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진주시에 거주하는 재 모(남)씨는 ‘SK스토아’란 명칭을 단 온라인몰에서 50만 원대 다이슨 에어랩 멀티 스타일러를 무통장 입금으로 구매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주문이 확정되지 않았고 고객센터는 먹통이었다. 재 씨는 “가격이 비싸 크게 마음 먹고 구매한 제품인데 허무하게 사기를 당한 것 같아 답답할 따름”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 전북 전주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포털에서 스마트TV를 검색하던 중 입점업체인 ‘일렉트로마트’에서 19만 원 대의 제품을 구매했다. 다만 판매자는 ‘네이버에선 품절’이라며 ‘본사 쇼핑몰엔 재고가 남아 있다’고 동일 명칭의 온라인몰 링크를 전달했다. 김 씨는 '일렉트로마트' 공식몰로 알고 현금 결제한 뒤 구매 확정을 기다렸지만 별 회신이 없었다. 이윽고 온라인몰의 고객센터는 물론 네이버 톡톡까지 모두 먹통이 됐다. 김 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공식 일렉트로마트 온라인몰의 도메인과 유사하지만 완전히 다른 사기 사이트였다”고 하소연했다.
새해를 맞아 가전업체, 온라인몰에서 가전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이 시기에 가전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사기 경고등이 켜졌다.
유명 온라인몰, 가전 브랜드를 사칭한 사이트에서 현금 결제를 유도한 뒤 대금만 탈취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가의 가전제품 피해는 2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하며 피해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을 공식 온라인몰 외의 사이트에서 구매할 경우 공식 인증점 로고의 유무, 사업자등록번호 유효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새해를 맞아 가전업체, 유통업체들이 신년 정기 세일을 진행하면서 가전을 새로 구매하거나 기존 노후 가전을 교체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다만 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식 온라인몰이 아닌 타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사기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인지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유명 온라인몰 사칭 사이트들은 주로 네이버쇼핑, G마켓, 쿠팡 등 온라인 중개몰(오픈마켓)에 최저가로 상품을 등록한 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면 재고부족을 이유로 취소 처리하고 미리 제작해 놓은 쇼핑몰 사이트로 재구매하도록 유도, 대금을 탈취하는 수법을 취하고 있다. 특히 가격대가 높은 가전 브랜드 사칭 사이트 또는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사기사이트가 많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사기사이트는 총 73곳으로 전년 대비 72% 급증했다. 한 온라인몰의 도메인 주소를 여러 약호로 변조한 사이트도 많아 실제 사이트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피해액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다. 지난 한해만 2억7000만 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사기 품목 중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가전용전기제품’ 관련 피해는 매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지난 2021년 271건이던 피해 건수는 지난해 561건으로 2년새 107% 급증했다. 피해 연령대는 신혼부부 등이 많은 30·40대에 집중됐다.
20·30대 젊은층은 ‘휴대전화’ 관련 사기 피해가 많았다. 사기 사이트들은 핸드폰 시중가에 큰 할인폭을 적용해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젊은 소비자들을 유인했다. 피해 건수는 지난 2021년 116건에서 2022년 140건, 지난해 146건으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LG전자가 직접 사기사이트로 인한 고객 피해 예방에 나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상시 모니터링하며 사기사이트를 적발하는 것은 물론 LG전자를 연상시킬 수 있는 인터넷 주소가 사기 행위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LG', 'LGbrand', 'BEST' 등이 포함된 도메인을 구매했다. 롯데온과 SSG닷컴, 현대홈쇼핑, W쇼핑 등도 사이트에 소비자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문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도 지난해 8월 국내 주요 4개 웹서버대여(호스팅) 업체(가비아C&S․아임웹․NHN커머스․카페24)들과 간담회를 갖고 ▲특정 단어가 포함된 인터넷 주소(도메인) 차단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거래 모니터링 ▲사기 사이트 패턴을 공유하는 등 피해 예방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는 “온라인 중개몰 구매 건을 입점 판매자가 주문취소 후 품절·추가 할인 등을 미끼로 문자, 메신저 등을 통해 별도 사이트를 알려주면서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경우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가전 브랜드가 공식 온라인몰마다 부여한 인증 로고를 반드시 확인하고 사업자 번호가 유효한 지 체크해야 한다. 또 도메인 주소가 공식 온라인몰과 상이하진 않는 지 비교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