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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으로 '호갱님' 사라질까? 소비자편에서 본 3가지 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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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으로 '호갱님' 사라질까? 소비자편에서 본 3가지 현안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4.09.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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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본격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단통법 시행이 통신시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24일 열린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의 고시안 심사에서 단통법의 핵심 중 하나인 보조금 분리고시를 제외키로 하면서 '반쪽짜리 단통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단통법 시행으로 소비자가 직접 영향을 받는 부분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보조금 상한액이 6개월 마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된다. 24일 저녁에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보조금 상한선이 기존보다 3만 원 인상된 30만 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문제는 가입 요금제 액수에 따라 보조금이 비례적으로 지급됨에 따라 저가 요금제를 가입한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보조금을 적게 받고 이에 따라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 측은 지원금 지급을 빌미로 저가 요금제 가입 고객에게 일정기간(3개월) 7만 원 이상 고가요금제 사용을 강요당한 사례가 많았지만 지원금 연계로 개별계약 체결을 제한하는 단통법이 적용되면 저가 요금제 가입 고객도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예를 들어 3만 원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은 단통법 시행 이전엔 보조금 27만 원을 받는 대신 고가요금제를 3~4개월 의무 사용해야했지만 단통법을 적용하면 비례원칙에 따라 보조금은 절반 이하로 줄더라도 고가요금제 의무가입기간이 사라져 결과적으로는 이득이라는 것.

미래부는 "요금제에 따른 차별적인 지원금 기준 고시는 현재 고가요금제 가입자에게만 집중되는 지원금을 저가요금제 가입자에게도 비례적으로 지급되도록 해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에게 혜택을 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가 요금제 의무 가입의 부담에서 벗어나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기존에도 보조금을 빌미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두번 째는 그동안 각종 '대란'때마다 최대 70~80만 원에 달하는 '스팟성 보조금'이 풀리는 바람에 제 값에 주고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이른 바 '호갱님'이라 부르게했던 차별적 보조금도 사라진다.

가입유형이나 요금제를 비롯해 심지어 단말기를 구입한 지역에 따라 제각각으로 풀리던 보조금에 대한 차별이 사라져 동등한 조건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

일괄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보조금 때문에 차별적 보조금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이통 시장의 불안정성과 소비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데서 비롯된 문제들이 야기됐다는 데서 생긴 조항이다. 

더 나아가 통신사를 통해 단말기를 구입하지 않아도 지원금에 상응하는 할인 혜택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이 규정은 그나마 단통법의 원래 취지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보에 빠른 일부 고객만 과도한 보조금을 받음으로써 나머지 고객들이 부담을 떠안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선 영업현장에서 이 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질 지가 관건이다. 과거에도 불법을 무릅쓰고 대규모 보조금 살포가 빈번하게 이뤄진 탓이다. 

세 번째는 보조금 분리고시 문제다. 당초 고시안은 이통사의 보조금과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을 분리공시해 그동안 투명치 못했던 보조금 내역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했지만 규제개혁위가 이를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당초 이통3사가 모두 찬성했고 처음에 반대했던 제조사 측에서도 LG전자와 팬택이 찬성으로 돌아서 순탄히 풀리는 듯 했으나 삼성전자가 영업기밀이 노출된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조사 판매장려금이 비공개로 남는다면 정확한 보조금 내역을 소비자가 제대로 알 수 없어 보조금 지급 여부에 따른 단말기 선택이 불가능해진다. 또 최신 단말기 위주로 암암리에 지급됐던 제조사의 장려금을 드러나지 않을 경우 불법 보조금 논란이 재점화 될 소지도 높다.

게다가 판매장려금 공개로 단말기 출고가 인하 효과를 노렸던 당초 계획도 수포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방통위에서도 24일 저녁 규개위의 분리공시 삭제 부분을 수용하고 분리공시 법안을 별도로 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깜깜이 보조금'으로 단통법이 출발하게 된 점은 알맹이가 빠졌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단통법은 당초 취지에 비해 구멍이 숭숭 뚫린 상태로 시행돼 이동통신 시장의 영업질서 회복에는 제한적인 효과를 끼칠 것으로 보인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가계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높을 만큼 단통법이 통신비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면서 "단말기 시장의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이라는 당초 취지와 벗어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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