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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가전의 그림자④] 생각 못한 위약금 폭탄에 소비자 분통..."해지방어 전략 아니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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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가전의 그림자④] 생각 못한 위약금 폭탄에 소비자 분통..."해지방어 전략 아니야?" 반발
업체 "중도 해지 시 재판매 어려워 손실 불가피"
  • 송혜림 기자 shl@csnews.co.kr
  • 승인 2024.03.0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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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시장의 지형도가 구매에서 렌탈로 바뀌고 있다. 구독경제라는 새로운 개념이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면서 렌탈시장 규모는 2025년 100조 원을 넘보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부담을 줄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기업은 안정적인 고객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폭발적인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후관리 문제와 고객 접점의 최일선에 서있는 방문관리 직원의 고용형태, 수수료체계 등의 구조적 한계에서 발생하는 불완전판매 등의 난제도 상존한다. 쓰면 편리하지만, 골칫거리도 잔뜩 안겨주는 '렌탈가전'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그 해결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대전광역시 중구에 거주하는 이 모(여)씨는 최근 이사하면서 3년 전 렌탈했던 A사 음식물처리기를 이전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사하는 곳 부엌 싱크대 배수구가 작아서 이전 설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업체 측으로 문의하자 “계약 해지는 어렵고 위약금을 50% 감면해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변심으로 해지하려는 게 아니라, 음식물처리기를 사용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인데도 위약금을 내야 한다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 부산 수영구에 거주하는 박 모(남)씨는 가정에서 계약한 B사 공기청정기 의무약정 기간 3년을 꽉 채운 뒤 이용을 중단하기로 하고 업체에 철거를 요청했다. 업체는 철거비 3만 원을 요구했다. 박 씨는 “그냥 들고만 가면 되는 제품인데 철거비를 따로 요구해서 당황스러웠다”면서 “알고 보니 철거비를 면제 받으려면 의무약정 기간을 포함해 총 5년의 계약기간을 채워야 했는데 이를 사전에 듣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가전 렌탈은 보통 3년 이상의 약정기간을 전제로 서비스가 이뤄진다. 그래서 약정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해지 위약금은 위생 관리, AS 등 아직 받지 못한 서비스와 관련된 비용을 물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다 렌탈 계약 시에는 면제됐던 등록비와 수거비, 사은품 등이 한꺼 번에 청구되기 때문에 예상보다 금액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중도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둘러 싸고 기업과 소비자간에 끝없는 소모전이 지속되고 있다.  단순변심에 의해 계약을 끝낼 때 발생하는 위약금은 대부분 수용하지만, 기업이 계약해지의 빌미를 제공하거나 소비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에는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방문점검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계약을 해지하거나, 이사를 가는 집에 제품 설치가 불가능한 경우, 사망이나 이민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생긴 경우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가 위약금을 피하기 위해 제3자에게 명의를 이전하려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에도 제한이 걸려 있다.

제품 이전 설치비와 철거비도 논란의 대상이다. 안마의자의 경우 이전 설치 시 거리에 따라 최대 5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청구되기도 하고, 공기청정기처럼 가볍게 들고 갈 수 있는 제품에도 1만~3만 원 가량의 철거비가 청구된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유지하게 만드는 일종의 '해지 방어' 전략으로 렌탈업체들이 위약금과 철거비 등을 과하게 물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여기에 위약금 면제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귀책사유'에 대해서도 기업의 대처와 소비자의 눈높이가 맞지 않아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원칙상 기업의 과실로 정상적인 이용에 차질을 빚는 경우 위약금을 물릴 수 없지만, 객관적이고 투명한 판단 기준을 적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복잡한 렌탈 중도 해지 위약금에 소비자 부글부글...약정 다 채워도 철거비는 내라고?

#.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송 모(여)씨는 A업체 매트리스 2개를 3년 약정으로 렌탈에 사용하던 중 허리가 불편해 계약 후 10일 경 지났을 무렵 해지 신청을 했다. 그러나 소모품비 명목으로 각 14만 원씩 총 28만 원을 납부해야 했다.

#.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박 모(남)씨는 B업체 정수기를 렌탈해 사용하던 중 의무사용기가나 5년이 지나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이후 부모님만 계시던 자택에 영업사원이 방문해 '렌탈료를 할인해주겠다'며 새 렌탈 계약을 권유했고 부모님은 이에 응했다. 그러나 박 씨가 뒤늦게 알고보니 렌탈료 할인은 월 1000원에 불과해 계약을 해지하려보니 이미 1개월이 지나 총 23만 원 가량의 해지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는 정 모(남)씨는 C업체 정수기를 렌탈해 사용하던 중 3년 약정기간이 지나 해지 하려고 보니 당연히 약정 만료로 책임 의무가 없다고 생각한 회수비 4만 원이 청구됐다.

소비자의 귀책 사유로 인해 렌탈계약이 해지 될 경우 위약금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업체들이 요구하는 위약금 수준이 과도하다는 불만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물품대여서비스업에서 소비자의 귀책 사유로 인한 위약금 분쟁 발생 시 의무사용기간에 따라 위약금을 정하고 있다. 만일 의무사용기간이 1년 초과일 경우엔 의무사용기간 잔여월 임대료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

의무사용기간이 1년 이하일 경우엔 의무사용기간의 잔여월 임대료의 30%에 해당하는 금액과 임대차기간 임대료 총합의 10%에 해당하는 금액 중 적은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이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부과하는 위약금은 공정위 기준 외에 여러 항목이 추가되기 때문에 분란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렌탈 계약 시 면제됐던 제품 등록비와 철거비, 할인 반환금, 사은품 등까지 위약금 항목에 합산돼 청구된다. 

지난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LG전자, 코웨이, SK매직, 쿠쿠홈시스, 청호나이스 등 7개 렌탈서비스 사업자들의 약관에서 위약금 외 설치비, 철거비 등이 포함되는 내용을 업체가 부담하라고 시정 조치를 한 바 있다. 

이후 업체들은 위약금 항목에서 설치비는 제외했으나 철거비는 작업비용을 이유로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SK매직 관계자는 "설치비는 과거 공정거래위원회 시정 조치 당시 대부분의 업체들이 위약금 항목에서 제외했다" "다면 철거비의 경우 소비자의 변심으로 인해 제품을 회수하는 경우 철거 작업에서 발생하는 인건비와 제품 파기 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쿠 관계자는 "철거비 부과 여부는 의무사용기간이 아닌 계약기간(소유권 이전 기간) 으로 구분된다"라면서 "계약 기간 도중 계약서에 명시된 고객의 사정으로 철거를 하는 경우에는 철거비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소유권이 이전 되기 전까지는 자사의 소유이기에 회수를 원칙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가입 때는 신경 쓰지 못했던 등록비도 소비자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이다. ​등록비는 말 그대로 '렌탈 계정 가입비'이다. 코웨이와 SK매직 등은 등록비 10만 원이 합산 청구된다. 세라젬은 안마의자 렌탈 해지 시 이에 2배에 달하는 등록비 20만 원이 청구된다. 단순히 계정을 가입하는 데 1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설치비를 등록비로 대체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에 대한 업체들의 해명은 다르다. 등록비가 비싸게 책정된 것은 고객이 사용했던 제품은 중도 해지 후 파기를 하거나 리퍼제품(중고제품)으로 처리를 해야 하므로 기업이 손해를 입게 된다. 등록비는 그런 손실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세라젬 관계자는 "렌탈은 제품을 일정기간 고객에게 제공한 후 렌탈료를 후불로 받는 구조다. 다만 고객이 중도해지를 했을 경우 사용했던 제품은 재판매가 어려워 업체 손실이 불가피하다. 안마의자는 정수기 등 타 제품군보다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등록비도 이에 비례해서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지한 잔여렌탈료 총 금액의 10% 기준보다 더 높은 퍼센테이지로 위약금을 부과하는 곳도 있다. 코웨이 안마의자나 매트리스 제품의 경우 잔여 렌탈료의 20%를 비롯해 등록비, 철거비, 할인받은 렌탈료 등을 합산해 위약금을 청구한다.

코웨이 관계자는 "안마의자나 매트리스 항목이 정수기와 위약금 산정 규정이 다른 이유는 이들 항목은 렌탈 항목이 아니라 금융리스 품목으로 잡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마의자와 매트리스같은 제품군은 수명주기가 7~8년으로 사실상 사용하는 기간 전부가 의무사용기간이기 때문에, 코웨이는 의무사용기간을 3년에서 5~6년으로 늘리고 월 렌탈료를 내리기 위해 금융리스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리스에 대한 중도해지 위약금이 적용되는데 위약금률은 대게 20~30% 가량이나 이는 부과하는 업체마다 상이하다. 코웨이는 지난 2015년 매트리스 렌탈 고객의 의무사용기간을 늘리면서 의무 사용기간 잔여 월 임대료의 30%를 물리던 기존 위약금 규정을 20%으로 낮춘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위약금도 문제지만 업체들이 이를 성실히 고지했는 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하대학교 이은희 교수는 "렌탈 업체들이 렌탈 계약을 이행하기 전 위약금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고지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제대로 인지했는 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보험업체에서도 계약을 진행한 뒤 고객이 이를 충분히 인식했는 지 서명을 받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업 잘못으로 해지해도 위약금 청구?...귀책사유 두고 갈등 속출

#.충남 당진에 거주하는 서 모(여)씨는 A업체 공기청정기의 AS신청을 하려보니 고객센터가 수차례 전화를 받지 않아 제때 접수를 하지 못한 것은 물론 AS를 받기로 한 당일에도 기사 개인 사정으로 수리가 지연됐다. 이를 사유로 렌탈을 중도 해지하려하자 위약금이 청구됐다.

#.경기도 파주시에 거주하는 김 모(남)씨는 B업체 음식물처리기를 렌탈하던 중 잔고장이 심해 AS를 요청했지만 수차례 시도에도 고객센터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제품을 사용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렌탈료는 매달 빠져나가자 김 씨는 제품 반환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위약금 70만 원을 청구했다.

#. 전북 군산에 거주하는 박 모(여)씨는 C업체 안마의자를 5년 약정으로 렌탈하던 중 실사용 1년 채 지나지 않아 고장이 났다. AS를 받은 후에도 두어차례 같은 고장이 반복되자 박 씨는 이를 이유로 제품 반환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로부터 60만 원이 넘는 위약금을 청구받았다.

#. 경기도 인천에 거주하는 유 모(남)씨는 노년의 아버지가 사망한 후 A업체 정수기 렌탈 계약을 해지하려보니 총 렌탈기간 60개월 중 잔여 렌탈 기간인 31개월치에 대한 위약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안내받았다. 사용자가 사망으로 인해 제품 이용이 어렵게 된 상황에서도 위약금이 청구됐다는 것.

#.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김 모(여)씨는 최근 아버지의 회사 이직으로 가족 전체가 캐나다로 이주 가게 되어 약정 만료가 1년 정도 남은 B업체 정수기의 렌탈 계약 해지를 요청했는데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달리 위약금 전액을 요청받았다.

렌탈 해지 사유가 소비자가 아닌, 기업에 있는 경우에는 위약금 문제로 인해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기 일쑤다. 소비자들은 제품이 자주 고장나거나 지나친 소음 발생, 방문 점검원이 제대로 제품 관리를 해주지 않는 등 기업에 과실이 있는 경우 자유로운 해지를 원하기 마련이지만, 현실에선 위약금이 청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해결기준' 中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해결기준' 中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해결기준' 中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해결기준' 中

일단 규정상으로는 기업에 과실이 있으면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맞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사업자의 귀책 사유로 제품 고장 및 훼손, 손해 발생 시 무상교환이나 손해배상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계약을 해지할 경우 업체는 등록비 상당의 손해배상금액을 소비자에게 반환해야 한다. 만일 AS 등 렌탈 서비스가 지연될 경우 지연한 기간만큼 렌탈서비스 요금을 감액해야 하며, 2회 이상 지연될 경우 소비자는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실제로 렌탈업체 관계자들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위약금 면제, 직원 관리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고객 주장이 아닌 당사 수리 불가 판정 시 동일 또는 동급 제품으로 교체해드리고 있다"면서 "동일 또는 동급 제품이 없는 경우에 한해 위약금 면제나 계약철회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고객 서비스 미흡을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교육과 시스템 강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회사 귀책으로 인한 서비스 불편 발생 시 사안에 따라 부품교체, 제품교체, 지연기간 렌탈료 할인 등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의 귀책을 판단할 구체적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서비스 품질이나 소음 발생 등은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고, 기업이 제품 고장 원인을 소비자과실로 돌리면 이를 반박하기도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코웨이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서비스가 2회 이상 지연하는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금해지가 가능하다"며 "이 같은 규정이 현장에서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직원, 대리점 등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자주 발생하는 소음 관련 민원의 경우 "출고 전에 소음 테스트를 거치고 있으며 위약금과 관련한 별도의 데시벨 기준치는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제품고장과 관련해서는 소비자과실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줄 별도의 심의기관이 존재하지 않아서 기업이 자체적인 기준을 정해 놓고 있으며, 그 내용은 대개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게시하고 있다. 외부충격이 가해졌거나, 음식물이나 장난감 등 이물질이 투입된 경우, 본사에서 지정하지 않은 기사가 설치 및 수리를 한 경우 등이 소비자과실로 판정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소비자가 불가피한 사유로 렌탈 이용이 어렵게 된 경우에도 계정이전이나 위약금 면제 여부를 놓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체 별로 살펴보면 계약자 사망에 대한 위약금 면제 규정은 모두 상이하다.  쿠쿠같은 경우 사망 서류를 제출하면 위약금 없이 면제가 가능하지만, 바디프랜드 등은 계약자가 사망한다고 해서 위약금이 따로 면제되진 않으며 대신 상속인이 먼저 계약을 상속받아 유지할지 해지할지 결정하게 된다. 상속인이 없는 특수한 경우에만 별도 위약금 없이 제품을 회수하고 종결처리하고 있다.

또 업체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에는 위약금 50%를 감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장에선 업체 설명과는 달리 위약금 전액을 요청받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 음식물처리기, 비데 건물 구조상 이전 설치 못하는 경우 많아 갈등 폭발 

#. 전남 광주에 거주하는 박 모(여)씨는 A업체 음식물처리기를 렌탈하던 중 이사하게 됐는데 신축 아파트임에도 싱크대 하부 설치가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 박 씨는 렌탈 계약을 체결하기 전 가정마다 호환되지 않는 제품을 장기 렌트로 계약 시 위약금을 청구한다는 안내를 받지 못했다.

#. 대전 중구에 거주하는 백 모(여)씨는 최근 타지로 이사하면서 4년 전 렌탈했던 B업체 음식물처리기를 설치하려고 보니, 이사하는 곳 부엌 싱크대 배수구가 이전보다 작고 전기도 연결돼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이에 업체 측에 질의해보니 해지 외엔 방법이 없으며 위약금은 50% 감면해준다는 안내를 전달받았다. 소비자 변심으로 제품을 사용하지 못한 게 아님에도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 경남 거제에 거주하는 박 모(여)씨는 C업체 비데를 약정기간 5년으로 계약해 렌탈하던 중 4년 가량이 지난 무렵 이사를 하게 돼 이전설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사한 집에선 변기 구조상 비데 설치시 화장실 문이 닫히지 않아 설치를 못하게 돼 해지를 요청하자 위약금이 청구됐다.

#.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는 손 모(여)씨는 D업체 연수기를 렌탈하던 중 이사를 가게 돼 이전설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설치기사는 '수전모양이 맞지 않아 설치가 불가능하다'면서 수전 교체를 하거나 반환하라고 설명했다. 이를 본사에 항의하니 업체 측은 '연수기 설치 불가한 곳에 이사한 고객 책임'이라면서 반환을 원할 시 위약금이 청구된다고 안내했다.

#.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정 모(남)씨는 운영하던 대리점에서 직원 명의로 A업체 정수기를 렌탈해 사용하다가 해당 직원이 퇴사해 다른 직원 명의로 이전하려보니 2촌까지밖에 명의 이전이 가능해 결국 거액의 위약금을 물고 해지했다.

새로 이사를 하는 곳에서 제품을 설치 할 수 없어 해지를 하는 경우에도 위약금이 청구돼 현장에서 잦은 갈등을 빚었다. 음식물처리기, 비데 등 직접 설치가 필요한 경우 등이 그렇다.

먼저 싱크대 내부 배수구에 연결해 사용하는 디스포저(습식분쇄) 형태의 음식물처리기는 싱크내 내부 일정 공간이 필요한데 집마다 규격이 달라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만일 이전 설치가 불가능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명의이전을 유도하거나 안 될 경우 위약금을 청구하고 있는데, 몇몇 소비자들은 목돈이 나가는 위약금을 낼 수 없어 사용하지도 않는 음식물처리기의 렌탈료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정기관리가 불가능한 도서지역 또는 저수압 및 지하수, 수질 등의 문제로 제품 설치가 불가능한 지역으로 이사갈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해지가 가능하다. 다만 음식물 처리기나 비데 등 제품의 이사 후 설치 문제는 이에 해당되지 않아 음식물처리기 업체들이 자체 규정을 통해 위약금을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 역시 "음식물처리기가 이사간 곳 싱크대에 설치되지 않는 등의 개별 사례는 상황과 제품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민원 접수를 통해 따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현재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명시된 내용에 적용되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업체들은 이전 설치시 호환이 안된다는 이유로 제품 설치를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음식물처리기 1위 업체인 스마트카라와 웰릭스는 현재 렌탈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

SK매직, 쿠쿠 관계자는 "집마다 호환이 가능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자사 이전 설치 시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만일 이처럼 불가피한 상황에서 위약금을 면제받으려면 해지 외 방법으론 명의이전이 있다. 렌탈 업체들은 대부분 명의이전을 허용하고 있지만 가족, 친지 간에만 가능하도록 규정을 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중고거래 등을 통해 안마의자를 거래, 이전 설치할 경우 업체 측에 제대로 사용자 등록이 안 될 수 있어 관리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 렌탈 이용 중에 이사 가려면 속 터져...약정 다 채워도 계약기간 남으면 철거비 물어야

#.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윤 모(여)씨는 B업체 안마의자를 이용하던 중 이사를 하게 되어 이전설치를 신청했다. 이사하는 곳과는 50km 가량 차이가 났다. 단순 이동 비용만 청구될 것이라 생각했던 윤 씨는 기본 물류비 45만 원에 더해 철거비, 설치비 명목으로 12만 원이 합산돼 총 57만 원을 부담하게 됐다.

#.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김 모(여)씨는 A업체 정수기를 렌탈하던 중 의무사용기간 내 해지 시 위약금이 청구된다는 사실을 알게 돼 3년 렌탈 기간을 모두 채웠다. 이후 별도 비용이 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해지하려보니 수거비 명목으로 5만 원이 청구됐다. 

소비자가 약정한 렌탈 기간을 성실하게 채우는 경우에도 추가적인 금전부담은 발생한다.  

약정 기간 중에 이사를 가게 될 경우 제품을 옮겨서 다시 설치하는 비용이 청구된다. 제품 설치비는 렌탈 최초 계약 시에는 면제되는 경우가 많지만, 제품 이전설치하거나 철거할 경우엔 렌탈 서비스를 유지해도 별도의 비용을 물어야 한다. 이전 설치비는 약정기간이나 의무사용기간과 상관없이 부과된다.

문제는 그 비용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안마의자처럼 부피가 나가는 제품은 거리에 따라서는 50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는 점이다. 

렌탈 품목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정수기의 경우 이전설치비가 지난 2018년보다 1~2만 원 가량 인상됐다. 만일 1~2만 원 선의 설치 기사 출동비까지 합산하게 되면 1회 6~8만 원 가량이 청구된다.
 


정수기는 비용이 인상되더라도 10만 원 안에서 그치지만 프리미엄 제품군이 많은 안마의자의 경우 이전설치비가 기본 10만 원이 넘는다. 

이전 설치비는 주로 장소 간의 거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바디프랜드의 경우 300km를 넘을 경우 7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세라젬도 같은 수도권 안에서 안마의자를 이전 설치하더라도 20만 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특히 바디프랜드는 올해 1월 자사 마사지체어 이전설치 비용을 이동 거리에 따라 최대 62.5% 올린 데 이어 3월엔 분해·조립비용도 6만 원에서 8만 원으로 최대 33.3% 인상하기도 했다. 업체 관계자는 "인건비와 유류비, 물류비 등의 각종 인상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렸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약정기간을 다 채우고 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청구되는 회수비 혹은 철거비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약정기간을 성실히 채웠는데 추가 부담을 지우는 건 부당하다는 불만이다. 

렌탈 가전의 경우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의무 약정기간과 이를 포함한 총 계약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다. 의무사용 기간이 끝나더라도 기기 소유권은 업체에 있고 계약기간을 모두 채워야만 소유권이 계약자에게 넘어 간다. 렌탈업체들은 소유권이 계약자에게 넘어간 시점에서야 무상철거를 해준다. 따라서 '3년 약정 5년 계약'의 경우 3년 사용은 최소한의 의무이고, 계약기간 5년을 다 채우기 전에는 계약해지시 철거비 혹은 회수비가 발생한다.

이 부분은 규정상 문제를 제기할 근거가 마땅치 않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약정기간에 대한 오해로 인해 갈등을 빚고 있으므로, 계약 당시에 충분한 설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렌탈사 관계자는 "총계약기간에 따른 회수비 부과 여부는 업체마다 규정이 상이하지만, 기본적으로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며 "소비자들이 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약정기간만 다 채우면 된다고 생각해 항의하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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