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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영업규제소송 누구의 승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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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영업규제소송 누구의 승리인가
  • 박신정 기자 912shin@csnews.co.kr
  • 승인 2012.06.28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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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면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쓸까?'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급해도 일에는 순서가 있고 반드시 그 순서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벌어진 지방자치단체들의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영업제한 규제가 딱 그 꼴이다. 대기업의 전횡에 맞서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겠다고 일을 밀어붙였다가 법원에서 된 서리를 맞은 것이다.


지난 22일 서울행정법원은 대형마트와 SSM(서울 강동 송파구 지역 해당)의 “영업제한이 과도하다”며 롯데쇼핑,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 인해 지자체가 추진한 대형마트와 SSM의 휴일 영업제한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대기업은 한숨을 돌렸다는 표정이고, 중소상인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법원이 영업제한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부인한 게 아니라, 절차상의 하자를 문제 삼았다는 점이다. 행정절차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영업제한 조치 자체가 위법 판결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에 영업제한의 구체적 처분 내용을 법에 따라 사전 통지하거나, 의견제출 기회 등을 주며 순리대로 일을 진행시켰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절차에 충실했더라면 패소를 피하며 영업규제의 틀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법원의 판결이 떨어지자 강동구와 송파구의 대형마트와 SSM은 지난 주말부터 바로 정상 영업을 재개했다.


지자체가 항소방침을 밝혔지만 2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지역의 중소상인들은 대기업과 피말리는 경쟁에 내몰리게 된 셈이다.


이 기세를 밀고 나가 대기업들이 추가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왔다갔다 하는 영업제한에 소비자들과 중소상인들만 불편을 겪는 꼴이 되고 있다.
 
그동안 '골목상권 보호'에 목소리를 높이며 앞다퉈 영업규제를 추진했던 다른 지자체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리게 생겼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를 지자체의 잘못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법원 판결이 나온 뒤 정치권에서는 대기업의 얄팍한 행태를 비난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또 조례가 아니라 상위법을 개정해 법률로써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을 규제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사실 골목상권 보호가 도마에 오른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벌써 수년 전부터 논란이 되고 논의가 됐던 문제다.


다만 그 해법을 정부도, 국회도 아닌 지자체가 짊어졌고, 그 결과가 법원 판결로 나왔을 뿐이다.


골목상권 지키기는 애초부터 유통법 개정안을 두고도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다 시행을 늦추는 등의 행위로 어설프게 시작됐다. 결국 행정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으며  다급하게 대처한 상태까지 이른 것이다. 


처음부터 정부와 정치권에서 '상생'에 팔을 걷어붙였더라면 이런 황당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도 있다지만,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에서 제대로 된 해법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기업 쪽에 묻고 싶다.


과연 이번 판결을 진정한 승리로 받아들이느냐고.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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