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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픽] 검색하면 무차별 따라오는 온라인몰 광고 추천 알고리즘, 거부 가능해질까?...관련법 개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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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픽] 검색하면 무차별 따라오는 온라인몰 광고 추천 알고리즘, 거부 가능해질까?...관련법 개정안 발의
  • 황혜빈 기자 hye5210@csnews.co.kr
  • 승인 2022.02.14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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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광명시에 사는 송 모(여)씨는 한 온라인몰에서 의자를 구매하기 위해 2~3번 검색했을 뿐인데 모든 사이트에서 특정 상품만 상단에 자꾸 노출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브랜드 상품도 보고 싶은데 선택을 제한하는 것 같았다고. 송 씨는 “알고리즘이 사용자 취향을 분석해 상품 추천해주는 건 좋지만 특정 상품만 광고 식으로 노출돼서 다양한 상품 비교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후 구매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할 때마다 장바구니에 넣어뒀던 상품이 광고로 노출됐다고. 김 씨는 “나도 모르게 온라인몰들이 내 정보를 수집해 노출시키는 것 같다”며 “SNS는 타인과 같이 볼 수도 있는 건데 내 취향이 공개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추천 알고리즘 서비스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지난 8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9일 소관 위원회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돼 오는 18일까지 입법예고된다.

개정안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추천 알고리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이용자가 알고리즘 서비스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사업자가 기본 서비스를 공급 거부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알고리즘은 유튜브와 같은 영상채널뿐 아니라 쇼핑, 음악채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관심사를 예측해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알고리즘 추천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협업 필터링’은 사용자와 취향이 비슷한 다른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방식이고, ‘콘텐츠 기반 필터링’은 사용자가 기존에 선호했던 콘텐츠와 유사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 콘텐츠 한두 가지만 소비해도 이 취향을 반영한 유사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것을 넘어 타 온라인몰이나 SNS에서 광고로까지 노출되는 상황이라 이를 반기지 않는 시각도 많았다. 

개인의 취향을 고려한 콘텐츠만 노출되다 보니 ‘확증 편향’을 초래한다는 거다.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이용자의 지금까지 취향과 일치하는 콘텐츠와 상품에만 선별적 노출되며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셈이다.

이미 지난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소비자가 맞춤형 광고 대신 일반광고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맞춤형 광고만 제공하던 사업자가 일반 광고를 추가로 제공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혀 해당 내용은 삭제된 상태다.

미국 하원에서는 지난해 11월 이용자들에게 추천 알고리즘 선택권을 부여하는 취지의 '필터 버블 투명성 법안'을 입법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번 발의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소비자 단체는 소비자 권익 증진 측면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온라인 플랫폼 업계는 반발하는 분위기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개인의 데이터를 취합해 알고리즘을 통해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고리즘에 대한 투명성, 신뢰성 등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소비자가 추천 받고 싶은 것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에 대한 확보와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 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좋은 취지다"라고 밝혔다. 

업계는 앞서 문제가 됐던 △일반광고를 추가해야 한다는 점을 비롯해 △소비자 니즈 파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들며 반대하고 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를 사전 차단하면 맞춤형 광고만 제공하던 플랫폼 업계에서는 알고리즘 추천 광고가 아닌 일반 광고를 추가로 집행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개발 리소스가 추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며 "이커머스를 비롯한 모든 플랫폼 기업, 특히 소규모 기업의 경우 개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플랫폼 기업들은 처음에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를 끌어들인 후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니즈를 파악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려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부터 회원, 비회원 구분 없이 데이터 수집 동의를 받게 되면 사업자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없어진다. 결국 모든 기업들이 데이터 제공에 동의한 회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원제'로 갈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법안이나 마찬가지다"라고 꼬집었다. 

무차별적인 알고리즘 추천 방식은 개선될 필요가 있지만 사전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최인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팀장은 "소비자들이 알고리즘을 선택하게 되면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과중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데이터 수집을 위한 광고 예산과 시행 후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민원 등 사후적인 것들도 고려를 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원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후에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안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법안을 발의한 정필모 의원실 관계자는 "일반광고를 하게 되면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하는데 (그 논리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사업자가 광고할 권리도 있지만, 이용자들이 맞춤형 광고를 받지 않을 권리도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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