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매한 지 얼마되지 않은 계란이 썩어 있다는 소비자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살충제 계란'으로 인한 불안감을 애써 누르고 구매를 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울분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대구 달성군의 주부 유 씨는 지난주 9월 6일 마트에서 계란을 구입했다.
유통기한이 9월 30일까지라고 표기되어 있어 안심하고 구매했다고.
저녁 반찬으로 계란 요리를 하려고 깨뜨려보니 흰자 부위는 찾아볼 수 없었고 검은 색으로 변한 부위도 발견됐다. 생선 비린내보다 독하고 역겨운 냄새도 참기 어려웠다고.
유 씨는 "3살 아들에게 먹이려고 했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해 당황스럽고 불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기장군의 정 모(남)씨도 구입한 계란을 라면에 넣었는데 이상한 악취가 느껴졌다. 이상하다 싶어 재료를 살펴보던 중 계란이 부패했다는 걸 알게 됐다.
판매처인 마트로 민원을 제기하자 "날씨가 더울 때는 상할 수 있다. 가져오면 교환해 주겠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식의 반응이 돌아왔다고.
정 씨는 "당시 이미 살충제 계란 논란이 한창 뜨거울 때였다. 하지만 관련 업체들은 전혀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있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살충제 논란으로 판매량이 크게 줄면서 재고가 쌓이는 바람에 신선도가 떨어지는 계란이 시중에 판매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살충제 검출 논란 이후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요의 회복세는 더디기만 하다. 유통업계의 대대적인 할인으로 대란 한 판 (30구)가 4천 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30% 넘게 떨어졌던 계란 매출은 추석을 기점으로 겨우 회복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유기농','친환경' 등을 믿었던 소비자들은 이번 살충제 계란으로 인해 생산업체에 대한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서민의 먹거리인 계란을 언제까지고 외면할 수 없어 불안감을 애써 누르며 구입하고 있다.
그렇게 구입한 계란이 시커멓게 썩어 악취를 풍기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다시금 생산업체와 유통업체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연거푸 썩은 계란을 발견했다는 주부 연 씨는 "'멍청한 소비자들은 가격만 싸다면 결국 다시 돼지고기를 사 먹을 것"이라던 영화 속 대사가 떠 오른다. 지금 계란을 생산, 판매하는 업체들도 모두 이처럼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어 소름이 돋는다. 요즘은 영화보다 다 잔인한 현실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