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소비자 질타를 받고 있는 것처럼 온라인몰에선 묶음 상품 가격을 낱개보다 올려 인상 효과를 누리는 '번들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온라인몰은 상품 단위당 가격 표시가 돼 있지 않아 가격 비교가 어렵고 실제 묶음 상품이 낱개보다 더 저렴할 거라고 생각해 구매했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수 년 전부터 온라인몰도 '단위 가격'으로 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마련하라고 했으나 권고에 그쳐 구속력이 없다. 법적 의무화도 논의 됐으나 정부가 최종 결정을 올 상반기 중으로 미룬 상태다. 의무화된다 하더라도 시스템 구축에 기술적·구조적 문제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한동안 소비자 불편과 피해는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상품 단위당 가격을 표시하는 '단위가격 표시제'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형마트, 준대형마트에서 가공식품(62개), 일용잡화(19개), 신선식품(3개) 84개 품목에 대해 의무 적용하고 있다.
22일 소비자가만드는 신문이 ‘신라면 10봉’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쿠팡, 네이버쇼핑, 11번가, 지마켓, 티몬, 위메프, 옥션 등 7개 온라인몰 중 단위 가격 표시가 나와 있는 곳은 쿠팡과 11번가뿐이다. 두 업체도 일부 상품은 단위 가격에 대한 표기가 없었다.
쿠팡과 11번가는 대부분 상품에 대해 개당/그램(g) 등 단위별로 상품의 가격 표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11번가는 ‘슈팅배송’ 등 직매입 상품과 판매자 상품 모두 단위 가격 표시를 진행하고 있다. 11번가는 판매자가 직접 단위 가격을 표시하는 것이 아닌 2019년에 동일용량·동일상품을 카탈로그화해 자동으로 계산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일부 동일 상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상품의 경우에만 단위 가격 표시가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로켓상품’ 등 직매입 상품에 한해 이 같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직매입이 90%인 구조 특성상 대부분 단위 가격 표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10% 판매자 제품의 경우 단위별 가격 표시는 선택 사항이다.
지마켓은 신라면 10봉 상품에 대한 단위 가격 표시는 없으나 생수, 쌀, 등 상품 표준화가 용이한 일부 품목군을 중심으로 단위 가격을 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상 카테고리를 늘려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티몬, 위메프, 옥션 등은 상품별 단위 가격 표시를 하고 있지 않았다. 이들은 향후 온라인몰에 단위 가격 표시가 의무화되면 적극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티몬 관계자는 "판매자들이 자율적으로 설명란에 상품별 단위 가격을 표기하는 경우는 있으나 아직 의무화가 되진 않았기 때문에 관련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이버쇼핑도 지난해 초 단위 가격 표시를 자체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구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쇼핑 측은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판매자와 서비스 영향을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시범 도입 후 장기적으로 순차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쿠팡, 네이버쇼핑, 티몬, 위메프, 지마켓 등 온라인몰 모두 현재 단위 가격 표기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판매자에게 이를 강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의무화가 되면 빠르게 도입에 나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올 상반기 중으로 온라인몰 단위가격표시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온라인몰 단위가격표시제에 관련한 방안에 대해서 용역 중이다. 관계부처 등 협의 절차가 있기 때문에 올 상반기 중 최종결정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통사뿐만 아니라 제조사에서도 이 같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은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논란이 제조사에서 비롯된 만큼 이 같은 단위별 가격 표시에 대해 제조사에서 선도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