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의사는 '발달지연' 처방, 보험사는 '장애'라며 보험금 거절....발달지연 지급액 폭증하자 심사 강화 갈등
상태바
의사는 '발달지연' 처방, 보험사는 '장애'라며 보험금 거절....발달지연 지급액 폭증하자 심사 강화 갈등
손해율 악화 항목으로 낙인...의사 진단도 무소용
  • 이예린 기자 lyr@csnews.co.kr
  • 승인 2024.03.29 0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례 1#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2019년생인 자녀가 2021년부터 발달지연으로 병원에서 언어치료를 받으며 호전되고 있으나 치료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이 씨는 진단서와 치료 세부내역서를 A보험사에 제출하고 보험금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의료 자문을 통해 아이가 '장애 코드'를 받았다고. 이 씨는 검사를 수긍할 수 없어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했고 발달지연 코드를 받아 서류를 다시 제출했지만 또다시 거절당한 상황이다. A보험사 관계자는 "이 씨 자녀의 경우 병원에서 발달지연 치료를 3년간 받고 있으며 지급 보험금만 2500만 원에 달한다"며 "의료자문 이후 발달지연 R코드가 아닌 장애코드 F코드가 나와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사례 2# 경기도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김 모(여)씨의 2019년, 2020년 연년생 자녀는 대학병원에서 코로나로 인한 발달지연 증상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 시기부터 꾸준히 치료를 받았고 사회적격리가 해소되면서 아이가 발전된 모습을 보였기에 치료 횟수를 늘린 것이 화근이었다. B보험사 측은 발달지연 치료일수가 길고 횟수가 갑자기 증가했다며 의사 재검이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김 씨는 객관적 지표 없이 보험사가 지정한 병원에서 의료자문을 꼭 해야 한다고 압박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B보험사 관계자는 "단순 진단서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고 정확한 판단을 위해 의료자문 실시를 권유하고 있지만 김 씨가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손해율을 잡기 위해 아동의 발달지연 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며 소비자와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코로나 영향으로 아동의 발달지연 진단이 증가하면서 장기간 실손 보험금을 반복 청구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불가피한 치료인데도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주장하나 보험사는 그간 문제가 됐던 백내장, 도수치료와 마찬가지로 발달지연 치료 보험금 지급이 늘며 손해율이 높아져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29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는 자녀가 발달지연 진단을 받아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치료 받은 비용을 보험금으로 청구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제보가 최근 들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발달지연의 경우 꾸준하고 정기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해 병원비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믿었던 보험금마저 거절당한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 모든 보험사들이 이같은 문제로 소비자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발달지연이란 특정 질환 혹은 장애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나이에 따른 발달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발달 선별검사를 통해 해당 연령의 정상 기대치보다 25% 뒤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코로나19 이후로 사회적 격리가 지속되면서 가정과 기관 등 양육, 보육 환경에서의 변화가 아동 발달에 영향을 미쳤고 관련 진단도 큰 폭으로 늘었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발달지연 보험금 지급액은 1632억 원으로 전년 1241억 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되던 2020년 388억 원에서 대비해서는 급증한 수준이다. 10대 비급여 중 보험금 지급액이 6번째로 많다.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며 누수액이 커지자 보험사들이 심사를 강화하면서 현장에서 갈등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발달지연으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8세 이하 자녀가 말하기 및 음성에 관련된 증상 및 징후 등 이상소견을 의미하는 'R코드'를 받아야 한다. 'F코드'는 정신장애를 의미하기에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R코드를 부여 받아도 횟수와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보험사 측에서 의료자문 시행을 권유하고 있다. 자문 검사에서 F코드를 받으면 사실상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가입자들은 코로나 이후 약 4년간 보험금을 반복 청구해 약 인당 2000~30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 받고 있다"며 "일명 발달지연 코드가 잘 나온다는 병원을 공유하면서 진단서를 내기 때문에 의료자문을 실시해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


관련기사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