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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하나금융 노조, 채용비리 내세워 강경 투쟁...주총 앞두고 경영진과 샅바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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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하나금융 노조, 채용비리 내세워 강경 투쟁...주총 앞두고 경영진과 샅바싸움?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03.19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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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노조들이 최근 불거진 채용비리 문제를 빌미로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과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등 경영진을 압박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채용비리 척결이라는 정당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관계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폭로전이 이어지거나, 연임 반대에 방점이 찍히면서 노조가 경영진을 상대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나금융 노조는 김정태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며 가족들이 채용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하나금융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하나금융 을지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회장의 조카는 하나은행에, 친동생은 관계사인 두레시닝 부산사업소에 입사해 둘 다 과장으로 근무 중"이라며 의혹을 제기하며 김정태 회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하나금융 측의 발빠른 입장표명 이후 논란이 더 커지지는 않고 있다.

하나금융은 조카가 2004년 필기시험과 면접 등 정상적인 공개 채용절차를 통해 전담텔러(계약직)로 입행했으며,  전담텔러는 계약직이고 급여도 종합직(정규직) 대비 2분의 1 수준으로 채용절차상 추천은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110명이 입사했으며, 일정기간 계약직 근무 후 정규직 전환되는 조건으로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도 설명했다.

동생의 경우 2005년 은행의 각종 서류를 배송하는 은행 행우회 자회사인 두레시닝의 배송원으로 정상적인 채용절차를 통해 계약직으로 입사해 현재도 계약직으로 근무중이라고 밝혔다.

KB금융노조도 채용비리를 근거로 윤종규 지주회장 퇴진 압박을 거세게 넣고 있다. 윤종규 지주회장 퇴진을 요구하며 출근 저지 투쟁까지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채용비리를 검사한 결과 국민은행이 2015년 신규 채용 당시 ‘VIP리스트’를 관리하며 윤 회장의 증손녀 등을 특혜 채용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 KB금융 이사회는 윤종규 회장의 셀프 연임, 채용비리 등을 방관했한 책임이 있다"며 "윤종규 회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하나금융 노조와 KB금융노조는 지난해부터 경영진과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KB노조는 지난해 말 열린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80% 가까운 반대표로 노조 추천 사외이사의 선임이 부결됐다.

윤종규 회장은 "노조 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선임이 무슨 기업 가치를 증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고 이로 인해 노조와의 갈등이 심해졌다.

KB금융 노조는 포기하지 않고 지난달 9일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재추천했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가 이번에도 또다시 반대 입장을 내면서 궁지에 몰린 KB금융노조가 '채용비리'를 앞세워 윤종규 회장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정태 회장과 하나금융 노조와의 관계도 지난해 연말부터 최악의 기로를 달렸다.

하나금융 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김정태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하나금융 노조는 김정태가 최순실씨 특혜대출에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하나금융에 과도한 성과주의 문화를 주입해 직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두 번째 연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최흥식 금감원장이 물러난 것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때문이었기 때문에 하나금융 노조의 공세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경영비리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 도를 넘어서서 노조의 경영개입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KB금융 노조의 경우 노동자추천 사외이사제 도입, 하나금융 노조의 경우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저지가 최대 목적"이라며 "조만간 있을 주총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채용비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강도높은 공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노조의 경영참여가 앞으로 기업가치를 어떻게 바꿀지 미리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면서도 "주주가치를 중시하던 기존의 의사결정이 약화된다면 주주들도 이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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