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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 공무원 '총성없는' 생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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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 공무원 '총성없는' 생존 전쟁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1.16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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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직 개편이 임박하면서 통폐합 대상 부처 공무원들의 살아남기 '전쟁'이 본격화됐다.

   동료를 밀어내지 않으면 내가 물러나야 하는 참담한 전쟁이다. 부처 통폐합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수를 줄이지 않는다는 것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기본방침이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잉여인력을 그대로 놔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리는 줄어드는데 인원은 넘쳐나는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994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결합해 재정경제원을 만들 당시에 방출대상 하급직원 명단이 사무실 출입문에 게시되면서 청사 곳곳이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당시 조직개편에 비해 이번 조직 통폐합은 훨씬 더 큰 위력을 갖고 있다. 최고직위부터 하급직까지 전체 공무원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 기획재정부 직원 1천200명으로 불어
   16일 과천 관가에 따르면 재경부가 기획예산처와 함께 기획재정부로 다시 탄생하면 어떤 형태로든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재경부의 정원은 850여명, 기획처는 470명 가량이다. 두 부처가 합칠 경우 무려 1천300여명에 이른다. 70여명의 직원이 포함된 재경부 금융정책 기능을 금융감독위원회에 넘겨도 직원 수는 1천200명을 훌쩍 넘는다.

   따라서 두 부처의 중복되는 조직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재경부와 기획처 모두 정책홍보관리실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두 부처가 통합될 경우 1급 상당의 정책홍보관리실장 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산하 국.과장급 직위도 산술적으로 절반 가량 축소된다.

   경제정책 기능을 담당하는 재경부 경제정책국과 정책조정국은 기획처 재정전략실과 기능이 엇비슷하다.

   장.차관은 물론 1급 공무원의 감축도 불가피하다. 현재 재경부는 장관 1명, 차관 2명에 차관보, 국제업무정책관 등 1급 상당의 직위가 모두 7자리 정도다. 기획처는 장관 1명, 차관 1명에 1급 상당의 직위가 모두 5개자리다. 재경부와 기획처 고위간부들 모두 1급자리 구조조정이 눈앞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 금감위 "과장자리 중복 심각"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이 합쳐지는 금융위원회 역시 간부들의 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는 현재 위원장 밑에 부위원장, 상임위원 2명, 감독정책1국장(은행.저축은행.카드.전자금융 담당), 감독정책2국장(증권.보험담당)을 두고 있다. 재경부에는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정책심의관이 있다. 따라서 양측이 통합되면 국장 자리의 조정은 불가피하다.

   다만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의 경우 전임 권혁세 국장이 상임위원으로 승진하는 바람에 현재 공석으로 있는게 그나마 다행이다.

   실무 과장 자리를 둘러싼 다툼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에는 감독정책.은행감독.비은행감독.복합금융감독.증권감독.보험감독.자산운용감독.시장감독과.혁신핵정.기획.국제협력과 등 11개가 있다. 재경부 금융정책국에는 금융정책.은행제도.증권제도.보험제도.중소서민금융.금융허브기획.금융허브협력과 등 7개가 있는데, 금감위와 대부분 중복된다.

   덩치가 커지는 만큼 담당 금융권역과 업무를 세분화해 국장 및 과장 자리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도 있지만 두 기관의 직원들을 합해야 150여명에 불과한 만큼 한계가 있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지금도 다른 부처에 비해 간부 자리가 적어 보직을 맡거나 승진하기가 어려운데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통합되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산업자원부, 또 하나의 공룡
   산업자원부는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의 일부 기능을 흡수해서 경제산업부로 확대 재출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일단 정보통신부 업무중 정보통신정책본부에서 관장하는 정보기술(IT) 하드웨어부문과 디지털 콘텐츠를 제외한 소프트웨어진흥단의 기능 등이 산자부로 넘어오고 거대기금인 정보통신진흥기금도 산자부쪽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

   과학기술부 업무중에서는 기초과학부문을 제외한 기술정책기능과 출연 연구기관, 연구.개발(R&D) 예산 등이 산자부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자부의 가장 큰 고민은 새로 출범하는 경제산업부가 지나치게 방대하다는 점이다. 산자부는 현재도 본부와 기술표준원, 무역위원회와 전기위원회 등 과천 청사내에 주재하는 인력만 1천여명에 이르고 있어 정통부와 과기부의 인력까지 넘어오게 되면 인력은 크게 불어난다.

   특히 정통부와 과기부에서 넘어오는 기능은 지금까지도 산자부 업무와 중복논란을 빚어왔던 분야들이 적지 않아 이관 조직을 그대로 남겨두기도 어렵다. 어떤 형태로든 조직 슬림화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자리 전쟁'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이미 1994년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동력자원부와 통합되면서 두 부서 출신간에 오랫동안 감정의 골이 패였던 경험을 감안하면 새 구성원과의 융화도 큰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 농림부 "정책.유통 등 자리 대결"
   농림부는 식품 업무가 강화되고 수산 업무가 더해지는 만큼 본부 조직의 절대 규모는 상당히 불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조직표상 과장급 이상 고위직 수도 증가하겠지만 자리 싸움은 오히려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식품 쪽에서 다소 자리가 새로 생겨나더라도 기존 해양수산부와 업무가 통합되거나 겹치는 자리의 경쟁률은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당장 농.수산 두 부문의 정책, 유통, 경영, 품질위생 등의 업무가 '농어업 및 농어촌 정책', '먹거리 관리' 등의 차원에서 최대한 하나로 묶일 경우, 두 부처를 통틀어 기존 국장과 과장 자리 상당 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건교부는 해양부를 흡수통합하는 만큼 걱정이 덜하지만 불안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건교부는 해양부의 해운물류본부와 항만국 기능을 통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1개본부가 신설돼 신설본부 밑에 해운물류본부와 항만국이 같이 들어가거나 아니면 별도의 본부 신설 없이 해운물류국은 건교부 물류혁신본부 산하에, 항만국은 건교부 기반시설본부 산하에 각각 흡수되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

   건교부는 해양부 소속 공무원들이 건교부 직제인 본부장이나 국장자리로 옮겨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과거 해양부와 건교부의 국장급 교류가 있었던 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 해양수산부 "뿔뿔이 흩어져"
   해수부는 각각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부로 나눠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본부직원 530명은 각각 3분의 2와 3분의 1 가량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이밖에 3천695명에 달하는 지방조직도 재편된다.

   이런 조직개편 과정에서 기존 해양수산부의 과장급 이상 간부 중 4분의 1 내지 3분의 1가량은 보직을 잃고 본부대기 상태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자 생존하더라도 재벌규제 축소 등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기능과 업무의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의결기구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상임위원(3명)수는 공정거래법에 규정돼 있는 만큼 법을 개정하지 않는한 축소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능과 업무의 조정에 따라서는 일부 본부나 팀이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한다는 새정부의 정책기조로 미뤄보면 공정위 시장감시본부나 시장분석본부의 일부 기능은 재조정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신 하도급이나 유통.가맹부문을 담당하는 기업협력단이나 소비자 관련 정책을 맡고 있는 소비자본부는 확대 또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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