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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스위치, 국가변경 후 충전금액 증발 피해 속출...업체는 문제 인지하고도 팔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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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스위치, 국가변경 후 충전금액 증발 피해 속출...업체는 문제 인지하고도 팔짱만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1.12.16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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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스위치 계정의 국가 변경으로 충전해놓은 e숍(e-shop) 잔액이 모두 사라졌다는 피해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사전 공지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복구 가능'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데다 충전금액 환불도 사실상 불가한 탓에 국가 변경으로 애먼 돈을 날리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닌텐도 측은 이 같은 소비자 불만사항을 인지하고 있으나 모든 권한이 일본 본사에 집중되다 보니 지사 차원의 도움이나 개선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구광역시 동구에 사는 손 모(남)씨는 지난 9일 닌텐도 스위치 계정의 국가 변경으로 한국 e숍에 충전해놓은 금액 5만2000원을 모두 날리게 됐다고 토로했다.

통상 국가 변경은 한국 e숍에 없는 게임을 구매하거나 더 저렴한 가격에 게임을 구매하기 위해 시도된다. 계정에 잔액이 남아있는 경우엔 국가 변경 전 '닌텐도 e숍에서 잔액을 모두 사용하거나 아래 포기하기를 선택해 잔액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국가·지역 변경을 할 수 없다. 잔액을 포기하고 국가·지역을 변경하겠느냐'는 팝업창이 뜬다.
 

▲닌텐도 스위치에서는 '국가 변경 시 잔액을 포기하겠느냐'는 내용의 팝업창을 띄우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에서는 '국가 변경 시 잔액을 포기하겠느냐'는 내용의 팝업창을 띄우고 있다
손 씨는 원래 국가로 돌아오면 사라진 금액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포기하기' 버튼을 눌렀다. 사라지는 금액도 팝업창에 구체적으로 표시돼 있지 않아 고작 몇백 원가량이라 생각했다고.

5만2000원의 잔액은 국가 변경과 동시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해외 e숍을 살펴보고 다시 돌아온 후에도 복구되지 않았다. 한국닌텐도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으나 "이용자 동의 하에 포기하기가 진행된 부분이며 사전에 이를 안내하고 있다"면서 해결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손 씨는 "국가변경 전 잔액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나오지만 사라지는 금액을 정확히 표시하지 않는 등 두리뭉실하게 안내해 오인을 했는데 업체에서는 동의했으니 이후부터는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갑질을 하고 있다.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계속 방치하고 대처 방안도 찾아주지 않는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손 씨뿐만이 아니다. 네이버 카페, 블로그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닌텐도 스위치 계정의 국가 변경으로 충전해놓은 잔액을 날렸다는 소비자 피해 사례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닌텐도 동물의 숲 대표 네이버 카페(WTAC)의 한 회원은 국가 변경 시 뜨는 팝업창을 대충 읽었다가 구매한 선불카드 잔액을 모두 날리는 낭패를 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회원은 국가 변경 후 다시 돌아오면 잔액이 복구되는지 증발되는지를 질의했는데, 과거 국가 변경으로 잔액을 모두 날린 경험을 토로하는 이용자들의 댓글이 달렸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13만 원 가량의 잔액이 국가 변경으로 0원이 됐다", "국가 변경으로 잔액을 날렸으나 한국닌텐도에서는 해결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국가 변경으로 잔액이 증발했는데 일본 본사에 직접 문의할 수 없어 답답하다", "포기된 잔액은 일본 본사가 가져가는 것이냐"는 소비자 불만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닌텐도 스위치 계정의 국가 변경으로 충전해놓은 잔액을 날렸다는 소비자 피해 사례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닌텐도 스위치 계정의 국가 변경으로 충전해놓은 잔액을 날렸다는 소비자 피해 사례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팝업창 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두루뭉실한 탓에 소비자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가 변경 전에 잔액을 환불해주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닌텐도 측 과실 등 특수한 사례가 아니면 환불은 사실상 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유튜버 '잼트'도 지난해 7월에 올린 영상을 통해 "닌텐도는 게임 회사 가운데서도 환불을 잘 안해주기로 악명이 높다. 정말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게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국닌텐도 측은 국가 변경으로 야기되는 이 같은 피해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나 모든 권한이 일본 본사에 집중되고 있어 지사 차원의 도움이나 개선이 사실상 어렵다고 해명했다.

한국닌텐도 관계자는 "잔액 포기하기를 팝업창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이용자 동의 하에 포기하기가 진행된다. 또한 잔액은 원래 국가로 돌아와도 복구되지 않는다. 팝업창 내용 개선이나 잔액 환불·복구 등은 한국닌텐도 권한 밖이므로 도움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닌텐도의 지난해 매출(회계연도: 3월 말)은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어 400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74% 늘어난 수치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37% 급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12% 늘어난 267억 원, 순이익은 101% 늘어난 196억 원을 기록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한국닌텐도 수익은 대부분 일본 본사로 건너간다. 한국닌텐도는 일본 본사인 닌텐도(Nintendo Co., Ltd.)가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본사에 3519억 원을, 2019년에는 1991억 원을 특수관계자 거래로 지급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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