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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 The50 ④] 냉장고·세탁기 박스 개봉하면 '환불·교환' 원천 봉쇄…불량 제품이라도 수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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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 The50 ④] 냉장고·세탁기 박스 개봉하면 '환불·교환' 원천 봉쇄…불량 제품이라도 수리부터
단순변심 반품 제한 구조 '불만'...현실적 대안 필요
  • 정은영 기자 jey@csnews.co.kr
  • 승인 2026.01.2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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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도 통신·가전·유통·금융·플랫폼 등 각 업종에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고질적 문제들은 개선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비자고발센터를 통해 제기된 20년간의 방대한 민원을 통해 업종별 고질화된 문제점을 짚어보는 '소비자분쟁 The50' 연간 기획 시리즈로 진행한다. 고질적 민원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 허점과 정책적 과제도 제시한다. [편집자주]

#사례1 충북 청주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최근 삼성전자 매장에서 냉장고를 구매했다. 설치 당일 제품 크기가 공간과 맞지 않아 바로 다른 제품으로 교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미 설치가 완료된 제품이며 구매 시점에 충분히 안내했다"는 이유로 거절됐다. 김 씨는 "설치만 했을 뿐 사용 전인데 교환이 불가하다는 게 불합리하다고 판단된다"며 당황스러워했다.

#사례2 충남 홍성군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해 11월 LG전자 공식 홈페이지에서 김치냉장고를 구매한 후 김치통 개수가 자신이 인지한 것보다 적어 반품을 요구했다. 박 씨는 "고객센터 측에서는 이미 설치됐기에 반품이 안 된다고 안내했다"며 "결국 오해를 인정하고 추가 구성품을 받는 것으로 협의했지만 구매한 지 7일 이내에 반품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안 돼서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사례3 인천시 미추홀구에 사는 정 모(여)씨는 지난 9일 쿠팡 로켓설치를 통해 삼성전자 냉장고 두 대를 구매했다. 정 씨는 한 대는 일반 냉장고, 다른 한 대는 김치냉장고로 생각하고 주문했으나 설치가 끝난 이후에 일반 냉장고 두 대로 잘못 주문했다는 걸 인지해 한 대는 환불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정 씨는 "사용하지 않은 상태라도 일단 설치 완료 후에는 불가하다더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 포장을 개봉하거나 설치한 이후에는 단순 변심은 물론 제품 불량이어도 교환이나 환불이 원천 봉쇄돼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가전을 구매한 경우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구입 후 7일 이내라면 반품이 가능한 구조지만 중고로 전락한다며 거부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가전제조사 및 판매업체들은 사전에 '교환·환불 불가 규정'을 충분히 안내하고 있어 이같은 요구를  수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29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구매한 가전제품이 규격이 맞지 않거나 기대와 달라 배송비 등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교환이나 환불을 원하지만 거부됐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단순 변심 외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현장에서 반품이 아닌 수리가 우선 적용되는 부분 역시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형가전은 가격이 높고 사용 기간이 긴 내구재인 만큼 초기 대응 방식이 소비자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소비자가 설치 직후 하자를 발견해도 새 제품 교환까지 이어지는 문턱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 17조(청약철회등) 1항에 따르면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 다만 그 서면을 받은 때보다 재화등의 공급이 늦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재화 등을 공급받거나 재화 등의 공급이 시작된 날부터 7일 이내에 해당 계약에 관한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있다.

다만 소비자의 사용 또는 일부 소비로 재화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에는 통신판매업자의 의사에 반하여 청약철회를 할 수 없다.

온라인이 아닌 매장에서 직접 구매한 경우에는 이와 관련한 규정이 없고 판매업체 재량에 의존해야 해 소비자와 판매자 간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 가전·유통업체, 사전에 반품 규정 고지..."단순 변심 환불 어려워"

가전 제조사 및 판매업체들은 개봉된 제품은 중고품으로 취급돼 환불이나 반품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품이 불량일 경우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따른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 측은 “가전제품을 설치할 때는 실제로 작동이 되는지 설치 기사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이 과정에서 불량이 발견된다면 당연히 교체되지만 24시간이 지난 이후에 고장이 발견된다면 AS를 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설치가 잘 됐고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확인한 후에는 단순 변심으로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제품을 설치하기 전에는 고객에게 교환·반품 규정을 사전에 안내하고 이에 대한 동의를 받는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개봉됐거나 사용 이력이 있는 제품을 단순 변심으로 반품을 요구하는 것은 처리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쿠팡 등 온라인몰도 이미 개봉됐거나 사용 이력이 있는 제품은 중고품으로 취급돼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가전제품 설치 이후 교환·환불이 어렵다는 문제는 꾸준히 발생해 온 사안”이라며 “일반적으로 박스를 개봉하고 설치까지 완료되면 제품이 중고품으로 간주돼 교환·환불이 제한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 자체에 하자가 있는 불량품이라면 교환으로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만약 온라인에서 구매했을 땐 사진과 실물이 다를 수 있는데 교환이나 환불을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스를 열었더라도 재판매가 가능하다면 환불을 해주거나 제품에는 전혀 하자가 없는데 박스만 훼손된 경우에는 박스비를 공제하고 환불해주는 등 상세하고 구체적인 묘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은 "가전 제품을 매장에서 구매했을 경우에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아 단순 변심 이라도 구매 7일 이내 교환, 환불을 해줘야 하는 것이 의무 사항은 아니다"라며 "소비자분쟁해결기준도 권고 사항일 뿐 강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경우 7일 이내 교환, 환불이 불가능하더라도 업체에 직접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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