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 ‘BBK와 관련 없다’?=하나은행이 2000년 6월 24일 LKe뱅크에 5억원을 출자하면서 체결한 내부 문서가 공개됐다. LKe는 김씨와 이 후보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문서에는 BBK가 LKe뱅크의 100% 자회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문서는 하나은행이 실제 자금 투자과정에서 작성한 것으로 이 후보의 서명날인까지 들어 있다. 이 내용이 사실일 경우 100% 자회사인 BBK의 주가 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이 후보의 설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이 밖에도 이 후보가 대표이사 겸 회장으로 명시된 2000년 11월 13일자 BBK 브로셔 사본과 BBK, LKe뱅크 등 3개 회사 회장 직함이 적혀 있는 명함도 공개돼 이 후보를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김 BBK 소유 이면계약서류 있나=김씨는 최근 LA 소재 감옥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LKe뱅크는 지주회사, BBK는 자회사이며 이 후보가 실소유주”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BBK, LKe뱅크, EBK증권중개의 설립자본금 190억원은 다스 투자금 190억원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다스의 BBK 투자금은 총 190억원으로 BBK(30억원), LKe뱅크(60억원), EBK증권중개(100억원)의 자본금을 합한 금액이 일치하는 게 사실이다.
그는 또 이를 증명하는 이면계약서류가 있으며,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주장대로라면 BBK, LKe뱅크, EBK증권중개 등은 모두 다스 투자금으로 설립됐고, 다스 역시 이 후보가 실제 주인이라는 주장이다.
이 후보 측은 “다스는 BBK와 6차례에 걸쳐 190억원을 나눠 송금한 반면, BBK는 99년도에 설립돼 30억원 증자가 마무리되는 등 시기상으로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 주가 조작과 관련 있나=김씨는 2001년 4월 광은창투를 인수해 이름을 옵셔널벤처스코리아로 바꾼 뒤 주가 조작에 나선다. 당시 주가 조작에 동원된 자금은 BBK가 운용하는 마프(MAF)펀드의 38개 증권계좌에서 나왔다는 게 미 전자공시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BBK가 운용하는 펀드였던 MAF펀드는 이 후보의 주가 조작 참여 여부를 가르는 또 하나의 척도다.
이 문제가 불거진 뒤 기자회견장에서 MAF펀드에 대해 묻자 이 후보는 “마포 국밥집을 얘기하는거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대표로 있던 LKe뱅크가 MAF펀드의 전환사채(CB) 1250만달러(2001년 당시 시세로 약 150억원)를 구입하는 방법으로 MAF펀드와 관련이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스 실소유주는 이 후보?=BBK와 이 후보의 관련성을 따지다 보면 결국에는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다스의 실제 주인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게 된다. 김씨는 다스도 이 후보 소유의 회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스는 이 후보가 김씨와 LKe뱅크 동업을 시작한 직후인 2000년 3월부터 12월까지 총 190억원을 BBK에 투자한다. 여권에서는 “다스 같은 중소기업이 거액을 투자한 데는 다스가 이 후보의 ‘차명소유’회사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스 측은 당시 삼성생명(100억원), 심텍(50억원)이 투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투자할 만한 회사였다는 주장이다.
박지웅ㆍ박정민 기자(boh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