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김용민)가 고려대 기생충학교실에 왕궁리 기생충의 분석을 의뢰한 결과 대부분 회충(蛔蟲)과 편충란(鞭蟲卵)으로 확인됐다.
회충과 편충은 채소를 섭취할 때 주로 감염되는 대표적인 '채식성 기생충'. 반면 고기를 먹을 때 주로 감염되는 '육식성 기생충'인 조충란은 확인되지 않았다.
단, 조충란은 열을 가할 경우 형태가 파괴되기 쉽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부여문화재연구소는 "회충과 편충란의 발견으로 백제인이 주로 채소를 섭취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하며 "과거 식생활의 일면을 규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또 화장실을 축조하는데 사용된 목부재의 수종을 분석한 결과 굴피나무와 상수리 나무, 밤나무 등이 주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제위기간 600-641년) 대에 조성된 궁성유적으로 남북길이 490여m, 동서너비 240여m에 이르는 장방형 궁궐 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삼국유사는 이곳을 한 때 백제 무왕이 천도했던 곳으로 기록하고 있다.
1989년부터 부여문화재연구소가 왕궁리 발굴조사를 맡아 대규모 화장실 유적을 비롯해 높이 16.8㎝, 길이 31.5㎝ 크기의 휴대용 변기, 소문ㆍ연화문 수막새, 각종 인장기와와 명문기와, 유리구슬, 금구슬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그동안 4차례에 걸쳐 중간발굴조사 보고서를 발간한 부여문화재연구소는 최근 왕궁리 기생충 분석 결과와 성벽 축조시기에 대한 연구 결과 등을 담은 '왕궁리 발굴중간보고 Ⅴ'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