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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의사는'돌팔이'야..못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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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의사는'돌팔이'야..못 믿어"
보험사들, 병원 진단서 내도 보험금 지급 거부..툭하면 소송으로 겁박
  • 임민희 기자 bravo21@csnews.co.kr
  • 승인 2010.08.25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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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보험금 지급을 놓고 계약자와 보험사 간의 분쟁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험사가 대학병원의 진단서조차 인정하지 않는 행태를 보여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들 보험사는 계약자가 질병이나 교통사고 상해 진단서를 토대로 보험금을 청구하면 ‘내부자문’과 불일치하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거나 소송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특히 청구 금액이 클 경우 진단 내용과 상관없이 일단 지급을 거부하거나 민사조정 또는 채무부존재 소송부터 제기하고 보는 등 구태를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사진. 계약자들은  교통사고 등을 당한 후 진단서를 토대로
보험금을 청구하지만 보험사 측이 '내부자문'과 불일치하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보험사기를 방지하고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방어차원이라고 말하지만 당장 치료가 시급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약자들은 보험금 지급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소송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거나 보험사 측과 합의를 통해 대폭 삭감된 보험금을 받는데 만족하고 있다. 

"교통사고야, 질병이야?"..보험사 엇갈린 주장 

대전 서구 탄방동에 사는 반 모(남․37세) 씨는 지난해 9월 22일 자동차 교통사고를 당한 후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이 사고로 반 씨는 말이 어눌해지고 우측 상반신이 저리고 힘을 쓰지 못하는 증상이 계속됐다.

가해자 측 보험사인 동부화재 측은 서울에 있는 모 대방병원 의료진의 소견을 근거로 '질병적인 뇌연화(실핏줄이 터진 흔적) 및 출혈현상이 보이고, 사고로 인한 신경학적 간접적인 충격이 관찰된다. 원래 가지고 있던 질병이기 때문에 교통사과와 인과성이 적다'며 입원치료비 등 일부만 보상했다.

반 씨는 교통사고로 인해 후유장애까지 생겼지만 MRI(자기공명영상), CT(컴퓨터 단층촬영), 근전도 검사 등에서 모든 의료진이 같은 소견을 보여 더는 문제 삼을 수 없었다. 보험사에서 제시한 보상금은 턱 없이 적었지만 6개월 이상 치료를 받느라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 둬 결국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2001년에 종신보험을 가입한 푸르덴셜생명에 병원의 진단서를 첨부해 '뇌출혈 진단금'으로 2천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푸르덴셜생명 측은 동부화재와 달리 '질병이 아닌 교통사로 인한 외상성 뇌출혈'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사고 전에도 뇌출혈 관련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근거자료가 없으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반 씨는 2007년 11월 17일 두통과 어지러움 증상으로 건강검진(머리CT 촬영)을 받은 후 CT 사진을 보관해 둔 사실을 기억해 내 올해 3월 한 대학병원에 의뢰해 판독한 결과 '뇌연화 등 뇌출혈 징후가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그는 CT판독지를 근거로 보험사 측에 재심을 요청하는 한편,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두 보험사가 같은 사안을 놓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며 "2007년도에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CT사진을 찍었는데 이 자료마저 없었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라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푸르덴셜생명 측은 "교통사고를 당해 생긴 뇌출혈로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지급이 어렵다"며 "2007년 CT판독지를 검토해 본 결과 '뇌연화 증상'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이번 뇌출혈 건과는 개연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교통사고와 인과성이 적다고 소견을 보인 병원들은 모두 동부화재에서 의뢰한 건으로 모 대학병원에서는 사고기여도가 100%인 외상성 뇌출혈 소견을 냈고 그나마 사고기여도가 30%라고 다른 소견서의 경우 병원명도 의사명도 불문명했다"며 "반 씨의 주장만으로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어 진단서 첨부를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해 재심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반 씨가 교통사고 후 동부화재 쪽에서 질병으로 몰고 가니까 잘 모르고 성급하게 합의를 한 것 같다"며 "현재 금감원에 접수됐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지급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 씨는 "사고 당시 치료를 받았던 병원에서 질병에 의한 뇌출혈이라는 소견을 냈고 '외상성 뇌출혈' 관련 진단서는 해당병원 측에 물어보니 모르는 것이었고 알고보니 동부화재가 합의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만든 것이었다"며 "푸르덴셜 보험금 지급 담당자가 구두로 재심을 진행하겠다고 했고 관련 서류도 모두 보냈는데 이제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대학병원 진단도 보험사 내부자문엔 못 당해"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사는 이 모(남․36세) 씨는 2009년 12월 17일 차를 몰고 서울 올림픽 고속도로 성수대교 부근을 지나다 뒤쪽에서 오던 차량이 후미를 추돌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이 씨는 경추 5-6번과 요추 4- 천추 1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그는 사고 직후 인근의 정형외과에서 입원(32일) 및 통원치료를 8개월간 받아 왔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이 씨는 2005년 3월 가입했던 무배당 동부 슈퍼안심생활보험이 있어 올해 6월 10일 모 대학병원에서 '경추부의 사고기여도는 75%로 산정하며 이는 영구히 고착된 증상으로 판단한다'는 후유장애 진단서를 발부받아 보험사에 후유장애보험금 3천825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동부화재 측은 내부자문 결과 '상해기여도는 30%에 한시장애 5년' 진단이 나왔다며 상해입원일당 128만원의 보험금과 상해기여도 30%에 대한 1천여만원 외에는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는 7월 26일 법원에 보험금 관련 민사조정 신청을 냈다.

이 씨는 보험사 측이 계약자와 동의없이 의학자문을 받은 것도 모자라 자문결과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거듭 거부했다고 격분했다. 또한 사고조사를 맡은 보상팀 직원들이 '추간판 탈출증'은 영구장애가 아니라고 단정짓고 후유장애 진단을 내린 해당병원의 의료진을 찾아가 '관여하지 말라'는 협박성 메모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 관계자는 "보험사 자문의사가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한시장애로 나왔고 보험약관 상 영구장애만 인정하고 있어 이 씨에게 설명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민사조정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상팀 직원이 남긴 메모와 관련해 "이 씨의 보험청구 건에 대한 진행과정을 알려주려고 했을 뿐 협박성은 절대 아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진단서 제출했더니 '나이롱 환자' 취급

광주 북구 두암동에 사는 성 모(남․30세) 씨는 지난 6월 8일 아파트단지 바로 앞 골목 신호없는 교차로에서 직진하다 상대편 차량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성 씨의 차량은 보조석 문이 완전히 찌그러지고 보조석 뒷문은 판금을 해야 할 정도로 망가졌다. 성 씨는 '허리뼈, 목뼈, 발목 염좌 및 긴장' 진단을 받고 6월 21일까지 입원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다.

퇴원 후에도 허리 디스크 통증과 우슬관절 후방십자인대 파열 등으로 추가 입원치료와 수술을 받아야 했다. 성 씨는 치료가 급선무라 상대편 보험사인 한화손해보험 측에 대물보상 부분은 차량 수리를 받는 것으로 합의하고 대인보상에서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보험사 측은 3주간 입원 치료한 부분은 보상을 해줬지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발생한 우슬관절 후방십자인대 파열에 대한 수술과 입원비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성 씨의 주치의가 소견서를 써줬는데도 보험사는 해당 증상이 교통사고 후유증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슬관절 후방십자인대 파열은 전방인대와 달리 증상이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최소 2개월 이내에 발생한 교통사고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치의가 소견서를 써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성 씨는 계단에서 실수로 넘어진 후 병원에서 우슬관절 후방십자인대 파열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교통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공식력있는 제3의 의료기관을 통해 검증 후 교통사고와 인과성이 있으면 보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화손해보험은 얼마 후 법원에 민사조정 신청을 냈다.

성 씨는 "보험사 측이 보낸 민사조정 내용을 보니 자신들에게 유리한 서류만 첨부해 법원에 제출했고 조정금액도 39만원으로 턱없이 적은 액수였다. 또 병원진료기록 열람을 동의한 적이 없는데도 보험사 직원이 병원에 찾아가 서류를 보는 등 전횡을 일삼았다"고 분개했다.     

보험사 '내부자문' 믿을 수 있나?..억울한 계약자 양산 

보험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나 교통사고 등을 대비해 들어두지만 막상 계약자들이 필요할 때 보험금을 청구해도 처음 설명과 다르게 적은 보험금이 지급되거나 '약관 비적용 항목'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금감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2010년 상반기 금융분쟁조정 신청 관련 소송제기 현황'을 보면 금융분쟁은 총 1만2천947건으로 금융권별로 생명보험 5천398건(41.7%), 손해보험 4천857건(37.5%) 등 보험업계의 소송남발 사례는 여전했다. 올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545건의 소제기 건 중 금융사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기한 사례가 무려 507건에 달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상 청구한 보험 건에 대해서는 보험사들이 이견이 없는 이상 지급을 하지만 간혹 청구액수가 크고 교통사고처럼 연관성 등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수 있는 건들은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있다. 이 경우 보험사들이 채무부존재 소송 등을 내 계약자가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의료진들이 환자와의 친분이나 적자를 메우기 위한 방편으로 과다하게 진단서를 발급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보험사도 간호사나 경찰관 출신을 채용하는 등 전문화되고 있다. 때문에 보험금 진단 건으로 보험사와 의사간의 충돌을 빚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는 "보험사에서 말하는 '내부자문'이란 한 건 당 얼마의 돈을 주고 관련 학회나 의사에게 청구진단 건에 대한 자문을 의뢰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자문의사들은 보험사에 유리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법원에 소송을 걸거나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제3의 의료기간'에서 재진단을 받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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