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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민원평가-건설] "화장실 물 새는데 5년 넘게 수리 안돼"...부실시공 논란에 '하자' 민원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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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민원평가-건설] "화장실 물 새는데 5년 넘게 수리 안돼"...부실시공 논란에 '하자' 민원 급증
  • 이설희 기자 1sh@csnews.co.kr
  • 승인 2024.08.30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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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상반기 소비자 민원은 달라진 소비 패턴에 따라 변화를 보였다. 올 초부터 이어진 부실 시공 이슈로 건설사 하자보수 관련 민원이 크게 늘어난 반면 가전·렌탈, 이동통신 서비스 등 전통적인 업종과 대형마트 등 이용자가 감소하는 업종에서는 민원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자유여행이 증가하며 항공사, 숙박예약사이트 민원은 치솟은 반면 패키지가 주력인 일반 여행사는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상반기 동안 소비자고발센터에 제기된 소비자 민원을 업종별로 분석했다. [편집자 주]

# 경기도 용인에 사는 최 모(여)씨는 올해 2월 도급순위 5위권 내에 꼽히는 유명 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로 입주했다. 최 씨가 옵션으로 계약했던 시스템 에어컨에서 녹슨 부품이 사용되고  분진이 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녹슨 부품이 발견된 에어컨은 교체할 수 있었지만 분진이 흡착된 에어컨은 보수 담당자가 화장실에서 물로 닦아준 게 전부였다. 최 씨가 여러 차례 에어컨 내부 냉각 필터 교체를 요구했지만 "교체 대상이 아니다"라는 통보를 받아야만 했다. 최 씨는 "새집으로 이사 오면서 새 제품을 구매한 건데  분진이 흡착된 에어컨을 그대로 사용하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 경북 경주에 사는 전 모(남)씨는 5년 전 유명 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에 입주했다. 입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안방 화장실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전 씨는 누수 확인 직후 시공사 하자접수센터에 꾸준히 신고했지만 지난 1월까지도 수리가 되지 않은 상황. 하자 수리 직원은 5번이나 방문해 점검했지만 수리해 주지 않고 돌아갔다. 결국 전 씨는 시공사에 내용증명까지 보내야만 했다. 전 씨는 "입주자에 대한 대기업에 갑질"이라고 분노했다.

경기도 평택에 사는 황 모(여)씨는 도급순위 10위권에 오른 건설사가 새로 시공한 아파트에 2023년 입주했다. 황 씨는 입주 1년이 되지도 않았는데 안방 베란다에서 누수가 발생한 것을 발견했다. 탄성코트까지 누수 얼룩이 번져버린 상태. 하지만 시공사는 누수 공사를 제때 처리해 주지 않았다. 심지어 시공사는 "누수로 얼룩이 생긴 탄성코트는 인테리어로 들어가기 때문에 보상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황 씨는 "냄새와 곰팡이가 생기기 직전인데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라고 답답해했다.

올해 1~6월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건설 관련 민원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0%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실시공 논란으로 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자’에 대한 불만이 37%에 달했고 서비스 항목도 30.9%로 높게 나타났다. 이어 ▶계약에 관한 불만이 19.8% ▶옵션 4.9% ▶입주 관련 민원이 3.7%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2024년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상위 12개 건설사인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GS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한화건설·호반건설 등이다.
 


아파트 부실시공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며 올해 상반기 건설업계 민원도 '하자'에 가장 많이 쏠렸다. 특히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진 올해는 입주 기간이 끝나지 않은 신축 아파트에서도 대규모 침수 등 누수 피해가 발생하며 불만이 쏟아졌다.

아파트 등 공공주택 입주 전 사전점검에서 발견한 하자가 입주 후에도 처리되지 않았다거나 보수 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불만이 많았다.

베란다와 거실, 방 등 집안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하는 것은 흔한 하자 중 하나다. 시공 문제로 집 전체에 누수가 발생해 벽지는 물론 가구까지 곰팡이로 2차 피해를 입는 일들이 발생했다. 입주를 며칠 앞두고 벽면의 콘크리트가 떨어지거나 싱크대에서 원인모를 악취가 발생해 고통받는 경우도 있었다. 현관문이 바닥에 닿아 문이 열리지 않는 등 황당 하자 사례도 드물지 않다. 입주 전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한 후 공사하며 발생한 분진, 먼지 등으로 기기 고장을 우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몇 번이나 하자 점검을 왔지만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해 소비자 원성을 샀다. 아예 점검조차 하지 않고 '보수 완료'로 처리해 갈등을 빚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베란다 누수로 인해 벽면까지 얼룩이 생긴 모습
▲베란다 누수로 인해 벽면까지 얼룩이 생긴 모습
 
하자로 인한 불만은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 이어졌다. 하자 신고를 해도 빠른 보수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불만이 속출했다. 일부에서는 모바일로 하자 신청했는데 해당 내용이 계속 삭제돼 지연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하자보수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보수 담당자나 현장 사무소 측과 연락이 닿지 않다 보니 의도적으로 처리를 피한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올해는 계약 관련 불만도 늘었다. 지난해 계약 관련 민원은 9.8%였지만 올해는 19.8%로 10%포인트 상승했다. 분양 사무실에서 가계약 후 해약 시 바로 환불이 가능하다는 말을 믿고 가계약금을 입금했지만 환불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례가 많았다.

옵션 관련 민원은 지난해보다 2.9%포인트 줄어 4.9%로 나타났다. 옵션을 계약했지만 약속한 기간 내에 설치가 되지 않았다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와 함께 계약 후 유상옵션 취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는 일도 잦았다.

▲윗집에서 발생한 누수로 인해 옷방 벽지가 뜯어진 상황
▲윗집에서 발생한 누수로 인해 옷방 벽지가 뜯어진 상황

국토교통부에서 처리하는 전국 아파트 하자 분쟁 건수는 한 해 평균 43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해 하자 발견 시 보수 기한을 더욱 정확하게 규정했다. 일반 하자는 준공 후 최대 180일 이내, 중대 하자는 90일 이내 보수를 끝내야 한다. 이는 하자 보수가 지연되거나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입주 전 내부 마감공사 완료를 필수 조건으로 지정하면서 입주자들이 하자 관련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 도입된 규정에 따르면 신축 아파트는 입주자의 사전 방문이 시작되기 전에 내부 마감 공사를 완료해야 한다. 이같은 개정으로 하자를 통한 불편과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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