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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히 게임 내용 바꾸는 '잠수함 패치'에 게이머들 공분..."죄송하긴 한데 환불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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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히 게임 내용 바꾸는 '잠수함 패치'에 게이머들 공분..."죄송하긴 한데 환불은 안돼"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1.12.27 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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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게임사인 소녀스튜디오의 방치형 모바일 RPG '태고신이담: 신의한수'는 최근 단행된 '잠수함 패치(Patch, 일종의 업데이트)'로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신수 덱(Deck) 중 하나인 '궁기'의 두 번째 스킬에 대한 하향 패치가 이용자 몰래 이뤄진 것. 운영진은 이번 패치에 대해 사전은 물론 사후 안내도 하지 않았다. 이용자들은 "궁기 강화를 위해 들인 돈이 허공으로 사라지게 됐다"며 거세게 반발했으나, 운영진은 유저들의 항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태고신이담: 신의한수 공식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이 궁기 잠수함 패치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태고신이담: 신의한수 공식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이 궁기 잠수함 패치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 중국 게임사인 파이브크로스게임즈의 수집형 모바일 PRG '아르미아: 운명의 신'도 '잠수함 패치' 논란으로 최근 이용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16일 주요 컨텐츠 중 하나인 투기장 보물함 드랍 확률이 하향된 사실이 공식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를 통해 공론화됐는데, 운영진이 이와 관련한 어떠한 안내도 하지 않은 탓이다. 이용자들은 "하향 패치 전 이용자들에게 미리 사전 고지를 했어야 한다"며 롤백(Roll back)을 요구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운영진은 17일 공지 글을 통해 잠수함 패치가 아닌 확률설정 오류임을 해명하며 이용자들에게 사과했다.
 
▲아르미아: 운명의 신 이용자들이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잠수함 패치에 대해 항의하자 운영진은 공지 글을 띄우고 이용자들에게 관련 해명과 사과를 했다 
▲아르미아: 운명의 신 이용자들이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잠수함 패치에 대해 항의하자 운영진은 공지 글을 띄우고 이용자들에게 관련 해명과 사과를 했다 
이용자 몰래 게임 내용이 수정되는 '잠수함 패치'가 모바일 게임에서 빈번하게 발생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잠수함 패치는 게임업계에서 통용되는 은어이다. 별도 공지 없이 게임 내용을 은밀히 수정하는 게임업체의 모습을 수면 아래에서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함에 빗댄 것이다.

게임 밸런스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게임 방식을 바꾸거나 가챠(Gacha, 뽑기) 확률, 캐릭터 능력치 등에 대한 조정이 몰래 이뤄진다. 주된 목적은 패치로 인한 이용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개발사의 전적인 판단으로 패치 내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패치 완료 후에는 이용자들의 반발을 예상해 수정 내용을 별도 공개하지 않는다. 

문제는 잠수함 패치 대부분이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 이뤄진다는 데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관련 소비자 불만 제기가 최근까지 잇따르는데, 이용자들은 패치가 이뤄진지도 모르고 게임을 즐기던 중 자신도 모르게 수정된 내용을 뒤늦게 발견하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고성능을 탑재한 고가의 유료 컨텐츠가 출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수함 패치로 능력치가 너프(Nerf, 하향)된 경우는 더 큰 문제가 된다. 너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유저들은 "낮은 능력으로 너프될 줄 알았다면 컨텐츠에 돈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개하며 롤백(현 시스템이나 데이터가 문제가 생겼을 때 기존 데이터로 돌리는 행위) 또는 전액 환불을 요구하지만 업체 측은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대표 잠수함 패치 사례로는 소프트맥스가 개발한 'SD건담 캡슐파이터 온라인'이 있다. 고성능의 신규 유료 컨텐츠를 출시해 과금을 유도한 이후 은근슬쩍 능력치를 너프하는 잠수함 패치 패턴으로 인해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다. 2015년 5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현행법에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게임내용 변경사항 고지의무가 규정돼 있지 않다. 게임산업진흥법 제21조에 따르면 게임업체는 게임내용을 수정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신고만 하면 고지 의무에서 벗어나게 된다. 잠수함 패치로 금전 피해를 입어도 이용자 개개인별 피해금액이 특정되지 않는 탓에 피해 수준에 비례한 합당한 보상은 사실상 요원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는 지난 7월 게임업체의 잠수함 패치를 방지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게임사가 게임 내용 변경 시 그 내용을 이용자에게 의무 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소관 상임위에 회부돼 심사 중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김 의원은 "게임은 이용자들이 정당한 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인데 게임사들의 부족한 서비스 의식이 잠수함 패치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용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게임사와 이용자간 상호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일각에서도 이용자 신뢰 구축을 통한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잠수함 패치를 지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컨텐츠 변경사항을 이용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으면 이용자는 실제 가치보다 높은 금액으로 컨텐츠를 구매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피해로 게임 소비자들의 업계 불신이 누적될 수록 게임산업의 질적 발전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버그 등 게임 이용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놔두고 업체에 유리한 부분만 수정하면 이용자 불신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용자들의 모든 요구를 반영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암암리에 패치를 진행해 혼란이 발생하는 일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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