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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기 힘든 가전제품 발열·소음, 예민한 탓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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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기 힘든 가전제품 발열·소음, 예민한 탓이라고?
구체적 기준치 없어 분쟁 빈번...'통상적 수준' 판정에 저항 불가능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4.08.1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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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인제군에 사는 심 모(여)씨는 지난 3월 교체한 냉장고 소음 탓에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저소음 모터'라는 말을 믿고 구입한 냉장고는 24시간 윙~윙 모터 돌아가는 소리를 냈다. 자신이 예민한가 싶어 지인들까지 초대해 물었고 유독 정도가 심하다는 동의를 얻었다. 제품 문제라고 확신한 심 씨는 고객센터에 체크를 요청했지만 서비스기사로부터 이 정도 소음은 지극히 정상이라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 심 씨는 “이웃이 냉장고 소음을 듣고 세탁기가 돌아가느냐고 물을 정도인데 서비스기사는 문제없다고만 한다”며 “저소음 모터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 했다.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발열·소음 등으로 인해 제조사와 소비자가 분쟁을 겪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대형홈쇼핑 방송등을 통해 소음/발열을 개선했다고 홍보하는 제품이 많아지면서 실제 성능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

소비자들은 제품 설명이나 광고를 보고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업체 측은 으레 발열이나 소음이 발생하는 가전제품인 만큼 아무리 줄여도 어느 정도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동부대우전자, 위니아만도 등 제조업체들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앞다투어 '소음’과 발열을 잡았다’고 광고하지만 실제 변동폭은 온도 1~3도 정도에 불과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문제는 가전제품의 소음과 발열이 ‘정상 범주’ 안에 있는지 불량으로 인한 이상 반응인지를 소비자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서비스센터 기사가 방문해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진단할 경우 별다른 조치도 없이 무조건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 KS마크 인증받았다는데 소음과 발열 기준치는 대체 어디에?

현재 가전제품의 소음과 발열 기준은 한국산업표준(KS)에 의해 규제받고 있다. KS마크는 한국표준협회가 국내 공산품을 대상으로 부품이나 성능을 통일화하고 표준화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지 검사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가전제품들이 KS마크 인증을 받은 상태다.

KS인증을 받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거치지만 소음과 발열에 대해서도 기준치를 정해 일정 수준 안에 있는 제품을 ‘정상’이라고 분류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이를 확인하는 것을 쉽지 않다. 품목에 따라 기준치가 다를 뿐 아니라 같은 품목에서도 용량별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

또한 제품설명서상에도 'KS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는 내용 뿐 정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음이나 발열이 어느 정도인지는 수치상으로 기재돼 있지 않다. 제조사 측은 소음과 발열 기준은 필수 표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표시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어렵사리 KS인증 제품번호 등을 확인해 국가기술원–국가 표준에서 품목별로 ‘KS마크 인증 기준’이나 시험 방법 등을 찾아볼 순 있지만 통제된 상황에서 실험한 결과인데다가 계산식이 복잡해 소비자가 자신이 구입한 제품이 ‘정상 범주’에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전기 세탁기의 경우 '직물 2겹까지 25*20cm를 60도 온도의 물에서 세척했을 때' 등의 특수 조건를 설정해 두고 소음을 측정하는 식이다.

결국 업체 측에서 설명하는 ‘통상적인 수준’이라는 막연한 기준에 부딪혀 제품 하자라는 판정을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인 셈이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발열 소음으로 인해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잦지만 주먹구구식으로 확인한 뒤 소비자를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제조업체에서 명확한 기준을 고지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 기사도 어느 정도가 ‘통상적인 수준’인지 소비자에게 정확히 설명할 수 있도록 교육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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