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증을 보유한 환자가 복용하던 약의 용량과 종류를 바꿀 경우도 고지의무대상이 되느냐에 대한 문제다.
이에대해 보험사별로도 일맥상통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입자가 의무기록지를 제출해야하는 것이 분쟁유발을 막을 수 있다고 알려져 애초 '간편심사 보험' 취지에 맞지 않고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역시 보험사별로 다를 수 있고 고지의무 여부가 불확실하다면 인수 보험사에 문의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견을 내놨다.
4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따르면 설계사 A씨는 유병자보험 계약과정에서 고지의무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가입자가 이미 기왕력으로 복용하고 있던 약 용량과 종류를 바꾸었을 경우도 해당되는지에 대한 여부다.
예를 들어 신장질환을 앓고있는 환자의 경우 투석으로 병원 방문이 잦고, 통상 피검사와 소변검사 후 수치를 확인하고 이전 내원 수치와 다를경우 다른 약으로 변경되기 일쑤다.
설계사들끼리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여서 원수보험사에 문의했지만 "질문지에는 3개월 내로 한정하고 있으니 하나의 병력으로 약을 바꾸었다고 해서 투약 고지대상은 아니지만, 케이스별로 다르다"라는 불분명한 답변 뿐이었다.
A씨는 보험사들의 입장이 모호하다며 꼬집었다. 고지의무 위반시 가입자가 부담해야할 피해가 너무 큰데 두루뭉실한 가이드라인이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계약이 잘못될 경우 설계사가 배상책임을 떠안는 문제도 있다.
A씨는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다보니 보험금 청구시 심사를 더 세세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추후 문제가 발생되면 보험 해지는 물론이고 납입한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도있다"며 "그렇다면 가입 전 3개월간 병원을 가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병자보험은 만성질환으로 치료받거나 과거 병력 기록이 있는 사람과 고령자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다. 최근 보험 사각지대에 있던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입 심사 절차가 간소화되어서 간편심사보험이라고도 불린다.
지난 4월부터 '3개월 이내'에 질병확정진단, 질병의심소견, 치료, 입원, 수술, 투약 등도 고지해야하는 등 고지의무가 세세하게 변경되면서 기왕증으로 인한 약물의 변경도 해당되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여기서 투약은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한 경우가 해당되는 것이지 약이 변경되거나 종류가 바뀐 것을 고지해야한다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취재 결과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보사들은 단순 약물 변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통상 병증이 악화되거나 추가치료가 필요한 부분은 고지대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무기록지를 지참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일괄 답하기 어렵지만 단순 추적관찰 중인자는 고지대상이 아니고 통상 병증이 악화되거나 추가치료가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면 고지대상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복용약을 증량한 원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의무기록지를 통해 의사의 추가검사·재검사 필요소견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질병의 최초 진단이 3개월 내에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며 "3개월 이전부터 갖고 있던 질병이면 해당하지 않고 먹던 약을 바꾼 경우도 다른 질병이 의심돼 바꾼 것이면 해당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단순하게 약의 용량과 종류를 바꾼건 관계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추적관찰했을 경우 상태가 악화된 경우가 있을 수 있어서 의무기록지와 환자상태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단순변경은 문제대상은 아니고 케이스별로 다르다"고 전했다.
고지의무는 보험가입시 중요한 사안이다. 만약 고지의무 대상 여부를 간과하고 가입할 경우 추후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계약이 해지될 수 있고 설명의무를 지적하는 분쟁이 생겼을 때에는 설계사 배상책임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왕력 환자의 약 종류와 용량 변경에 대해 규정하는 것은 너무 세세한 문제라서 특정 기관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다"며 "고지여부가 확실하지 않다면 개별 인수보험사에 문의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자 알릴의무는 보험금을 받는데 영향을 크게 미치는 사안이라서 수령시 분쟁이 생기지않으려면 성실히 고지해야한다"며 "계약체결하는 회사에서 고지한내용을 수령하고 인수할지말지 결정할 문제고 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설계사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