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로 인한 채권 가격상승 기대감으로 채권형 펀드가 각광 받고 있고 최근 국내 증시 부진으로 대기자금이 MMF를 비롯한 단기상품으로 집중 유입되면서 공모펀드 잔액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은행 공모펀드 잔액은 74조6304억 원으로 작년 말 대비 19.4% 증가했다.
은행 공모펀드 잔액은 라임·옵티머스 펀드 부실 사태가 벌어진 2022년 한 해에만 잔액이 전년 대비 15조 원 감소하면서 2022년 말 기준 잔액이 60조 원 밑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지난해 연간 기준 2조5000억 원 순증하며 오름세로 전환됐고 올해는 10월까지 12조 원 이상 급증했다.
편입자산 기준으로는 단기금융자산이 18조1491억 원에서 24조2128억 원으로 약 6조 원 순증했고 채권자산도 같은 기간 6조6862억 원에서 13조3119억 원으로 약 6조6000억 원 가량 증가하며 상승세를 견인했다.
판매 은행 기준으로는 하나은행(행장 이승열)이 10월 말 기준 공모펀드 잔액이 15조156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작년 말 기준 12조73억 원이었지만 10개월 만에 3조1494억 원(26.2%) 늘어나면서 잔액 증가액이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은 시장 상황에 맞는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공모펀드 성장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라 안정적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초단기 및 단기채권형 펀드와 공모주 우선 배정에 혜택 및 절세가 가능한 공모주하이일드펀드를 주요 추천펀드로 선정했고 하반기부터는 미대선을 앞두고 높아진 시장 변동성으로 투자 시점을 분산할 수 있는 분할매수형 펀드 등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추천 펀드를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행장 조병규)도 공모펀드 잔액이 8조1957억 원에서 11조3379억 원으로 3조1422억 원(38.3%) 증가하면서 증가폭이 컸다. 증가율로는 공모펀드 잔액 1조 원 이상 은행 중에서 가장 높았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채권형 펀드 위주로 잔액이 늘었는데 고객들이 전반적으로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면서 "고객 보유 대기자금도 개방형 펀드인 채권형 펀드나 하이일드펀드를 많이 찾고 있다"고 반응을 전했다.
신한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등 나머지 주요 대형 은행들도 같은 기간 공모펀드 잔액이 1~2조 원 순증한 가운데 KB국민은행(행장 이재근)은 6164억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 결과 KB국민은행은 올해 하나은행에 공모펀드 잔액 1위 자리를 내줬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소비자보호에 중점을 두고 ELS 고객 손실에 대응하고 사후 관리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미국 증시의 지속적인 상승과 글로벌 고금리가 장기화되는 시기가 이어지면 내년에도 은행권 펀드 판매 성장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