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불량, 누수 등 하자는 기본이고 시공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다반사다. 소비자들은 사전점검에서 하자 여부조차 제대로 점검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남 진주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최근 ‘신진주역세권 파밀리에 피아체’ 입주를 앞두고 사전점검에서 다수의 하자를 발견했다. 공용부와 내부 곳곳에서 누수가 발견됐고 타일이 깨지거나 벽이 함몰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박 씨는 “하자가 너무 심해 사전 점검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53명의 계약자 중 35명(66%)이 무더기로 계약을 해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진주시는 4월 말 준공허가를 냈다. 분양률은 4월 말 기준 15%에 그친다.
힐스테이트 오룡은 외벽이 휘는 등 5만8000건의 하자가 발견돼 세간의 관심을 모았고, 결국 현대엔지니어링은 무더기 하자에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지난 4일 무안군은 자제 점검 결과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사용검사를 승인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윤 모(남)씨는 금호건설이 시공한 ‘수원 금호 리첸시아’를 분양받고 지난 1월 사전 점검 기간에 현장을 방문했다가 주차장에서 누수 흔적을 발견했다. 또 현장에선 중장비가 소음과 분진을 내면서 작동하고 있었다. 완성된 새 집을 보러 갔다가 공사현장을 본 윤 씨는 실망감이 컸다고 한다. 해당 단지는 현재 입주가 진행 중이다.
사전점검제도는 입주예정자가 신축 공동주택의 하자 여부를 미리 점검하고 보수를 요청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받도록 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품질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사전점검제도 자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시공 품목이 수두룩하고 공사현장을 방불케 하는 상황에서 사전점검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입주예정자 사전방문제도 개선’이 주요 민원으로 꼽히기도 했다.
건설사들은 입주 45일 전에 이틀 이상 사전점검을 진행해야 하는 규정상 완전한 시공이 이뤄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기 위해 준공된 상태로 사전 점검을 진행하면 좋겠지만 법적으로 사전점검 실시 기간이 정해져 있어 물리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사전점검에서 발생한 하자나 미시공된 부분은 입주 전까지 최대한 마무리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코로나19 등 대외적인 요인으로 공사가 반복적으로 지연‧중단 되면서 공기를 맞추기 어려웠던 점도 문제의 원인으로 꼽힌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자재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파업 등의 이유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건설사들이 (준공) 기한을 지키기 빠듯했다”며 “이 때문에 과거보다 사전점검에서 예비 입주자들과의 갈등이 잦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주택법을 일부 개정, ▲사전점검 시점(주택법 시행령 제20조의2제4항), ▲하자조치 계획(주택법 시행령 53조의2제3항), ▲하자조치 시점(주택법 시행령 53조의2제3항) 등을 바꿨다.
개정안이 적용되는 7월부터는 주택 전유 부분과 주거 공용부분의 시공을 완료한 후에 사전점검을 실시한다.
일각에서는 사전점검 개정안을 넘어서는 좀 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법을 바꿀 필요도 없이 감리자 실태점검만 잘해도 사전방문 시 공사를 마치지 못해 입주예정자가 피해를 볼 일이 없을 것”이라며 “사전점검을 시공이 끝난 후에 하더라도 감리를 제대로 보는 것보다는 효과가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