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부동산 임대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중계약이나 허위계약으로 보증금을 날리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된 소비자들이 발을 구르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등 요로에 호소문을 올리고 있지만 피해 구제는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계획적이고 지능적인 사기 행각을 벌인뒤 행방을 감추고 있기 때문.
최근 부동산 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 부동산 중개업자를 끼지 않고 사업자와 직접 당사자 간 거래를 진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푼 수수료를 아끼려던 욕심이 전 재산을 말아먹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일반인들의 부동산에 대한 얕은 지식도 부동산 사기 기승에 한몫 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차인 뿐 아니라 임대인도 부동산 사기에 걸려들고 있다. '부동산 보이스피싱'이란 신종 사기수법까지 등장해 임대인을 노리고 있다.
◆ 이중계약 부동산 사기 기승, 소규모 시행사 주의보
아파트 한 호수에 여러 명을 중복 계약시켜 그 돈을 빼돌리는 건설사의 사기행각이 드러났다. 문제의 아파트는 2006년 태백시에 309가구 규모로 분양된 영조아름다운 나날 아파트. 시행사는 랜드브레인이며, 현재는 연락두절 된 상태다.
피해자 안 모(여.35세)씨는 지난해 5월 해당 아파트 가구의 등기부등본 상 소유자가 랜드브레인임을 확인하고 5천5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안 씨는 몇 달 뒤 전세 계약했던 아파트에 이미 기존 계약자가 존재하며, 랜드브레인 측이 기계약자의 명의로 9천여만원의 대출까지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시행사인 랜드브레인 측이 아파트 준공 후 계약한 기계약자가 보존등기를 할 시기에 먼저 등기를 마치고 전세세입자인 안 씨와 또 다른 계약을 맺은 것. 보존등기란 등기상 소유자가 없던 토지에 최초로 소유자 등기하는 것을 말한다.
기계약자는 차후 아파트 프리미엄을 보장하겠다는 시행사의 유혹에 명의를 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은행 측이 "대출이자가 연체되고 있다"라며 아파트 공매계획을 밝혀 안 씨 외 똑같은 수법에 피해를 입은 18가구의 입주자들은 도망간 시행사로부터 임차보증금 회수는커녕 길바닥으로 내몰릴 처지에 놓이게 됐다.
◆ 건설사 및 중개업소 맹신, 섣불리 계약하면 낭패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와 가람건설이 공모, 중개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명목으로 임차인들을 낚는 사기가 발생했다.
피해자 황 모(여.23세)씨는 지난해 3월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소개로 부산 사하구 소재 가람리버빌 아파트를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으로 임대 계약했다.
이 과정에서 중개업소는 중개업자가 빠진 당사자 간 임대 계약을 유도했다. 수수료 또한 중개업자가 아닌 가람리버빌 측 직원의 개인통장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황 씨는 10만원 가량의 중개업자 수수료를 아낄 수 있었기에 중개업소의 요청대로 계약했다.
또 다른 피해자 정 모(여.24세)씨는 1년 전 전봇대에 붙은 전월세 광고전단을 보고 가람건설과 보증금 1천400만원에 월세 14만원으로 직접 계약을 맺었다.
그러던 지난 6월 황 씨와 정 씨 등 가람리버빌 입주자들은 '2007년 가람건설산업 측이 소유하고 있던 가람리버빌의 오피스텔 46가구와 아파트 7가구 등 총 53가구의 소유권을 KB부동산신탁회사에 담보신탁으로 소유권을 이전했었다'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다시 말해 지난해 가람건설과 계약을 맺었던 임차인들은 KB부동산신탁회사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어야 했던 것이다. 중개업소와 가람건설의 '짜고 친 고스톱'에 대량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후 가람건설산업은 부도가 났고 현 시점에서 사기 계약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입주자들은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졌다.
KB부동산신탁회사 관계자는 "사기 피해를 입은 임차인들의 구제방법을 찾고자 구청과 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했다"면서 "구청에서도 이 분들에 대한 구제방안에 대해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 부동산 보이스피싱?
부동산 임대나 매매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 접근해 "계약을 유리하게 체결해주겠다"라며 돈을 뜯어내는 신종 '부동산 보이스피싱'이 등장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피해자 곽 모(남.39세)씨는 최근 운영이 어려워진 편의점의 임대광고를 중개업소와 생활정보지 등에 게재했다.
하지만 편의점 임대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곽 씨에게 걸려왔다. 자신을 부동산업자라고 소개한 그는 "편의점 임대 희망자가 수익 분석 자료를 요청하고 있으니 서울의 '우성평가소'라는 곳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평가 접수비 58만원을 송금하라"라고 계좌번호를 알려왔다. 곽 씨는 즉시 돈을 송금했다.
이어 그는 한 시간가량 뒤 "점포주에게 유리하게끔 계약을 체결해야 하니까 우성평가소에서 3가지 서류를 발급받아야 한다"면서 수수료로 건당 60만원 씩 총 180만원을 요구해 왔다.
연이의 금전 요구에 곽 씨가 의심하자 그는 "만약 상대가 계약을 해지하면 계약금은 점포주의 것이니 수수료는 별 것 아니다"라면서 송금을 독촉했다. 결국 이번에도 곽 씨는 송금했다.
개운치 않은 맘에 곽 씨는 우성평가소라는 곳을 찾아봤지만 존재하지 않았다. 그제야 속았음을 알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범인은 이미 잠적해 찾을 수 없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공제사업부 관계자는 "모든 중개업자는 법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하게 돼있어 중개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임차인은 보상받을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임차계약을 맺을 때는 중개사무실에서 계약서를 작성할 것이며, 중개업자의 날인이 돼 있음을 꼭 확인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개업자의 개입 없이 단순 소개로만 계약이 체결됐을 경우에는 소송을 통해 '중개업자의 잘못'이란 판결을 얻게 된다면 보상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