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업체들이 할인공세를 펼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9월까지 판매량이 가장 높았던 톱10 모델만 살펴봐도 할인폭이 이미 줄어드는 추세다.
13일 자동차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벤츠 ‘E 250’, BMW ‘520’, 렉서스 ‘Es300h’, 벤츠 ‘E350 4Matic’, BMW ‘320’, BMW ‘530e’, 폭스바겐 ‘제타’, 벤츠 ‘S580 4Matic’, 아우디 ‘A6 45TFSI’, 벤츠 ‘CLS 450 4Matic' Top10 중 상반기(4월 기준) 대비 할인폭이 커진 차량은 A6 하나 뿐이다.
2022년형 신차 가격은 더 올랐다. 2022년식 E 250 아방가르드, 익스클루시브의 출고가는 각각 6730만 원, 7030만 원이다. 현재 가격(아방가르드 6450만 원, 익스클루시브 6890만 원)에서 4.2%, 2.0% 오른 금액이다.
두 자릿수 할인이 적지 않았던 BMW도 할인폭을 좁히는 추세다. 4월만 해도 700만 원 할인하던 520 모델은 현재 550~650만 원 할인으로 낮춰졌다. 530e의 경우 4월 구입 시 1200만 원 할인도 가능했지만 현재는 900만 원 선으로 줄어들었다.
이달 출시한 ES300h는 출고 전인 4월만 해도 300만 원 할인이 진행됐지만 현재는 신차를 선보이면서 할인가는 50만 원으로 낮춰졌다. 출고가격은 150만원 올랐다.
수입차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시장 상황의 영향이 크다. 수입차 시장은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며 올해는 30만 대 돌파를 바라볼 정도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수급난으로 차량 출고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딜러사들은 굳이 인기 모델에 할인 행사를 진행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실제 톱10 차량 모두 출고대기가 걸려 있어 할인을 적용받아도 수 주, 길게는 6개월의 기다림이 필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연말이면 진행되던 폭탄 세일도 올해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반도체 부족 문제가 당장 해결될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는 코로나19로 여행에 제한이 생긴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대리만족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업체들은 연말 특수할인으로 물건을 팔아도 손해를 보지 않지만 일찍 구매한 소비자의 경우 금액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많았다”면서 “할인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격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