰에서 구매한 제품이라 이 건에 한해서 환불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유기농본 관계자는 “이번 이물질은 제조 과정에서 나온 이물질이 맞다. 관련 내용은 모든 임직원이 공유했고, 재발 방지와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해 여러 방안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크릿데이 측은 생리대 내부에 발견된 이물질이 나무껍질이 맞는지 여부에 대해 기관에 맡겼다고 했으나 실제 결과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킨도와 모모래빗은 기자의 물음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같은 생리대, 기저귀 등 이물 신고가 접수되면 제조‧수입업체를 약사 감시해 제조‧수입‧품질관리 적정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시 수거 검사한 뒤 이물 함유 등 약사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해당 업체에 행정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관련 민원 신고가 들어오면 업체 측 제조공정상 문제 여부에 대해서도 판별하고 있지만 생리대나 기저귀의 포장을 뚫고 들어가는 벌레인지에 대한 여부 확인도 필요하다”며 “의약외품 제조사가 지켜야할 품질관리, 위생관리 등이 적합하게 이뤄졌는지를 점검 후 실제 문제가 있다고 밝혀지면 약사법에 근거해 처분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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