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크게 개선, 진로와 하이트 합병의 시너지를 본격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맥주가격을 인상한 것이 실적개선에 한몫을 했고 조만간 소주가격 인상이 예정돼 있어 추후 상승세를 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합병에 따른 착시효과를 감안하면 실적개선 폭이 드러나는 것만큼 크지 않을 뿐더러 맥주시장 점유율 하락 등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는 평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올 3분기에 매출 5천490억원, 영업이익 59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0.9%, 영업이익은 65.3%나 증가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맥주가격 인상 등의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 9월 이뤄진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합병에 따른 착시효과도 작용했다.
비교대상인 지난해 3분기 실적에서 하이트맥주의 7월~8월 실적이 누락된 채 9월분만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이트진로 3분기 실적에는 하이트맥주의 9월 실적인 매출 850억원, 영업이익 103억만이 포함됐다.
어림짐작으로 하이트맥주의 9월 실적이 7~8월치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계산을 다시 해보면 지난해 3분기 매출은 5천300억원, 영업이익은 570억원 내외로 늘어난다. 이 숫자를 적용할 경우 매출증가율은 2.8%, 영업이익 증가율은 5.3%로 크게 낮아진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하이트진로의 3분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아닌게 확실하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하이트진로의 3분기 실적을 양호하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월1일자로 하이트맥주와 진로(소주) 합병으로 인한 외형 증가 효과로 전년 동기와의 정확한 비교는 어려우나 이를 고려해도 양호한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연구원은 또 "3분기 실적은 주류 비즈니스에서의 가격 인상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며 "맥주 부문 조정 영업이익률이 7.7%에서 15.4%로 급증한 것이 그 예"라고 덧붙였다.
상반기 실적을 보면 하이트진로의 실적개선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하이트진로는 올 상반기 매출 9천805억원, 영업이익 1천331억원을 거둬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매출은 84.8%, 영업이익은 63.1%나 늘렸다.
하지만 합병 이전 두 회사의 상반기 실적을 더 해서 비교할 경우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보다 5.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합병 이후 하이트진로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합병 전에 비해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3분기 실적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전시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이뤄진 맥주가격 인상이 3분기 실적 개선에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소주 가격 인상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하이트진로의 실적 향상을 전망했다.
다만 주력사업의 성장정체와 치열한 점유율 경쟁은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전체 매출 44%를 차지하는 맥주의 시장점유율이 해마다 줄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맥주시장 점유율은(과세+면세 출고기준)은 2010년 53.59%에서 2011년 48.18%, 2012년 8월 누계 44.01%로 해마다 줄고 있다.
올들어도 이같은 추세는 이어져 지난 1월 48%에서 3월~5월 46%, 7월 49.6%, 9월 43.4%를 기록하며 부침을 겪다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점유율 하락세 뿐 아니라 전체 맥주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맥주소비량은 1조8천497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성장에 그쳤다.
하이트진로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소주사업은 올들어 점유율을 회복했지만 전체 시장이 줄고 있어 매출증가에 한계를 드러낸 상황이다.
하이트진로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작년 4분기 45.8%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10월 50%로 상승했다. 반면 국내 소주소비는 지난해 1조2천152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재무건전성이 나빠진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이트진로는 작년 인수합병 과정에서 총차입금이 1조3천476억원까지 늘어나 부채비율이 2010년 132.5%에서 지난해 말 151.1%로 크게 높아졌고, 올 3분기에도 소폭 상승한 상태다.
관건은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효과가 얼마나 발휘되느냐와 소주 가격 인상의 시기와 폭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합병으로 인한 영업실적 개선으로 차입금규모도 줄어들 것”이라며 “조만간 소주 가격 인상도 단행될 가능성 높아 내년 조정 영업이익은 55.8%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은 이같은 전망에 근거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4만2천원을 유지하기도 했다.
한편 하이트진로의 주가는 실적개선 평가에 힘입어 지난 28일 3만250원에 마감됐다. 전일 대비 1천400원, 4.85%가 오른 가격이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