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매트와 전기요, 찜질기 등 겨울철 난방용품 사용이 늘어나며 화재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난방용품 화재 발생 시 신체 화상과 이불·소파 등의 재산피해로 이어지지만 영세업체가 난립해 있는데다 책임소재 입증 문제 등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보상을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소비자들은 전원이 꺼져있음에도 화재가 발생하거나, 사용법을 지켰음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명백한 제품결함이라는 불만을 제기한다. 그러나 업체 측은 사용 중 소비자 과실로 인한 것이며 제품결함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어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제조물책임법상 ‘제조·설계상, 표시상, 기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돼 있는 결함으로 경제적 또는 신체적 손해가 발생’ 할 경우 제조업체나 공급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 구제를 위해서는 제조·설계상 등 사업자 측의 귀책사유나 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입증 또는 확인돼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다.
결국 업체가 제품결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자체적으로 화재 원인을 조사, 제품 결함을 증명해야 하는 셈이다. 대다수 소비자가 이를 입증하지 못해 피해보상이 어려운 문제가 반복되지만 구체적인 피해구제 방안은 마련되고 있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화재 발생 후 원활한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피해 구제를 신청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화재가 발생한 제품을 외부전문가에 맡겨 원인을 보다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철 난방용품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구입 전 전기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입 후에는 온도 조절기를 발로 밟거나 충격을 주지 말고, 인화성이 높은 라텍스 재질의 매트리스와도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 6개월간(2015.1~2018.6)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전기매트류 관련 안전사고 사례는 총 2411건이었다. 품목별로는 ‘전기장판·전기요’가 1467건(60.8%)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온수매트’ 913건(37.9%), ‘전기방석’ 31건(1.3%) 순으로 나타났다.
사고유형은 ‘화재·과열·폭발’이 1516건(62.9%)으로 가장 많았고, 피해 증상은 장시간 피부 접촉이나 화재 발생 등에 따른 ‘화상’이 667건으로 88.0%를 차지했다.
#사례1 전라북도 익산시 춘포면에 거주하는 조 모(여)씨는 전기장판에서 발생한 화재로 침대와 이불이 불에 타는 아찔한 사고를 겪었다. 조 씨에 따르면 전기장판 전원이 꺼져있는 상태에서 이 같은 화재가 발생했다고. 업체에 보상을 문의했지만 ‘소비자 사용 과실’이 원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조 씨는 “보험회사와 연결해 현장조사까지 했지만 업체가 의도적으로 연락을 회피하는 것 같다”며 “배 째라는 식으로 AS 및 피해보상을 처리해주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례2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거주하는 이 모(여)씨는 전기장판을 켜둔 지 1시간 만에 과열로 큰 화재사고가 날 뻔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구매한지 1년도 안된 전기장판에 열원이 없어 20일 전 한 차례 수리를 받았다"며 "수리 후 장판을 사용한지 1시간 쯤 됐을까 연기가 피어오르며 불이 붙었고 현재 장판은 사용불가한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사례3 부산 남구에 거주하는 윤 모(여)씨는 지난해 11월 구매한 전기요에 불이 붙어 아기 이불까지 시커멓게 타는 황당한 사고를 겪었다. 자칫 아기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음에도 업체 측은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윤 씨는 “업체 관계자로부터 ‘블랙컨슈머’ 취급을 받았다. 제품을 보내라는 말만 하고 그 이후 어떤 연락도 없었다”고 억울함을 털어놨다.
#사례4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에 거주하는 안 모(여)씨는 축열식 찜질기 과열로 지난해 11월 소파가 망가지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입고 있던 옷과 이불에도 불길이 붙어 하마터면 큰 불이 날 뻔 했다고. 안 씨는 “업체 측은 새 제품을 보내준다는 답변만 반복할 뿐 재산 피해에는 어떤 보상도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민희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