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시장에 진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비디오게임기 닌텐도를 놓고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게임 타이틀 판매량이 게임기 판매량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 ‘껍데기(비디오게임기)’는 큰 인기를 끈 데 반해 정작 수익률이 높은 ‘알맹이(게임타이틀)’는 판매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것이다. 비디오게임기의 승부처는 게임타이틀 판매량. 보통 게임 소프트웨어가 게임기 판매를 견인하는 것과 달리 닌텐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이에 닌텐도 게임기용 타이틀을 내놓았던 국ㆍ내외 게임개발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게임기 판매량>타이틀 판매량, 이상한 시장?= 현재 휴대용게임기 ‘닌텐도 DS라이트’의 국내판매량은 80여만대. 닌텐도코리아측은 게임 타이틀 판매량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게임기 판매량의 절반 정도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된 주요 타이틀은 ‘슈퍼마리오’, ‘닌텐독스’ 등. 이들 게임은 닌텐도가 직접 개발한 것으로 닌텐도는 유명연예인을 써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외 게임들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특히 닌텐도용 게임을 개발한 주요 게임업체들은 울상이다. 코나미, 코에이, EA코리아, 스튜디오나인 등은 지난 9월 ‘파워풀 프로야구 비긴즈’, ‘위닝일레븐’, ‘한국인의 상식력’, ‘진삼국무쌍’ 등 닌텐도용 게임을 쏟아내놨다. 그러나 이름을 알리기도 전에 시장에서 참패했다.

한 게임타이틀 총판 관계자는 “게임기가 80만개 팔렸으면 게임타이틀 판매량은 보통 몇배 이상 나와줘야한다”며 “게임의 반복 구매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디오게임기의 판매전형에 비춰보면 기형적인 구조”라며 “게임타이틀의 부진은 궁극적으로 하드웨어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법 복제에 우는 게임업체들= 업계에서는 이같은 기현상을 한국 게임시장의 구조적 문제인 불법복제에서 우선 찾고 있다. 국내 진출시 불법복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 코다 미네오 닌텐도코리아 사장은 “한국 시장이 깨끗해져 걱정하지 않는다”며 안일한 현실인식을 드러내왔다.

닌텐도의 발목을 잡은 것은 30여개 게임이 복사돼있는 ‘R4’란 불법칩. 이 칩은 ‘수퍼팩’이라는 별칭으로 전자상가 등에서 개당 7만~8만원에 팔리고 있다. 닌텐도 게임 타이틀 가격이 개당 3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헐값인 셈이다. 닌텐도코리아는 불법복제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더이상 게임 한글화를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소니와 MS 등은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자사 비디오게임기에 여러가지 보안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그러나 닌텐도 게임기는 무방비 상태다. 형사고소 등을 제외하면 정책적인 대응이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닌텐도용 게임을 내놓으면 불법복제물이 순식간에 돌아 일주일만 지나면 판매수치가 뚝 떨어진다”며 “게임기에 최소한의 방어조치도 해놓지 않고, 마치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겨놓고 지켜보기만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닌텐도의 폐쇄 마케팅도 악영향= 게임업계에서는 닌텐도의 경우 게임 개발사와의 공동 마케팅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게임개발사와 공동마케팅으로 게임기와 게임 판매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닌텐도는 기존 업체와 달리 닌텐도는 자사 위주 마케팅에 게임정보 공개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닌텐도가 직접 개발한 게임에만 광고와 구매를 집중시키고 다른 업체들의 게임을 죽여놓아, 게임 판매에 악영향을 자초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권선영 기자(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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