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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내비게이션, 한국 도로 안내 엉터리여도 '나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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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내비게이션, 한국 도로 안내 엉터리여도 '나몰라'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4.05.13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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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법인용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ML350'을 구입한 이 모(남)씨는 장착한 매립형 내비게이션의 엉뚱한 길안내로 골머리를 앓았다. 목적지랑 상관 없는 엉뚱한 곳으로 안내하는 것은 예사였고 과속 단속카메라 위치도 잘못 짚어 주행 도중 위험천만한 상황도 여러 번 있었다고. 매립형이라 교체도 쉽지 않아 AS센터를 찾았지만 "처음부터 독일에서 생산했기 때문에 국내 실정에 맞지 않다"며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씨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내비게이션을 설치해 오류가 있다면 제조사에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답해했다.

수입차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실정에 맞지 않은 내비게이션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안 도로를 달리는 중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마술'을 보여주는가하면 과속 단속카메라의 위치를 잘못 알려줘 속도를 줄여야 할 타이밍을 잡지 못해 과속으로 벌금을 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올해부터 바뀐 '도로명 주소'가 최신화 되지 않은 모델도 부지기수여서 수 십만 원을 주고 국산 내비게이션을 따로 설치하거나 휴대전화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운전자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기본 사양으로 장착하거나 수 백만원 상당의 옵션으로  구입해 장착했지만 내비게이션에 오류가 발생해도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내비게이션 오류를 발견해 제조사에 시정요구를 해도 '본사에서 한국형 내비게이션으로 제작해 문제가 없다'라던가 '일괄적인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책임회피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운전자가 사비를 들여 국산 내비게이션으로 바꾸고 싶어도 보증수리 대상에서 제외돼 섣불리 교체하기도 어렵다.

최근 신차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같이 차량 전체가 모듈로 구성돼있어 시스템 아래에 있는 일부 장치를 교체하고 싶어도 안전 문제로 순정품이 아닌 이상 교체할 수도 없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애프터 마켓에 나온 국산 내비게이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반해 수입차 자체 내비게이션은 아직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에 못미치는 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내비게이션은 업그레이드나 사후 관리가 중요한데 수입차 업계에서 관리를 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형 제품이라고 나오는 내비게이션도 있지만 국내 기술을 차용한 수준의 제품도 많아 불편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2~3년 전부터 국내 업체와 손잡고 '한국형 내비게이션' 개발에 힘쓰고 있다. 국내 도로사정을 가장 잘 아는 국내 업체와 협력해 정확도를 높이자는 것.

한국토요타는 LG전자와 공동개발한 한국형 내비게이션에 국내 업체 맵퍼스의 '아틀란 3D 지도'를 2011년에 처음 적용했고 BMW MINI는 지난해 9월부터 현대모비스와 공동 개발한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장착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E클래스를 비롯한 일부 모델에 현대모비스와 공동 개발한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고 상위 버전에는 독일 본사에서 제작한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적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아 업계에서도 국내 업체와 협력해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내비게이션 관련 컴플레인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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