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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사장 경영철학은 페어플레이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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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사장 경영철학은 페어플레이 정신
  • 연합뉴스 master@yonhapnews.co.kr
  • 승인 2006.12.1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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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은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32세부터 직업이 사장인 사람이 있다.

    소니 코리아의 윤여을(50) 사장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MBA 과정을 마친 직후인 1989년 한국에 소니뮤직 코리아의 전신인 CBS 레코드 한국지사를 세운 이후 소니 뮤직엔터테인먼트 코리아와 소니 코리아에서 사장으로 재직하며 CEO로서의 인생을 살아왔다.

    그러나 지난주 삼성동 아셈타워 소니 코리아 사장실에서 만난 윤 사장은 편안한 캐주얼 차림에 가식 없는 솔직한 화법으로 20년 가까이 '사장님'으로 지내 온 경력이 주는 선입관을 보란 듯이 깨 보였다.

    우선 기자는 윤 사장이 태권도 공인 4단의 무술 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태권도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러자 윤 사장은 책상 밑에서 액자 하나를 보여주며 환하게 웃었다. 한참 태권도를 수련할 당시 태극마크 선명한 태권도복을 입고 물찬 제비처럼 성인 가슴 높이로 도약해 2단 옆차기를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80년대 초 일본 소피아 대학에서 재무학을 공부할 때 태권도를 익혔습니다. 당시 주일 미군을 상대로 태권도 교습을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했지요."

    윤 사장은 화통하고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로, 평소 사장실 문을 활짝 열어두고 직원들에게 격의없이 대해 부하직원들로부터 인기도 높다.

    소니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윤 사장이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MBA 과정을 받던 중 취업지도실에서 전화가 왔는데, 소니에서 한국 진출을 앞두고 한국 시장을 개척해 줄 한국 학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고.

    "인터뷰 당시 저는 복장도 자유롭게 하고 큰 부담없이 농담도 섞어가며 면접을 봤습니다. 그 부분이 인사담당자로부터 강한 인상을 받았나 봅니다. 아무튼 그 면접을 계기로 소니와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윤 사장은 대학에서 재무학을 전공하고 자딘 플레밍 등 투자사 애널리스트로 활동할 정도로 기업 경영 및 재무에 밝지만 동시에 창조적인 사고가 필수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잔뼈가 굵다.

    그래서 윤 사장은 소니 뮤직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사장과 소니 코리아 사장을 겸직하며 오전에는 소니 코리아에 출근하고 오후에는 소니 뮤직엔터테인먼트 코리아로 옮겨가는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성격이 다른 두 회사를 오가는 것이 혹 부담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윤 사장은 손사래를 친다.

    "전자 시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접목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점에서 남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 있다고 할 수 있죠. 가전 제품과 방송장비, 반도체 제품 등 하드웨어와 음악, 게임 등 콘텐츠 산업의 최신 동향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거든요. 여기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 윤 사장은 2년 가까이 가전, 영화, 음악, 게임 등 각종 분야의 한국 지사장들이 매달 한 번씩 업계 현안과 정보를 주고 받는 회의를 열어 각 사업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사장은 "소니 픽처스가 배급해 이달 중순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007 카지노 로열'의 경우 상당한 양의 소품이 소니 제품의 PPL(간접광고)로 등장한다"며 하드웨어와 콘텐츠의 융합을 강조했다.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성과 LG 등 국산 제품과 경쟁에서는 어떻게 임하고 있을까.

    윤 사장은 "소니 코리아의 가전 판매는 전체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지금은 국내 업체와 같은 방식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되, 브라비아 X 등 소니만의 경쟁력이 있는 고품질 하이엔드(Hi-end) 상품에서는 적극적으로 승부를 걸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영 철학에 대해 윤 사장은 원칙을 지키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했다.

    "멋있는 말도 많지만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한번 생각해 본다면, 원칙을 지키고 열정 있게 일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생각합니다."

    최근 렉서스 내비게이션 논란 등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 윤 사장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소니는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그러나 소니 코리아도 한국에서 영업하면서 그런 상황을 겪을 수 밖에 없고, 그럴수록 더 겸허한 자세로 임하며 한국 고객에게 좋은 상품으로 보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소니 코리아는 동강 생태 보존활동, 저소득층 초등생 문화 예술 지원활동인 'Sony Dream Kids Day', 대학생을 위한 소니 코리아 공모전 등 다양한 사회 봉사 활동을 통해 기업 이윤을 한국에 환원하고 있다고 윤 사장은 설명했다.

    10년 뒤의 윤 사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소니가 저의 마지막 직장이니 10년 뒤에도 일을 한다면 저는 소니와 함께 있을 겁니다. 혹 다른 기회가 있다면 대학 등에서 제가 가진 능력과 재능을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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