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된 냉장고 전면유리 갑자기 깨져=울산에 사는 한 모(여)씨는 B가전업체의 냉장고 전면 유리가 깨지는 일을 겪었다. 구매한 지 5년이 지난 제품이라 유상수리를 받았지만 아무 사용도 하지 않던 상황에 사고가 발생해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했다.
◆ 냉장고 선반 강화유리 '퍽' 산산조각 나=평택시에 사는 하 모(여)씨는 C가전업체 냉장고의 선반 강화유리가 갑자기 산산조각 나는 일을 겪었다. 하 씨에 따르면 냉장고 문을 열고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선반이 터져 자칫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하 씨는 “제품이 또 폭발할까 무서워 문을 열기가 힘든데 업체에선 AS만 가능하다고 한다”며 “냉장고 강화유리 부분을 모두 리콜해서 다른 재질로 교체하지 않는 이상 무서워 쓰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 새벽에 김치냉장고 문 강화유리 저절로 깨져=청주시에 사는 강 모(여)씨는 지난해 11월 새벽 갑자기 주방에서 ‘팍’하는 소리에 잠이 깼다. 급히 확인해 보니 D가전업체 김치냉장고의 도어 강화유리가 깨져 파손된 상태였다. 유리가 깨진 줄 모르고 가까이 발을 디뎠다가 다쳐 피도 났다고. 강 씨는 “고객센터에 문의했더니 기사 출장비와 유료 교체만 안내할 뿐 결함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더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냉장고나 세탁기, 오븐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강화유리가 저절로 파손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충격을 주거나 파손될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결함을 의심하지만 소비자가 문제를 밝혀내기 어렵다 보니 자파 등 강화유리 파손 발생 시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의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강화유리 자파사고는 냉장고, 세탁기, 오븐 등 가전에서부터 식탁, 장식장, 가스레인지, 냄비, 욕실부스 등 다양한 생활 범위에서 발생하고 있다. 강화유리가 갑자기 깨져 손이나 발을 다치는 등 상해사고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보상 규정도 없다.
삼성전자, LG전자, SK매직, 위니아 등 가전업체들도 강화유리 자파 현상에 대해 제품의 결함보다는 생활 환경에 따라 발생하는 경우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강화유리에 약간의 스크래치가 발생하면 기온 변화로 인해 얼었다가 녹았다가 반복되면서 한순간에 '퍽'하고 터지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제품 결함보다 생활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아무래도 강화유리 자파는 이용 중 충격이 가장 큰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자파 현상이 실제 제품 결함일지라도 보상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 비스포크 그랑데 세탁기 특정 모델의 강화유리가 잇달아 파열되면서 무상 리콜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매우 드문 경우다. 생산 시기가 비슷한 같은 모델에서 연달아 발생하지 않는다면 책임 소재를 묻기 쉽지 않다. 제품 결함으로 발생한 파손이라는 사실을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가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구입 1년 내 자파 현상이 발생할 경우 무상 수리도 가능하나 이 기간을 넘기면 유상처리를 할 수밖에 없어 소비자 부담도 커진다.
가전제품에는 일반적으로 컬러강판 등의 철판소재, 메탈, 스테인리스, 강화유리 등이 사용된다. 이중 강화유리는 특수 열처리 방식을 이용해 일반 유리 대비 내구성이 좋고 고급스러운 마감이 가능해 도어 뿐 아니라 냉장고 내부 선반 등으로도 활용된다.
다만 강화유리도 결국 유리기 때문에 충격이 누적되면 파손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유리원료에 포함된 불순물이나 제품 사용 중 발생한 누적된 흠집으로 압축응력층의 균열이 생기는 탓이다. 그래서 소비자가 압력을 주는 등 특별한 행위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깨지는 ‘자파(자연파손)’ 현상이 발생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