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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거짓말에 소비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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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거짓말에 소비자 운다
불완전판매 피해 속출..녹취 증거 없어 '발동동'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0.07.19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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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보험설계사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거나, 거짓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설계사를 통한 보험계약의 경우 1대1 상담이 이뤄지다보니 녹취록 같은 증거가 남지 않아 설계사가 고의로 혹은 실수로 불완전 판매를 하더라도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어 소비자만 피해를 당하기 십상이다.


설계사의 불완전 판매가 문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업체들은 설계사 교육강화 등을 통해
불완전 판매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100% 환불 약속..설계사 인정 안한다니까" 돌변

충남 천안시 불당동에 사는 김 모(여․41세) 씨는 지난 2007년 4월 S사에 근무하는 한 설계사로부터 남편과 함께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남편의 정년이 55세인 점을 감안해 금액은 크더라도 15년 완납 80세 보장, 월보험료 35만원가량 내는 상품에 가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설계사는 이에 맞춰 설계서를 가져왔다.

설계서 내용 중에는 '3년납 정기납'으로 표기돼 있었고 설계사는 3년마다 보험료가 갱신되는데 1천원 미만으로 오르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고.

하지만 김 씨는 3년여가 다된 2009년 11월 이 상품이 나이를 먹을수록 갱신보험료가 올라가고 15년 납입 이후에도 80세 보장기간까지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80세까지 내야할 갱신보험료가 30만원이 넘었다.

설계사에게 따지자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그는 보험사 측에 민원을 제기해 보험사 민원담당자와 설계사와 삼자대면을 했다.

당시 설계사는 '3년납 정기납이라고 설명했다. 80세까지 내야 되는 줄은 몰랐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보험사 측은 11월 27일 100% 환불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며칠 후 보험사 측은 '설계사가 인정하지 않는다'며 돌연 입장을 바꿨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환불이 어렵다고 했다.

김 씨는 "보험사 측이 상품설명이 미비했던 점을 인정해 환불하겠다고 해놓고 설계사가 인정 안하니까 못 준다고 하는 건 너무 불합리하다"며 "설계사는 보험사가 100% 환불한다고 하니까 200만원을 주면 보험처리가 잘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제안했다가 거부당한 후 이런 짓을 벌였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S보험사 관계자는 "계약자와 설계사의 주장이 너무 달라 이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금감원에서도 이미 결과가 나온 만큼 보험사에서 도와드릴 부분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납보험료 환불 번복과 관련해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민원담당자가 개인적으로 밝힌 의견일 뿐 문서상으로 통보한 게 아니기 때문에 구속력은 없다"고 해명했다.

설계사가 금전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새보험 갈아타면 이익"..설계사 말에 200만원 날릴 뻔

거제시 장평리에 사는 조 모(여.41세)씨는 지난 2007년 4월 A사의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고 월 9만 800원의 보험금을 지난 3월까지 총 35회 납입했다.

그런데 올 3월말 담당 설계사가 '지금 계약한 보험보다 이윤이 많이 남는 상품이 나왔다'며 기존 보험을 해약하고 새로운 보험 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지금 해약하면 100만원 가량 손실을 보지만 5년 이내에 이득을 보게 될 거라고 했다.

지난 4월 초 조 씨는 기존 보험을 해약하기 위해 콜센터에 문의했다. 상담원은 설계사의 설명과 달리 "이달에 보험을 해약하면 지금까지 납부한 금액인 300만원 가량 중 40%인 120만원만 환급된다"고 안내했다. 설계사의 말을 따랐더라면 200만원을 손해볼 뻔했던 것이다.

조 씨가 항의하자 설계사는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며 한달분의 납입금을 미리 낼 수 있도록 조치해 줬다. 조 씨는 기존 보험을 해약하는 게 불안해서 결국 기존 보험을 유지하면서 새 보험에도 가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A사 관계자는 "고객이 환급금 손실을 감수하고 새 상품에 가입해도 장기적으로 회사에 이득이 생기지는 않는다. 다만 설계사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과도한 마케팅을 벌이는 경우가 있다"고 설계사 책임으로 돌렸다.

"보험 설계사 말 무턱대고 믿으면 발등 찍힌다"

대구시 북리의 양 모(남.32세)씨는 2009년 2월 두 딸 앞으로 L사의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가입 후 4개월이 지난 6월경 대구경북대학교병원에서 첫째 딸이 선천성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심장에 인공혈관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400만원 상당의 수술비가 걱정됐지만 보험 설계사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통보해 양 씨는 바로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뒤 설계사의 안내에 따라 곧바로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큰 딸은 약관상 해당사항이 없어 보상지급이 불가하다"고 통보받았다.

설계사는 "잘못 알았다. 지금까지 납입한 금액을 돌려줄 테니 보험을 해지하라"고 발뺌했다.

양 씨는 뒤늦게 설계사가 계약 시 임의로 피보험자를 둘째 딸로 하고 첫째 딸은 확장담보로 가입시키면서 보상 범위 3가지를 누락시키는 바람에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됐다.

양 씨가 보험사 대구 지사에 억울함을 호소하자 담당자는 설계사의 과실을 인정하고 보상금 지급 및 보험 내용 수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수개월이 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아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 결과 지난 2월 4일 '양 씨의 민원과 설계사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아 해결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설계사가 말을 번복하면서 양 씨가 피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대해 L사 관계자는 "양 씨의 계약은 본인의 동의하에 정상적으로 처리 된 것으로 설계사의 안내미숙, 사실번복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3개월 내에 따져야 환불..녹취 등 증거확보 필수

현행법상 품질보증기간인 3개월 이내(TM상품의 경우 6개월 이내)에 소비자가 불완전판매사실을 알고 이를 보험사에 알릴 경우 보험무효 및 기납보험료를 모두 돌려받을 수 있게 돼 있다.

따라서 이 기간 안에 구제를 받으려면 설계사를 무턱대고 믿기 보다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상품에 대해 꼼꼼한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다만, 품질보증 기간인 3개월이 지나면 설계사의 허위판매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녹취, 허위 안내문 등)가 있지 않는 이상 환불은 불가능하다.

설계사가 자신의 과실을 인정할 경우 보험사들은 계약자가 해지를 원하면 그간 납입한 보험료를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대신 설계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들의 경우 설계사가 잘못을 인정해도 규정 등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미루거나 환불을 거부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설계사의 불완전판매는 계약자가 이를 입증하지 않으면 실상 밝혀지기 어렵다"며 "보험 계약시 설계사의 설명에만 의존하지 말고 보장내역과 기간, 보험료 등 보험상품 설명 책자와 약관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설계사의 상담내용을 녹취해 두거나 주고받은 이메일, 문자 등을 저장해 놓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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