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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유혹한 펀드, 이젠 내 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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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유혹한 펀드, 이젠 내 품 속으로
  • 헤럴드 경제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11.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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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고객을 맞아본 게 언제인지….” 임주혁 한화증권 갤러리아PB지점 과장은 최근 여성의 ‘펀드 가입 열풍’을 피부로 느낀다고 한다. 그는 “펀드에 가입하려고 찾아오는 여성 고객이 정말 많다. 기혼 여성뿐 아니라 20대의 젊은 미혼 여성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한때 주식시장은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주식상품, 투자방식 등이 다양해지면서 여성도 오르락내리락하는 화살표로 가득찬 ‘골치 아픈’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순간순간 바뀌는 지표의 세상 속에서도 여성은 그들만의 방식을 고집한다. 소박하고 느긋하지만 야무지게 투자하는 여성의 전략은 ‘한방’을 기대하는 남성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 펀드, 여자를 유혹하다

“야, 너희는 요즘 펀드 뭐하니?” 오랜만에 여고 동창생과의 모임에 나간 임수정(31) 씨는 친구들과 어김없이 펀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재테크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던 소위 ‘비강남권’ 친구였음에도 불구하고 임씨의 친구들은 “요즘 ○○펀드가 좋대” “난 몇 개 가입했는데 최근에는 또 △△펀드가 괜찮다고 해서 얼마전에 상담받았어” 등의 말을 쏟아냈다.

15년 가까이 증권사에서 근무해온 김동훈(가명ㆍ44) 팀장은 최근 여성이 펀드에 갖는 관심을 다름아닌 집에서 느낀다고 한다. 특별히 재테크에 관심이 없던 부인이 얼마전 “내 친구는 펀드 해서 다 돈 벌었다는데, 우리도 하나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제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우리 집사람까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주변 아줌마 사이에서 펀드 열풍이 대단한가 보다”고 말했다.

A증권사의 경우 최근 가장 잘 나간다는 모 펀드 가입자의 60% 이상이 여성이라고 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가정 내에서도 경제 주도권을 여성이 쥐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여성이 시장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주부도 그렇지만 20~30대 초반의 젊은층으로까지 고객 폭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성 펀드 투자자를 만나기 쉬운 곳은 온라인 재테크 카페. 직장인 김주연(27) 씨는 올해만 펀드상품 5개에 분산투자하고 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온라인 재테크 카페에 가입한 그는 이곳에서 다른 투자자와 교류한다. “카페 회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여성인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정보를 올리는 분도 여성 회원이고요.”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다음(www.daum.net)에 개설된 펀드 투자 관련 카페 펀드스쿨의 경우 자체 설문조사 결과 여성 비율이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테크 관련 카페라고 해서 딱딱한 정보만 오가는 것이 아니다. 김주연 씨는 “서로 사진도 올리고, 가끔씩 번개모임도 갖는다. 수다 떨듯이 투자 의견을 올리기도 하면서 서로의 성투(성공투자)를 빌어준다”며 펀드 투자 외의 다른 재미도 있다고 털어놨다.

#펀드, 여자와 궁합이 맞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현진(28) 씨는 적립식 펀드에만 3년째 투자하고 있다. 직접투자는 무서워 안정적으로 적립식 펀드에만 투자했지만 현재까지의 성적은 스스로도 대만족이다. 수익률 68%. 지수가 2000을 찍었을 때 고점이라는 판단 아래 부분 환매해 대출금을 갚았다. 향후 기대하는 수익률은 30% 정도로 비교적 소박하다.

공기업에 근무하는 양정은(25) 씨. 그는 중국 러시아 등 해외펀드와 국내펀드를 섞어 4개의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수익률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체크하는 수준이고, 오래 두면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6개월 이상 손에 쥐고 있을 생각이다. 기대 수익률은 10~20% 정도다.

이현진 씨와 양정은 씨는 여성 펀드 투자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들처럼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개념을 갖고 은행을 이용하듯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여성 투자자의 특성이다.

20년 동안 영업현장에서 활동해온 현주미 굿모닝신한증권 명품PB센터 강남센터장은 여성고객에 대해 안정지향적이라고 표현했다. “여성 고객은 리스크에 대해서는 상당히 보수적이면서 일정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요. 그래서 남성에 비해 더 꼼꼼히 따지고 투자하죠.”

임주혁 과장도 안정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내는 여성에 대해 “잘한다”고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한탕주의에 빠진 남성은 한꺼번에 큰 돈을 몰아넣는 거치식 펀드를 선호하는 반면, 여성은 적금처럼 쪼개서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를 즐긴다. 남성의 경우 대박 아니면 쪽박을 차지만, 여성은 중박 또는 소박을 보장받는다. 결국 전체적인 수익면에서는 여성이 더 높은 결과를 얻기 때문에 그들의 선택이 더 ‘야무지다’고 말할 수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남성에 비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여성이 수익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큰 욕심 갖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하라고 충고했다.

# 펀드, 여자에게는 현실이다

여성에게는 투자도 현실이다. 그래서 연령대에 따라 투자의 목적도 달라진다.

20대 미혼 여성의 경우는 본인 중심적이다. 펀드로 발생한 수익으로 자신을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기도 하고, 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최근 치의대학원이나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학자금을 내기 위한 목돈 마련 수단으로 펀드를 이용한다. 또 결혼자금 준비를 위해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 젊은 여성이 택하는 펀드 투자 방식은 매달 20만~30만원씩 적립하면서 2~3년을 만기로 잡는다.

결혼-사회초년생인 30대 여성은 가정을 위한 ‘목적식’ 투자를 생각한다. 학자금 또는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자녀 이름으로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벤트 펀드 가입도 적지 않다. 부모님의 환갑이나 칠순잔치 등에 대비해 가족끼리 매달 10만원 정도를 모아 투자하는 방식이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기는 했지만 내집마련의 꿈을 안고 종자돈을 모으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이런 목적 때문에 20~30대의 젊은 여성은 이름에서부터 안정성이 묻어나는 펀드를 선호한다. 이들에게는 배당주 펀드나 그룹주 펀드 등이 인기다.

반면 ‘어머님’으로 불리는 50대 이상 여성은 젊은층보다는 비교적 과감한 투자를 선호한다. 오랜기간 투자로 나름의 노하우가 쌓인데다 그동안 모아둔 목돈도 어느 정도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는 있어도 수익률을 따지는 ‘어머님’은 운용사의 마케팅에 비교적 민감하다. 펀드 내용을 잘 몰라도 수익이 많이 난다고 소문이 났거나 광고가 되는 상품에 돈을 투자한다. 그러나 이들 50대 이상의 여성이 펀드에 투자하는 이유도 건강-노후 등을 위한 것으로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결론적 여성은 펀드를 통해 화려한 ‘대박’의 꿈을 좇지 않는다. 목돈벌이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가정을 생각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 투자하는 여성의 전략에서는 ‘돈냄새’가 아닌 ‘인간냄새’가 배어나온다.

윤희진ㆍ오연주ㆍ이한빛ㆍ김하나 기자(jji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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