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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충돌로 차'박살'..에어백만'멀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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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충돌로 차'박살'..에어백만'멀쩡'
[카메라 고발]"이렇게 죽을 뻔 했다".."터질 조건 충족 안됐다"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10.03.29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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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차량이 반파 혹은 완파됐는데도 운전자를 지켜야 할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사고에 대해 차량 제조사 측은 입이라도 맞춘 듯 "에어백 작동하려면 일정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발뺌하기 일쑤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에어백 불량이나 충돌감지 센서의 결함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통상 에어백은 40~50km 이상의 속도에서 전방 좌우 약 30도 이내 부분이 정면충돌할 경우 작동하게 돼 있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된 사례를 보면 70km 이상의 속도로 마주오던 차량과 정면충돌한 경우에도 에어백이 잠잠했다. 급발진으로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차량이 완파된 사고에서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아 운전자가 큰 상해를 입었는데도 업체 측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정신적·물질적 피해는 배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례1= 3월6일 밤10시께 대구 칠성동 고성지구대 부근에서 마주오던 차량을 발견 못한 채 교차로를 진입한 렉서스 차량이 정면충돌 사고를 일으켰다.

사고로 렉서스 RX330 차량은 앞 범퍼가 깨지고 바퀴가 빠져 돌아가는 등 견적이 3천만원이나 나올 정도로 파손됐다.

하지만 운전석, 조수석, 측면 등에 설치된 12개의 에어백은 단 하나도 작동하지 않은 채, 사고 위험으로부터 운전자를 방치했다.

사고로 인해 일주일 정도 통원 치료를 받은 이준성(남)씨는 "에어백이 터졌다면 부상은 더욱 경미했을 것이다. 정면충돌을 했는데도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은 것은 에어백 자체가 불량이거나 센서에 결함이 있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도요타 측은 "차량 결함은 없으며, 에어백이 터질 만큼 강한 충격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만 내놓았다.

<본네트가 완파된 싼타페 차량>


◆사례2= 양주시 백석읍의 백성호(남.40세)씨는 지난해 12월31일 밤8시께 아버지의 차량 충돌 사고소식에 기겁했다.

백 씨의 부친은 그날 일산에서 판교방향 외곽 순환고속도로를 달리다 중앙 분리를 들이받았다.

백 씨는 "(부친이) 연말에 퇴근시간이 겹쳐 정차가 심해 저속 주행을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량이 급발진 해 연쇄 충돌을 막고자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차량은 현대자동차의 2009년형 싼타페. 다행히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서 부상 정도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네트가 다 찌그러질 정도의 충돌에도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은 건 어이가 없었다. 차는 결국 폐차됐다.

백 씨는 "업체로부터 '충돌 상황에 따라 에어백이 터지지 않을 수 있다'는 답변만 받았을 뿐"이라며 황당해 했다.


◆사례3= 수원시에 거주하는 백 모(여)씨는 지난 3월초 고속도로에서 80km 정도의 속도로 주행하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공사로 인해 폭이 줄어드는 구간에서 핸들을 너무 많이 꺾는 바람에 사고가 난 것.

사고 당시 백 씨가 탔던 차량은 GM대우의 마티즈크리에이티브. 차량 앞 범퍼가 날아갈 정도로 크게 부딪쳤고, 500만원의 수리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에어백은 터지지 않았다.

다행히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으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은 것에 백 씨는 화가 치밀었다.

회사 측의 답변은 더욱 가관. 백 씨의 남편인 이재영씨는 "에어백 센서 결함의혹을 제기했지만, '에어백이 터질 경우 오히려 운전자에게 찰과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분개했다.

<전측면 충돌에 경미한 차량 손상임에도 에어백은 작동했다(사진-자동차소비자연맹)>


에어백 작동은 복불복인가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는 데 대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변은 한결같다. 에어백은 모든 충돌 시에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와 힘, 각도 등 충돌 당시의 다양한 조건에 따라 운전자가 상해를 입을 만큼의 충격이 가해진 경우에만 작동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화약을 이용해 짧은 시간 팽창되는 작동 원리에 따라 불필요한 상황에서 에어백이 터질 경우 운전자는 화상, 타박상 등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때문에 충돌 시 차량 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야 하는 등 엄격한 조건하에서만 작동한다"라며 오히려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옹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차량 파손 정도를 보면 사고 당시 속도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할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한다. 차를 폐차해야 할 정도의 사고에도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는 게 정상이라면, 운전자가 죽을 정도가 돼야 터진다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반발이다.

자동차소비자연맹 이정주 회장은 "소비자들은 충돌이 있으면 에어백 작동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업체들은 에어백을 팔기 전에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회장은 또 "통상 50km 이하 속도, 그리고 정면충돌하지 않을 경우 에어백은 터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히려 저속 주행 중 차량 앞 헤드라이트 쪽의 모서리부분으로 충돌했는데 에어백이 터지는 경우도 있었다. 에어백 작동은 복불복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라고 탄식했다.

에어백 맹신하면 낭패, 안전벨트 생활화해야

전문가들은 모든 충돌에서 에어백이 작동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이를 맹신하지 말고 안전벨트 착용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입 모았다.

대림대학 자동차과 김필수 교수는 "충돌사고로 차량이 반파됐을 지라도 사각지대에 부딪히게 되면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결함이 아니다"라며 "에어백은 사각지대를 줄여주는 보조 안전장치일 뿐이다. 너무 맹신하지 말고 반드시 안전벨트 착용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 또한 "현행 자동차 안전기준 등 관련 법규를 통해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았을 경우 소비자가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 안전벨트 착용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조사의 과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자동차 안전기준에는 탑승객을 보호할 수 있는 기준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에어백의 경우 설치가 제작사 자율에 맡겨져 있어, 차량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설치되고 있다. 때문에 공통된 하나의 기준을 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 세계어디에서도 에어백 설치 기준을 정하는 나라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에어백 등 차량에 옵션으로 장착되는 안전장치들에 일일이 규정을 만들어 적용하게 되면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또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은 차량 생산을 중단해야 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에어백 등 첨단안전장치는 제조사 자율에 맡겨져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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