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두통약 게보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삼진제약(대표 이성우. 사진)은 ‘게보린’의 주요 성분이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점 보완없이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를 강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게보린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종근당의 펜잘을 비롯한 다른 제품들이 문제의 성분을 무해한 성분으로 대체한 것과 달리, 삼진제약의 이성우 사장과 창업주인 조의환, 최승주 회장 등 경영진과 회사 소유주들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문제는 결국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질타의 대상이 됐고, 급기야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안전성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게보린 판매에 타격이 예상된다.
IPA제제 의식장애 등 부작용..국내선 일반의약품
게보린에 함유된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 성분은 의식장애 등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캐나다, 터키 등에서 시판이 금지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게보린이 일반의약품으로 유통되고 있어 소비자들이 아무런 제한없이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오남용 우려를 낳고 있다.
IPA 복합제로는 게보린 뿐 아니라 펜잘(종근당), 암씨롱(동아제약), 사리돈에이(바이엘코리아) 등 30여개 품목이 허가돼 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국내에서 IPA제제의 안전성 논란이 일자 종근당, 동아제약 등이 IPA 대신 에텐자미드 성분이 들어간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반면 삼진제약은 게보린의 안전성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괜찮다”며 아무런 대책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게보린이 각계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것은 2008년 이후 국내에 일반의약품으로 남아 있는 IPA복합제 가운데 게보린과 사리돈에이가 두통약 시장에서 상위권을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게보린을 비롯한 IPA제제에 대해 15세 미만에게는 투여하지 않도록 연령제한 조치만 취하는 등 미온적인 대응에 그쳐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정감사도 IPA제제 논란..전문의약품 전환해야
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게보린을 비롯한 IPA제제를 전문의약품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은 “게보린 등 IPA제제는 의식장애 같은 치명적 부작용은 물론 골수억제 작용에 과립구감소증과 재생불량성 빈혈 등의 혈액 질환을 유발시켜 해외에서 시판이 금지된 약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전문약 전환이나 판매금지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이낙연 의원도 “식약청이 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에서조차 사용상 문제점을 제기한 게보린의 시판을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 의원은 “부작용 성분을 제거하면 해결될 문제를 식약청과 제약회사가 끝까지 고집하고 있다”며 “식약청장은 국민이 불안해 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이어 민주당의 박은수 의원은 “2008년부터 국회, 감사원에 꾸준히 IPA제제 안전성 논란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지만, 식약청의 자문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시간을 끌다가 ‘단기치료 제한, 15세 미만 사용금지’의 미온적 수준으로 허가사항을 변경하는데 그쳤다”고 질타했다.
최근 학생들이 조퇴를 하려고 IPA제제인 게보린을 다량 복용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식약청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식약청이 국내에서 IPA제제인 게보린을 판매하고 있는 삼진제약을 봐주려고 전문의약품 전환 또는 시장퇴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유착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식약청은 그동안 IPA 성분이 아직 유럽의 주요국가에서 시판되고 있고, 부작용이 치명적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내 시판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내에 보고된 IPA제제 부작용 대부분이 어지럼증 등 가벼운 증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청은 IPA제제에 대해 장기간 사용 금지와 연령제한 조치를 내린만큼, 내부적으로 추가적인 조치를 내리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성논란에 재점화 됐다.
결국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이 집중 포화를 견디지 못한 노연홍 식약청장은 7일 "IPA제제의 안전성을 따져 일반의약품으로서 시판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게보린의 일반의약품 판매 지속여부는 보건당국의 판단에 따라 변화를 맞게 될 상황에 놓였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진제약, 돈되는데 왜 포기해?
삼진제약이 그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게보린의 일반의약품 판매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한 마디로 돈 때문이다.
게보린을 제외하면 딱히 내세울 제품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제품을 리뉴얼 하거나,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할 경우 매출에 치명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창업주인 조의환, 최승주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으면서 장수 CEO로 군림하고 있는 이성우 사장이 게보린 개발을 직접 주도한 인연으로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1653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12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그 중에는 두통약 게보린을 포함해 정제 의약품의 매출액은 911억 5천200만원(55.11%)에 달했다. 무엇보다도 게보린 등 정제 약품의 경우 수출액 1억 3천400만원을 제외한 910억원어치 모두 국내에서 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삼진제약은 1970년대 후반 스위스에서 들여온 진통제 처방전으로 게보린을 만들어 출시 6년만에 진통제 시장 1위 제품에 올랐고 지금은 '한국인의 두통약'으로 통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게보린 개발 이전에는 중소제약사에 지나지 않았던 삼진제약은 게보린의 매출호조에 힘입어 중견 제약사로 발돋움했지만, 그 외에는 딱히 히트제품을 내놓지 못해 기형적인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텨온 삼진제약이 식약청의 IPA제제에 대한 안전성 재검토 결과에 따라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두통 나으려고 먹었는데...
사람들이 살아가는 기사 잘 써주는 소.만.신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