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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정은보 금감원장 친시장 행보 평가는?...금융계 "지켜봐야", 소비자단체 "소비자권익 신경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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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정은보 금감원장 친시장 행보 평가는?...금융계 "지켜봐야", 소비자단체 "소비자권익 신경써야"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1.11.1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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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6일 취임해 오늘(12일) 취임 100일을 맞은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시장 친화적 행보를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전임자인 윤석헌 전 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목표로 제재 일변도의 강공 정책을 펼친 것과 달리, 정 원장이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을 천명하며 균형 잡힌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금융사에 기운 언행으로 금감원 본연의 소비자보호 기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 '조화와 균형' 전임 원장과 선 긋는 정은보 원장

정 원장은 취임 일성부터 '조화'와 '균형'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소비자보호 영역에서도 '사후구제'쪽으로 치우치기보다 '사전예방'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우리는 민간에 대해 ‘금융감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로서 사후 교정 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에도 역점을 두어야한다"고 했었다.  
 


전임자인 윤석헌 전 원장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금융회사 전쟁론'과는 배치되는 행보였다. 윤 전 원장은 취임 직후 '종합검사 제도'를 부활하고 '소비자보호실태평가'를 강화하는 등 강력한 감독과 제재를 통해 소비자보호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정 원장은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이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현장의 고충과 흐름을 충분히 이해해야한다며 시장 플레이어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상당한 부분을 할애했다.

최근 업권별 수장들과 연이어 간담회를 갖는 정 원장은 이 자리에서도 금융권에 유화적인 제스쳐를 적극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는 사전적 예방 중심의 '세련되고 균형잡힌 검사체계'를 언급하며 종합검사의 사실상 폐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고 9일 열렸던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는 금융당국의 재량적 판단이 법과 원칙을 우선시할 수 없다며 취임사에서 밝힌 '법과 원칙'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기도 했다.

금융업권에서는 기대와 더불어 의문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제재 일변도의 전임 원장과는 확실히 다른 스탠스를 가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도한 제재로 인해 금융회사들에게 많은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현재까지 나온 상황으로는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솔직하게 현업에서 체감되는 부분은 아직 없는 편"이라며 "CEO 간담회 그리고 이후 금융당국과의 스킨십 과정에 들어가서야 전임자와의 비교가 가능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 정은보 금감원장은 최근 업권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일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현재 시중은행, 지방은행장 간담회까지 마친 상태다.
▲ 정은보 금감원장은 최근 업권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일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현재 시중은행, 지방은행장 간담회까지 마친 상태다.

정 원장은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와의 관계 설정에서도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9월 초 고승범 금융위원장과의 회동에서도 그는 "금융위의 정책 결정 및 추진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금융위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금감원은 과거 금융위와의 소통 부재와 불협화음이 발생하면서 다소 긴장관계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위의 감독을 받고 있고 예산확보, 인력충원 등에서 금융위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금융위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 내부 관계자는 "윤 전 원장 시절에는 조율이 안된 사안이 많아 금융위와 금감원 실무진 사이에서도 일부 불편한 상황들이 발생됐었다"면서 "그러나 정 원장 취임 이후에는 금융위와의 업무 조율과 소통에 있어 확실히 나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금감원 맞나? 시장친화적 행보 논란

그러나 금감원이 금융업계의 감독기구란 점에서 정 원장의 친(親) 시장 행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다.  

윤 전 원장 재임 시절 금융회사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일부 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등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금융권에 지나치게 유화적인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는 시각이다. 

현재까지 사모펀드 사태가 피해고객 보상 등 사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금융권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너무 갑작스럽게 스탠스를 바꾸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조윤미 금융소비자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금융감독 업무를 이끄는 금감원장의 시야가 산업에만 치우쳐져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금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소비자 권익이 강화됐다고 체감하기 쉽지 않은 형편임을 감안해 금감원장이 소비자보호에 더욱 힘을 기울여달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관료 출신 원장을 선임할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 정부가 금융개혁을 위해 민간 출신 원장을 기용하면서 관료 출신 등용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행보를 보였지만 임기 말 마지막 원장으로 관료 출신을 선택한 것은 안정을 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금융개혁을 외친 문재인 정부가 금감원장으로 정통 금융관료를 앉힌 것부터 금융개혁에 대한 의지를 저버린 셈이고 친 시장 행보 역시 예견된 상황이었다"면서 "정 원장이 아닌 다른 관료 출신 인사가 임명됐더라도 동일한 스탠스를 취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금감원 본연의 업무에 소비자보호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금융권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청취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기는 했지만 아직 정착이 안 된 단계라 금감원장이 좀 더 소비자의 시각에서 금융시장을 봐주길 바란다"면서 "금감원 전체에서 소비자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하겠지만 조직을 이끄는 수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들 만나서 선물보따리를 풀어줬는데 전부 금융회사들의 숙원사업이었다”면서 “은행장 등 금융권 인사만 만나 여론을 들을 것이 아니라 금감원 본연의 업무 중에 소비자보호가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소비자 보호에 대한 여론도 살펴봐달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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