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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털·기생충 등 혐오스런 식품 이물질, 걱정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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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털·기생충 등 혐오스런 식품 이물질, 걱정말라고?
비닐, 탄화물, 커다란 뼈조각도 '이물 범위'서 제외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15.04.21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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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이물질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관련 법규간의 괴리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혐오스럽고 불쾌하지만 규정상으로는 이물로 분류되지 않아 사후처리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접수된 식품 이물 관련 민원은 총 30여 건에 달한다. 사흘에 한 번꼴로 식품에서 이물이 발생해 문제가 되는 셈이다.

CJ제일제당, 동원F&B, 오뚜기, 농심,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제조가공업체 외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와 같은 유통업체, BBQ치킨, 교촌치킨, 피자헛, 도미노피자처럼 외식프랜차이즈 업체도 민원 대상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들 민원 중 일부는 소비자 의견과 달리 이물로 분류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승희)에서는 원재료에서 발생해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려운 것 등 일부 물질은 이물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물의 범위와 보고 대상 확대 필요

‘보고 대상 이물의 범위’를 살펴보면 ▲머리카락(동물의 털) ▲비닐 ▲풀씨류 및 줄기 ▲참치껍질‧가시 또는 혈관 ▲종이류 ▲실, 끈류(금속성 재질 제외) ▲연화된 동물의 뼛조각 또는 연골 ▲통조림이나 염장제품에서 발견되는 원생물에 기생하는 기생충 ▲원료성분의 변화 등으로 침전‧응고되거나 뭉쳐 있는 형태의 이물 ▲식품 등의 제조‧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탄화물은 이물 범위에서 제외된다.

대부분 외부에서 유해한 물질이 유입된 것이 아니라, 원재료 자체에서 발생한 것이거나 인체에 유해하지 않는 것이라는 근거로 위생관리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물 대상이 아닐 경우 보상도 받을 수 없거니와 제조사가 관할 행정기관에 이를 보고할 필요도 없다. 이물이 발생한 원인을 조사할 근거조차 마련되지 않는 셈이다.

일부 업체는 이 조건을 이용해 제대로 수거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고 대상 제외 이물로 돌리며 책임을 면하려고 해 소비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이물의 범위에 해당되더라도 식품위생법에서 규정한 이물 발생 보고의무 대상자가 아니면 역시 규정을 피해갈 수 있다. 규정상으로는 식품제조·가공업자, 식품첨가물제조업자, 유통전문판매업자, 식품등수입판매업자만이 이물이 발생했을 때 관할 행정기관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마트처럼 보고 대상자가 아닌 경우 직접 손질해 판매하는 농수산물은 이물질에 관해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다 보니 동일한 사례가 반복해 발생할 수 있는 허점이 있는 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 이물 관련 규정은 제조 과정에서 위생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제조업체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그렇다 보니 농수산물 품목까지 아우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가 업체의 처리과정을 신뢰하기 어렵다면 관할구청 위생과에 직접 이물 발생 여부를 신고해볼 수는 있다.

# 참치캔에서 나온 척추뼈 "이물은 아냐"

서울시 중랑구 신내동에서 급식일을 하고 있는 이 모(여)씨는 초등학교 1, 2학년 400여 명이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동원참치(1천880g)를 사용했다.

참치로 만든 소를 식빵에 바르다 딱딱한 물질이 있어 살펴보니 길이 2cm에 두께가 1cm 가까이 되는 커다란 뼈가 나왔다. 이 씨의 항의에 찾아온 동원F&B 직원은 참치에서 나온 척추뼈라며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원재료에서 나왔으니 이물질은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게 이 씨 주장이다.

이 씨는 “가느다란 가시는 가끔 보았지만 딱딱한 척추뼈가 나온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아무리 이물질이 아니라 해도 먹을 수도 없는 딱딱한 뼈가 들어간 것은 문제 아니냐”며 기막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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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킨 튀김옷에 잔뜩 묻은 이물은 닭털?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에 사는 김 모(여)씨는 BBQ에서 치킨 한 마리를 주문했다. 치킨을 한참 먹다 보니 튀김옷에 잔뜩 묻은 하얀 보푸라기가 눈에 띄었다. 실인가 싶어 떼어 내 요리조리 살펴봤지만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대리점에 사진을 보내고 확인을 요청하자 닭털인 것 같다면서도 본사에서 가공되기 때문에 본인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치킨 값은 환불해주겠다고 했지만 수거도 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대리점에 화가 나 배달 어플에 사진과 함께 리뷰를 올린 김 씨.

이후 본사를 통해 환불을 받은 김 씨는 “수거도 하지 않은 채 사진만 보고 닭털이라고 주장하는 게 찜찜했지만 환불해주겠다기에 남은 치킨을 버렸다”며 이물의 정체를 끝까지 밝히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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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치 속 낚싯바늘, 이물 맞지만 대형마트 측 책임 못 물어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이마트에서 내장까지 손질된 수입산 갈치를 구입했다. 냉동 보관하려고 씻던 중 토막 난 갈치 속에서 딱딱하게 무언가 만져지는 느낌을 받은 김 씨. 갈치 속을 꺼내 보니 내장 부분에 낚싯줄이 있고 그 끝에선 손가락 두 마디만한 날카로운 낚싯바늘이 나타났다.

갈치를 산 매장 측에 항의하자 담당자는 “직접 내장을 제거하는 손질작업을 했다”며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게 김 씨 주장이다.

마트 상품권으로 구입가를 환불 받은 김 씨는 “낚싯바늘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요리했다면 가족이 다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친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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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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