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자체가 회장 선임 과정에서 별도의 숏리스트를 공개하지 않아 이번에도 임기 만료 시점에 최종 후보군 또는 연임 여부 발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 NH투자증권 차기 대표 인선을 놓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잡음이 발생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 회장의 교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관료 출신'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대체로 연임에 성공했던 전례가 있어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 강호동 회장과의 관계가 변수? 역대 금융지주 회장 행보 살펴보니
금융권에서는 이석준 회장의 연임 여부에 가장 큰 변수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의 관계를 꼽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지분을 100% 가진 완전 자회사다. 회장 후보군을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 6명 중 2명(김익수, 박흥식 사외이사)이 농협 측 인사로 후보 추천에 있어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구조다.
강호동 회장과 이석준 회장은 지난 3월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선출을 놓고 불협화음을 일으킨 적이 있다. 강호동 회장은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일한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후보로 제안했지만 '전문성'을 중시한 이석준 회장이 거부하면서 결국 내부 출신인 윤병운 당시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결과적으로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의 인사권을 존중한 것으로 막을 내렸지만 강호동 회장과 이석준 회장의 의견 충돌이 표면화된 사례였다.
올해 연말 인사가 강호동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금융계열사 CEO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강호동 회장이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물갈이를 단행할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농협중앙회장의 취임이 연임에 큰 변수가 되진 못했다. 공교롭게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 중 연임에 성공한 두 사람(김용환·김광수) 모두 관료 출신이다.
지난 2020년 초 이성희 당시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했을 당시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지만 1년 연임에 성공했고 그 해 12월 은행연합회장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금융지주 회장직을 수행했다.
김용환 전 회장 역시 농협중앙회장 이·취임과 관계 없이 1년 연임에 성공했고 임기 중 농협금융의 부실채권 정리 이른 바 '빅배스'를 단행하며 체질개선 성과를 거뒀다.
또 다른 관출신인 임종룡 전 회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했지만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한 케이스다. 관 출신이면서 연임하지 않은 사례는 신동규 전 회장이 유일하다.
또한 각종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난 농협은행은 이석용 행장의 연임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금융분야 수장인 이석준 회장에게 내부통제 수습을 위해 과거 전례처럼 1년 연임을 부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지난 10월 초부터 차기 회장 후보군 선정 작업이 시작됐고 후보군은 비공개로 이 달 중순경 최종 후보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