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나 세탁기, 인덕션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강화유리가 저절로 파손되는 일이 흔히 발생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소비자들은 멀쩡했던 제품이 파손돼 '결함'을 주장하나 업체 측은 원인 불명, 이용자 과실로 판단해 갈등을 빚는다. 자파 현상에 대한 보상 규정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3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냉장고, 세탁기, 주전자, 인덕션, 오븐레인지 등 강화유리가 사용된 다양한 가전제품에서 자파 현상이 발생한다. 삼성전자, LG전자, SK매직, 쿠쿠, 위니아, 하츠 등 대부분 가전업체가 겪는 문제다.
강화유리는 특수 열처리를 가해 일반 유리에 비해 강도가 3~5배 세기 때문에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장식과 안전 등 용도로 사용한다. 다만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열처리 가공하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유입되거나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가 발생하면 스스로 깨지는 ‘자파’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거나 충격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된다.
문제는 자파의 원인이 실제 제품 결함일지라도 소비자가 입증하기 어려워 보상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품질보증기간 이내에는 무상 수리나 교환을 받을 수도 있으나 이 기간이 지나면 수리비용이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 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가전제품의 경우 품질보증기간인 1년 이내에 동일 하자에 대해 2회 이상, 여러 부위 하자에 대해 4회 이상 문제가 생길 경우 교환 및 환불 가능하다. 하지만 자파 등 강화유리 파손의 경우 '제품 하자'라는 판정을 받기 쉽지 않다.
◆ 설명서에 강화유리 사용 주의 안내...온도 변화, 잦은 충격에 예민
강화유리가 깨지면 소비자들은 당시 제품에 충격을 주지 않았다며 제품 결함을 의심하지만 업체들은 기온이 급변하거나 충격이 누적되는 경우 갑자기 파손될 수도 있다며 사용환경을 원인으로 본다. 파손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문제다 보니 이런 문제로 인한 갈등은 대부분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약간의 스크래치가 발생하면 기온 차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해 어느 순간 '퍽'하고 터지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제품 결함보다 생활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만큼 위험성이 있지만 아직 대체 소재가 적어 업체들은 제품 사용 설명서를 통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주로 '강화유리로 돼 있으나 외부 강한 충격으로 인해 깨질 수 있다'는 식이다.
업체들은 자파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라며 혹여 발생 시 과실 여부를 확인하고 규정에 따라 처리한다고 답했다.
가전업체 관계자는 “자파 현상이 자주 발견되지 않는데 간혹 발생해서 AS 문의가 오면 소비자 과실 여부를 확인하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처리한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자파 현상은 결함이 원인일 수도 있고 소비자 부주의가 누적돼 발생할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가 많긴 하다”면서 “냉장고의 경우 여닫는 행동을 가능하면 빈도를 줄여 온도 변화를 줄이고 세탁기는 한쪽으로 세탁물이 쌓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인덕션도 갑자기 차가운 재료를 올리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갈 수 있어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