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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세 두꺼비'진로 '처음처럼' 으로 돌아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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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세 두꺼비'진로 '처음처럼' 으로 돌아가고 싶어…
  • 백상진 기자 psjin@consumernews.co.kr
  • 승인 2007.01.1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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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꺼비’ 진로가 ‘처음처럼’으로 돌아 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1924년 창사이래 이렇게 밀어내기를 하는 것은 처음일 겁니다.”(A소주 도매장 사장)

    “두산의 ‘처음 처럼’이 나오기 전만 해도 진로소주는 선금을 줘야 제 때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작년 5월부터 상자당 1000원씩 보조금을 주며 밀어내고 있습니다.”(B소주 도매장 전무)

    A도매장 사장이 말한 ‘처음처럼’은 두산소주 이름이 아니다. 두산 소주 ‘처음처럼’ 출시 이전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 시절을 브랜드에 빗대 말한 것이다.

    ‘6,253,891상자 X 30병=1억8761만6730병’.

    서울시 동대문 두산타워에 있는 두산주류BG의 소주 ‘처음처럼’ 마케팅 담당자들의 책상위에 놓인 A4용지에 적혀 있는 숫자다. 도대체 무슨 숫자인지 물어 봤다.

    “이게 무슨 숫자입니까.”

    “진로와 소주 도매상들에게 물어 보세요.”

    “진로 소주 판매 실적입니까.”

    “..................”

    서류를 주섬 주섬 집어 서랍에 넣었다. 다른 직원 책상으로 갔다. 똑 같은 서류가 있었다.

    월별로 적힌 숫자를 일단 메모했다.

    2006년 5월:429,600상자
    2006년 6월 448.296상자
    2006년 7월 448,162상자
    2006년 8월 635,572상자
    2006년 9월 630,173상자
    2006년 10월 874,272상자
    2006년11월 987,816상자
    2006년 12월 180만상자
    ........................................
            총187,616,730상자

    진로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시중에 밀어 낸 소주물량을 두산주류BG의 일선 영업사원들이 조사해 보고한 것이다. 밀어내기는 주류 도매상이 주문하는 적정 물량보다 많은 수량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진로는 펄쩍 뛰며 부인하고 있다. 두산측이 멋대로 적어 만든 ‘조작 통계’라고 일축한다.

    그러나 시중 주류 도매상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진로가 적정 물량 이상을 밀어냈다는 두산측의 주장에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두꺼비 진로의 올해 나이는 84세다. 두산과 주류 도매상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1928년 창업이래 처음으로 ‘처음처럼’이란 강적을 만나 시장 점유율 하락(그래픽 참조)을 막기 위해 밀어 내기까지 감행하는 수모를 당한 셈이다.

    지난해 한기선(55) 두산주류BG사장과 하진홍(57) 진로 사장이 벌이고 있는 진검승부에서 한시장이 일단 완승을 거두고 있다는 게 주류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사장은 하 사장을 코너로 몰아 놓은 데 이어 여유 있게 또 다른 강수를 뒀다. 작년12월 중순 ‘처음처럼’의 병당 출고 가격을 730원에서 770원으로 인상했다. 그래도 진로의 ‘참이슬 후레쉬’(800원) 보다 30원싸다.

    하사장이 밀어내기를 할 때 오히려 가격을 올릴 정도로 여유를 부린 셈이다.

    이와 관련, 진로측은 “두산도 연말에 밀어 내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산측은 “단 한병도 밀어 낸 적이 없으며 밀어내기를 하다가 적발되면 문책한다는 것이 한 사장의 영업방식”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지난달 가격 인상전에 일부 도매상들이 오른 후에 판매해 차익을 늘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주문을 늘린 사례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힘과 머리 싸움에서 한 사장이 판정승을 거두고 있다”며 “진로가 시장 점유율을 ‘처음 처럼’출시 이전 수준까지 끌어 올리고 영업이익을 충분히 내지 못하면 증시에 재상장할 때 상당히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판촉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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