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항공사에서 이같은 수하물을 접수할 때 '파손 시 면책 보상' 동의 과정을 거치다 보니 피해가 발생해도 항공사 책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부산시 기장군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4월 국내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해 제주도를 다녀오며 수하물로 맡긴 고가의 자전거가 파손돼 보상을 놓고 항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박 씨는 자전거 동호회 활동으로 가는 터라 300만 원 상당의 커스텀(맞춤 주문)한 접이식 자전거를 가져갔다. 수하물로 맡길 예정이라 에어캡으로 꼼꼼히 포장했지만 김해공항에서 항공사 직원이 박 씨에게 '핸드캐리 서비스'를 권유했다.
1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나 도착지에서 수하물을 찾을 때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직원이 직접 가져다 준다고 설명해 이용하기로 했다.
항공사 직원은 하드케이스에 포장해야 한다고 안내했으나 박 씨는 에어캡으로 감싸 괜찮다고 말했다. 대신 수하물이 파손되면 보상이 안 된다는 데 동의하는 서약서를 썼다. 제주공항에 도착했을 때 자전거도 손상 없이 잘 도착했다고.
문제는 김해공항으로 돌아올 때였다. 제주공항 창구에서 '핸드캐리 서비스'를 신청했으나 이번에는 자전거가 다른 수하물과 마찬가지로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나왔다.
겉으로 보기에 큰 문제가 없어보여 일단 자전거를 들고 집에 갔다는 게 박 씨의 주장이다. 집에 가서 살펴보니 짐받이 부분이 휘어 정상적으로 주행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에 따르면 짐받이 부분 가격만도 18만 원에 달한다.
박 씨는 항공사에 항의했고 담당직원은 핸드 캐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실수를 인정하면서 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파손면책 동의서'에 서명했기 때문에 보상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박 씨는 “정상적으로 직원이 직접 전달해줬다면 동의서 대로 진행돼도 상관없다. 그러나 추가 비용을 낸 수하물 서비스를 이행하지 않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보상은 안 된다 버티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저비용 항공사 측에 따르면 박 씨는 '특수 수하물'로 접수했고 이 경우 공항 사정에 따라 직원이 직접 가져다주는 '핸드캐리'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은 것은 인정해 '특수 수하물 비용' 1만 원은 환불됐으나 파손 보상 건은 서약서대로 이행될 수밖에 없다는 게 항공사 측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형 수하물이나 자전거 같은 스포츠 장비 등은 특수 수하물 요금이 부과된다"며 "원칙상 하드 케이스에 보관되지 않았거나 적절한 포장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수하물 접수를 거절하는 게 맞지만, 고객이 원하면 '파손 시 별도의 보상이 불가하다'는 점을 안내하고 서약서를 받은 뒤 접수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항공사의 '특수 수하물 규정'에 따르면 대형 수하물이나 자전거, 스키 등 스포츠장비에 해당할 경우 특수 수하물 요금을 부과한다. 이때 하드 케이스 등에 보관되지 않았거나 품목에 맞는 개별포장이 되지 않은 스포츠 장비, 특수 수하물의 경우 수하물 접수를 거절할 수 있고 파손돼도 별도의 보상이 불가능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