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에서 제조사의 권장소비자가보다 기준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 후 할인해주는 양 소비자를 유인하는 영업행태가 성행해 주의가 필요하다.
온라인몰은 공식 매장보다 저렴할 것이라는 소비자 인식과 할인율이 높을수록 저렴하다는 심리를 노려 판매자가 기준 가격을 임의로 높게 설정한 뒤 할인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조를 현행법으론 규제할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 손해보지 않으려면 소비자가 브랜드 권장소비자가까지 미리 확인해야 하는 실정이다.
21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코오롱스포츠 △노스페이스 △나이키 △호카 등 인기 제품을 대상으로 각 브랜드 공식몰과 주요 오픈마켓 4곳(쿠팡·G마켓·옥션·11번가)의 표시가격을 비교한 결과 할인 표시가 돼 있더라도 실제 판매가는 공식몰보다 더 비싸거나 거의 차이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제조사 권장가보다 판매 정가를 50% 가까이 올린 경우도 있었다.

노스페이스의 대표 제품인 마테호른 다운 자켓의 공식몰 권장소비자가는 39만9000원이다. 그러나 쿠팡과 옥션, G마켓 일부 판매자 상품은 할인가를 적용해도 브랜드 권장소비자가보다 더 비쌌다. 11번가는 권장가와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정가를 높여 할인폭이 큰 것처럼 보였다.
▲쿠팡에서는 동일 제품 정가를 69만4100원으로 표시한 뒤 29% 할인 적용, 실제 판매가는 48만5900원이었다. 또 다른 판매자는 정가 57만2700원, 할인율 24%, 판매가 42만9400원으로 고지했다. ▲옥션의 한 판매자는 정가 45만 원에 10% 할인이 적용돼 40만5000원에 판매했으며 ▲G마켓에서는 정가 41만3900원 → 할인 2%, 판매가 41만39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11번가에서는 정가 45만 원에 대해 19% 할인이 적용돼 판매가가 36만3000원이었다.
나이키 대표 모델인 에어포스1 운동화의 공식 온라인몰 정가는 13만9000원이다. 그러나 G마켓과 옥션에선 일부 판매자가 할인율을 적용한 최종 가격도 브랜드 권장소비자가보다 높았다.
▲쿠팡에서는 동일 제품 정가를 15만9000원으로 책정한 뒤 14% 할인해 판매가 13만6500원, 또 다른 판매자는 12% 할인 적용 후 13만9900원에 판매 중이었다. ▲11번가는 정가 14만3000원 → 할인 6%, 판매가 13만4420원, ▲G마켓에서는 판매자에 따라 정가를 17만8980원, 14만1200원으로 각각 고지한 뒤 할인율 5%를 적용해 16만8980원, 13만273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옥션에서도 정가 20만3900원에 15% 할인을 적용해 공식 온라인몰 정가보다 높은 17만3410원에 판매하고 있다.
러닝화 브랜드 호카의 인기 모델인 본디9도 마찬가지였다. 공식 온라인몰 정가는 22만9000원으로 책정돼있지만 ▲쿠팡에서는 정가를 29만3500원으로 책정하고 5% 할인해 27만871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11번가는 정가를 42만5500원으로 책정해 11% 할인, 실제 판매가가 37만6310원이었다. G마켓 역시 정가 25만9000원에서 할인 6%가 적용된 판매가 24만3460원으로, 공식몰과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
코오롱스포츠 '여성 경량 다운' 제품은 공식 온라인몰 정가가 35만 원으로 책정돼 있었지만 쿠팡에서는 정가를 52만4200원으로 설정한 뒤 19% 할인 적용, 실제 판매가는 41만9400원으로 더 비쌌다. 11번가는 정가 35만6500원으로 책정해 1% 할인된 34만9940원에 판매 중이었으며 G마켓과 옥션 또한 동일하게 정가를 38만3200원으로 고지한 뒤 2% 할인해 각각 37만32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처럼 실제보다 높은 기준가를 전제로 할인을 부각하는 방식은 소비자에게 가격 착시를 유도해 오인하게 만드는 기만적 영업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제조사가 제시한 권장소비자가 및 정가를 반드시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자상거래법 역시 ‘제조사 판매가보다 부풀린 가격을 기준으로 할인율을 표시하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하거나 제재하는 조항은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정가와 할인율 모두 판매자가 자유롭게 설정한 가격 정보라는 이유로 규제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 G마켓·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은 판매자가 임의로 설정한 가격을 플랫폼 차원에서 자의적으로 수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통적으로 권장소비자가나 정가보다 과도하게 부풀린 가격으로 기재 후 할인율을 운영하는 사례가 적발될 경우 판매자에게 수정을 요청하거나 내부 정책에 따라 제재한다고 밝혔다.
쿠팡과 11번가는 “모니터링을 통해 과하게 정가가 높게 책정된 사례는 일부 제재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G마켓·옥션은 “시중가 대비 현저히 높게 표시된 경우 페널티 등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대규모 프로모션이나 할인 행사가 있는 시기에 정가를 높게 책정해 할인율을 뻥튀기해 판매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며 “해당 기간에는 모니터링과 제재 수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실제로 할인하지 않음에도 마치 대폭 세일 중인 것처럼 기준 가격을 부풀려 표시하는 것은 엄연히 허위 세일 정보이며 소비자를 기만하는 눈속임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행태는 브랜드나 플랫폼이 아닌 입점업체 및 개별 셀러들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플랫폼 차원의 모니터링을 훨씬 강화해야 한다”면서 “적발 시에는 단순 수정 요청 수준이 아니라 해당 상품의 판매 중지나 판매자 퇴출 등 실효성 있는 패널티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