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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 난 '통신 메뚜기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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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 난 '통신 메뚜기족'
  • 이민재 기자 sto81@csnews.co.kr
  • 승인 2010.05.1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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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번호이동 시장에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이동통신 3사의 번호이동자는 44만88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3만9천 건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지난 2005년 번호이동제도가 통신 3사로 확대 시행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2006년 4월의 32만1286명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번호이동건수가 이렇게 감소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으로 4월에 통신사간 경쟁이 소강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고, 이동전화 시장 자체가 정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더 해 업계 관계자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마케팅비 규제를 앞두고 이동통신사들이 비용관리에 들어간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남의 고객을 빼오기 위해 보조금을 남발하던 통신사들이 돈을 마음껏 쓰지 못하는 바람에 통신사를 옮겨가며 최신 휴대폰을 장만하던 메뚜기 고객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통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인 덕분에 메뚜기 고객이 감소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반겨 맞을 만한 일이다.

사실 보조금만 따먹고 통신사를 갈아 치우는 메뚜기족은 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낭비를 초래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존재다. 얼마 쓰지도 않은 휴대폰이 이들의 손에서는 서너 달 만에 중고폰으로 버려지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번호이동자는 1031만2천명에 달한다. 통신서비스 가입자 순증 규모가 463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새로 가입한 사람 가운데 4명당 1명꼴로 있는 휴대폰을 버리고 새 휴대폰을 장만한 셈이다. 물론 이들을 전부 메뚜기로 몰아갈 수는 없다. 다만 번호이동자가 늘어나는 만큼 메뚜기 숫자가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방통위가 마케팅비 규제 가이드라인은 제시하기로 한 것도 그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그 덕분에 번호이동이 줄었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번호이동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비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통신사들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신규고객 유치에 몸이 달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케팅 싸움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

어디 그뿐인가. 통신사들이 보조금 지급을 축소하자 일선 대리점에서는 약정에 묶여있는 타사 고객들을 빼내기 위해 위약금 대납을 내세운 편법영업을 펼치고 있다. 관행처럼 자리 잡은 통신사들의 과잉경쟁이 사라지지 않는 한 메뚜기족의 근절은 요원해 보인다. 

통신사들이 틈만 나면 강조하는 '마케팅비 절감을 통한 R&D투자 확대와 고객에 대한 서비스 강화'가 언제쯤 실현될지 궁금하다.

이민재 기자/sto81@c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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