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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 김 연출 '최후의 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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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 김 연출 '최후의 XXX'...???"
  • 유태현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11.16 2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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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선 정국을 요동치게 할 파급력을 지닌 `BBK 사건'의 중심 인물인 김경준(41) 전 BBK투자자문 대표의 13시간 동안의 한국행길은 출발부터 도착까지, 시종 극적 긴장감이 맴도는 한 편의 첩보영화 그 자체였다.

   정치적 편파성 시비를 우려한 법무부가 김씨 송환 과정 내내 `007작전' 같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면서 김씨를 쫓는 언론과 이를 따돌리려는 호송팀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은 `첩보전'과 `추적작전'이 벌어졌다.

   ◇ "동생이 구치소를 나갔다" = 미국 현지시간 15일 오전 8시께(한국시간 16일 오전 1시). 며칠째 김씨의 범죄인 인도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연합뉴스의 LA특파원의 전화기가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 변호사.

   에리카 김은 "동생이 오늘 새벽 6시께 연방 마셜(보안국) 관계자들의 호송 속에 구치소를 나왔다"고 짧은 언질을 줬고 연합뉴스는 한국시간 16일 오전 1시12분 `BBK 김경준, 연방 구치소 출발'이라는 제목의 3줄 짜리 기사를 긴급 송고했다. 13시간의 `첩보영화' 같은 호송작전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깊은 새벽 시간인 한국과 달리 김씨의 송환에 대비해 LA공항에서 며칠째 진을 치고 항공기 표를 끊었다가 물렀다를 되풀이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제일 먼저 비상이 걸렸다.

   김씨와 호송팀이 탈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편은 오전 10시10분, 11시5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편과 낮 12시10분발 아시아나편 등 모두 3편.

   기자들은 탑승권까지 손에 쥐고 이 세 편의 항공기를 기다렸으나 예상과 달리 마직막 아시아나편이 떠날 때까지 김경준씨와 한국 법무부 호송팀의 모습은 눈에 띄질 않았다.

   항공사측도 본사로부터 극도의 보안지시를 받은 탓인지 김씨의 탑승 사실을 철저히 함구했다.

   취재진은 잠시 뒤인 12시30분께(한국시간 16일 오전 5시26분) 김씨가 낮 12시10분발 아시아나편에 이미 올랐다는 `허탈한 소식'을 전해들었다.

   항공사와 치밀한 사전 논의를 통해 버스를 이용해 활주로에서 김씨를 탑승시킨 호송팀에 취재진이 당하고 만 것이다.

   ◇ `벙커'에 숨은 김경준 = 항공기에 올라서도 호송팀의 `김경준 숨기기'는 계속됐다.

   김씨와 호송팀원 8명 등 9명의 자리는 원래 항공기의 맨 뒷좌석으로 예약돼 있었다.

   하지만 일부 취재진이 김씨 탑승사실을 모른채 일단 카메라를 갖고 탑승한 것을 확인한 호송팀은 원래 자리를 피했고 이 자리엔 대신 승무원들이 앉았다.

   김씨는 탑승 때부터 착륙 때까지 내내 승무원들이 `벙커'라고 부르는 승무원 휴게공간에서 호송팀원과 함께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탑승자는 화장실 등을 오가며 김씨가 `벙커'에 있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지만 그의 기내 움직임은 수사관들에 의해 극히 제약을 받았다.

   호송팀은 원활한 호송을 위해 김씨의 짐도 조그만 가방 하나로 단촐히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탄 아시아나 OZ201편은 예정보다 20분 정도 빠른 16일 오후 6시8분께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공항에 착륙한 뒤에도 김씨는 곧바로 나오지 않고 승객들이 모두 빠져나온뒤 수사관들에 둘러싸여 얼굴을 드러냈다.

   입국심사 등도 언론 노출과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기내에서 이뤄졌다.

   ◇ 무서운 질주 = 김씨는 공항에서 잠시 언론에 노출된뒤 다시 탑승구로 되돌아가 활주로에서 검찰 호송 승합차에 올라 탔다.

   입국장으로 빠져나올 경우 언론과의 추격전을 따돌리기 위한 치밀하게 계산된 순서였다.

   김씨를 태운 차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앞세우고 인천공항을 출발해 무서운 속도로 달렸다.

   1시간 가량이 지난 오후 7시50분께 김씨가 탄 승합차를 비롯해 차량 4대는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섰다.

   이날 김씨가 수사를 받게될 서울중앙지검 청사에는 이날 오전부터 방송사 차량들과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지만, 검찰은 전날부터 출입기자단과 협의해 차에서 내려 청사로 걸어가는 동안만 사진촬영을 허용했다.

   김씨의 발언 하나 하나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김씨의 양 팔을 낀 수사관들이 뭔가 말을 하려는 김씨의 움직임을 제지하기도 했다.

   김씨는 결국 포토라인을 지나 조사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몇몇 취재기자들을 향해 "일부러 이 때 온 거 아니에요. 민사소송 끝나서 온 거에요"라는 말을 던지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긴 13시간의 `첩보영화'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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